[이슈분석] 비대면 실명인증이 바꾼 금융투자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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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실명확인 제도 도입으로 금융투자업계가 꿈틀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비대면 실명확인 제도 도입에 따른 변화를 가장 크게 느끼고 있다. 비대면 실명 확인으로 개설된 계좌의 78.7%가 금융투자업계가 차지했을 정도다. 3개월 늦은 도입에도 은행보다 4배가 많다.

[이슈분석] 비대면 실명인증이 바꾼 금융투자업계

금투업계 빠른 움직임은 은행에 비해 적은 지점 수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계열사 내 은행이 없는 증권 주력 금융계열사일수록 비대면 계좌 개설에 기대가 크다.

◇비은행 주력 증권사…비대면 계좌 공략

키움증권이 대표 사례다. 업계에서는 60만개에 이르는 신규 비대면 계좌 가운데 절반 이상이 키움증권에서 개설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키움증권은 위탁매매 시장에서 추종 불허의 위치를 차지한다. 위탁매매 시장 20%를 키움증권이 차지하고 있다. 여타 상위 증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5~8% 남짓이다.

지난해 2월 말 2금융권 비대면 실명인증이 허용된 지 3개월도 지나지 않아 키움증권은 4만4888계좌를 신규 발급했다. 당시 전체 증권사 비대면 신규 발급 계좌의 3분의 1에 달했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말 전체 신규 계좌 가운데 비대면 실명 확인을 통해 개설한 계좌 비중이 70%를 넘어섰다. 개별 지점이 없는 만큼 비대면 가입 고객 유치에 공을 들인 결과다. 제휴 은행을 방문해 계좌를 개설하면 별도 수수료를 지불하기 때문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지점 없는 온라인 증권사로 처음 사업을 개시한 만큼 비대면 실명 인증이 도입된 직후부터 본격 영업에 나선 결과”라면서 “오프라인 지점에 단 한 번도 방문하지 않고 모든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대우도 비대면 실명 인증으로 지난해 말까지 9개월 동안 12만8000계좌를 신규 개설했다. 후반 6개월 실적이 첫 3개월 개설 계좌(1만2382좌)의 10배가 넘는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각 지역 단위로 지점을 보유한 은행과 달리 증권사들이 비대면 계좌 개설 효과를 많이 보고 있다”면서 “점포 위치나 지점 수와 관계없이 경쟁력 있는 증권사들이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증권, KTB투자증권, 대신증권 등도 비대면 계좌 개설 시 수수료 무료 혜택, 신용융자 이용 무료 혜택 등을 내걸며 비대면 개인 고객 유치에 한창이다.

◇중소형사, 지점 줄어도 문제없어

중소형 증권사도 비대면 계좌 개설로 인한 성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지점을 직접 찾기 힘든 투자자들이 먼저 비대면 채널을 찾는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신규 계좌 가운데 비대면 계좌가 차지하는 비중이 23%까지 올라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000계좌 이상이 비대면에서 나왔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여타 증권사와 달리 파격의 혜택을 펼치지 않고도 투자자들이 먼저 알고 자연스레 가입했다”면서 “거리 등 문제로 영업 활동에 제약이 있는 직원들이 비대면 실명 인증 방식을 통해 고객 가입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2012년부터 초대형 거점 점포 전략을 도입했다. 2014년까지 전국 32개 지점을 5개로 줄였다. 당시 메리츠종금증권은 지점 수를 줄이면서도 리테일 영업 인력을 대폭 확대하기 시작했다. 회사 관계자는 “비대면 계좌 개설로 인해 지점 수를 줄여 고정비를 아끼면서도 영업 인력 확보에는 더욱 힘을 쓸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메리츠종금증권 외에도 SK증권, 유진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들은 앞으로 영상통화, 바이오인증 등으로 비대면 실명 확인 방식을 추가하고 개설 가능 상품도 대폭 확충할 계획이다.

◇비대면 실명인증 연계 전용 상품 속속 등장

온라인 전용 상품 등 비대면 실명 인증과 연계한 다양한 전용 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삼성증권이 핀테크 기술 보유 기업 두나무투자일임과 공동으로 선보인 `카카오증권 MAP`이 대표 사례다. 삼성증권은 기술 보유 업체와 특허 기술을 제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도 투자자문 상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비대면 실명 인증을 통해 개설한 삼성증권 계좌로 별도 투자자문 상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자산운용사도 비대면 채널 전용 상품인 온라인연금펀드를 확대하고 있다. 2015년 3월까지 200개가 되지 않던 상품은 지난해 6월 말 430개까지 늘었다.

온라인 펀드 판매 플랫폼인 펀드온라인코리아까지도 비대면 계좌 개설 서비스를 시행, 온라인 채널을 확대하는 추세다.

이처럼 금융투자업계 전반이 비대면 계좌 개설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작 정부의 움직임은 기대만도 못하다.

이달부터 모든 은행에 확대 적용되는 신분증 진위확인 서비스를 금융투자업계는 내년에나 이용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오히려 증권사들이 비대면 계좌 개설과 관련한 이니셔티브를 쥐고 있음에도 은행과 규제 차익이 발생하고 있어 불만”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비대면 계좌 개설이 허용되면서 은행과 지점 수와 상관없이 경쟁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업권 간 규제 차익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비대면 실명 확인 제도를 금융투자업계 전반으로 확대해야 할 때”라고 조언한다.

정유신 핀테크지원센터장(서강대 교수)은 “비대면 실명 확인 제도는 은행보다 어느 정도 위험성을 담보로 하는 금융투자업권에 더욱 어울리는 제도”라면서 “앞으로 도입될 독립투자자문업자(IFA)와 로보어드바이저(RA) 등에도 비대면 관련 규제를 없애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그러나 “금융투자업계가 비대면 실명 확인 확장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는 만큼 과잉 영업을 막기 위한 방법을 금융 당국에서도 고려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