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새출발, 거버넌스 혁신]<3>5년마다 흔들리는 ICT 정책, 이제는 끝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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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은 1625억달러(약 187조원)로 산업 전체 수출(4955억달러)에서 32.8%를 차지했다. 무역 수지는 728억달러 흑자를 기록, 전체 흑자(898억달러)를 이끌었다.

우리나라에 ICT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자원과 인력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분야의 하나다. 차세대 성장 동력이면서 글로벌 경쟁력까지 갖춘 분야를 꼽을 때 ICT는 최우선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ICT의 중요성은 지대하다. 현재 ICT 토대 위에서 새로운 혁명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동안 ICT 경쟁력은 하락했다. 정보통신부 해체 이후 ICT, 통신, 방송 부문의 국내총생산(GDP) 기여율은 급속히 낮아졌다. 통신 속도는 빠를지 모르지만 사회 전반에 걸쳐 ICT가 폭넓게 활용되는 지는 의문이다. 오랜 정책 지원에도 글로벌 소프트웨어(SW) 하나 없는 게 현실이다. ICT 강국 진입 목전에서 점차 멀어진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ICT 거버넌스 실패 탓임을 부인할 수 없다. 새 정부에서는 ICT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ICT 거버넌스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ICT와 방송·통신 정책을 총괄하는 융합 부처가 반드시 필요하다. 여기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

물론 당장 A부처의 B기능을 떼어내 C부처에 붙이는 일은 중요하지 않다. ICT 기반으로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중장기 관점의 조직 구상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새로운 ICT 융합 부처는 통일을 염두에 두고 대한민국 대계를 세우는 구심점 역할도 담당해야 한다.

반드시 올해 안에 ICT 거버넌스를 마무리 지을 필요는 없다. 앞으로 30년을 내다보는 구상이 필요하다. 신중한 검토를 통해 오랫동안 ICT 발전을 책임질 부처를 만들어야 한다. 5년마다 ICT 정책이 흔들리는 일은 이제 끝내야 한다.

◇새 정부, ICT로 신뢰 회복하라

현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다. 이에 따라서 차기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국민 신뢰 회복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어떤 그림을 그리느냐에 따라 ICT의 역할도 달라진다.

행정 전문가는 ICT를 정부 신뢰 회복의 도구로 활용하면 새 정부에서 ICT 위상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한다. ICT가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은 일반인의 관점이기 때문에 정부 혁신의 `이네이블러(enabler)`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정충식 경성대 교수는 8일 “세월호 참사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등 국가 재난 발생 때 ICT가 제대로 역할 한 게 없다”면서 “사회 전반에 ICT 활용을 늘리고 국민 편익을 높인다면 정부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렇게 되면 새 정부가 앞으로의 정부 그림을 ICT와 함께 혁신하는 방향으로 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 정부가 이 같은 구도 아래에서 ICT 거버넌스를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이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을 향해 본격 시동을 건 것은 김영삼정부 시절이다. 체신부를 정보통신부로 확대 개편한 것이 시발점이다. 김영삼정부에는 새 패러다임인 정보화 시대에 대비하려면 부처별로 흩어진 정보화 관련 업무를 한곳으로 모아야 한다는 원칙이 있었다. 이후 한국 대표 브랜드는 `ICT`가 됐다. 그러나 정통부는 이명박정부가 출범하면서 14년 만에 간판을 내렸다. 2017년 3월, 지금 대한민국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물결 앞에 서 있다. 다시 한 번 ICT를 실행할 융합 부처를 요구하는 시대에 직면한 것이다. <전자신문 DB>
한국이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을 향해 본격 시동을 건 것은 김영삼정부 시절이다. 체신부를 정보통신부로 확대 개편한 것이 시발점이다. 김영삼정부에는 새 패러다임인 정보화 시대에 대비하려면 부처별로 흩어진 정보화 관련 업무를 한곳으로 모아야 한다는 원칙이 있었다. 이후 한국 대표 브랜드는 `ICT`가 됐다. 그러나 정통부는 이명박정부가 출범하면서 14년 만에 간판을 내렸다. 2017년 3월, 지금 대한민국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물결 앞에 서 있다. 다시 한 번 ICT를 실행할 융합 부처를 요구하는 시대에 직면한 것이다. <전자신문 DB>

◇전담 부처로 4차 산업혁명 대비

사회 전반에 ICT 활용을 늘려서 정부 신뢰도를 높이려면 ICT 정책을 총괄하는 융합 부처가 필요하다. ICT 기능이 분산된 현 정부의 구조로는 정책 수행에 한계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4차 산업혁명은 산업 간 융합이 활성화되고 창의성이 발휘되는 시대다. SW·인터넷·통신·방송뿐만 아니라 지능정보사회를 위한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콘텐츠, 그리고 각 요소의 융합까지 아우르는 정책 수립 및 수행이 요구된다.

이 과정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여러 부처에 산재된 업무를 통합하고 불필요한 기능은 재배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방송이 대표 사례다. 진흥과 규제 측면에서 미래부와 방통위로 업무가 나뉘어 있다. 효율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방송 정책이 정치 목적으로 활용된다는 지적이 비등하다. 정비가 필요하다.

ICT 융합 부처는 대응 속도를 높여 급격한 산업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이에 따라서 일각에서 제시하는 혁신 부총리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한 ICT 원로는 “리더(부총리)가 4차 산업혁명이든 ICT든 애정이 있다면 몰라도 당장 민생이라는 급한 현안에 부딪히면 혁신에 신경 쓰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장관이 리더십을 발휘해서 ICT 정책을 이끌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ICT를 `변수` 아닌 `상수`로

새 정부의 거버넌스를 논할 때 4차 산업혁명, ICT 전담 부처는 단골 소재다. 반면에 통일 이후를 내다보는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눈에 띄지 않는다.

북한 정권 붕괴든 어떤 이유에서든 통일이 되거나 통일 이전에라도 북한 문호가 개방될 소지는 있다. 북한 인력을 정보통신 전문가로 육성하고 ICT 산업 육성을 지원할 정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ICT를 전수시켜서 성장 동력을 만들 컨트롤타워가 요구된다.

이에 따라 새 정부 ICT 거버넌스는 미래를 내다보고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당장 새 정권이 들어서면 당분간 현 정부 조직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가동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서 연말 또는 내년까지도 검토할 시간이 주어진다. 과거 어느 때보다 검토 기간이 충분하다.

황중연 전 ICT대연합 부회장은 “YS(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정보통신부는 정권 출범 이후 1년 뒤에 만들었다”면서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충분한 시간을 두고 만들었기 때문에 제 역할을 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황 전 부회장은 “5년마다 되풀이되는 정부 조직 개편에서 ICT는 `상수`가 아닌 `변수`로 늘 변하는 입장이다 보니 다른 분야와 융합이 어려웠고, 기대에도 부응하지 못했다”면서 “새 정부는 ICT를 상수로 놓고 천천히 최적의 개편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