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무형자산 과세 강화… 다국적 기업 압박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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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무형자산에 대한 세금징수 기준을 강화한다. 한 번 세금을 물렸더라도 덜 걷었다고 판단되면 다시 부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저세율 국가에 무형자산을 두고 세금을 회피하는 다국적 기업을 겨냥한 조치다.

12일 세무업계에 따르면 OECD는 최근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 시도를 원천 차단하는 '국가 간 소득 이전을 통한 세원 잠식'(BEPS) 규제안에 이 같은 내용을 추가했다.

그동안 상당수 다국적 기업은 국가 간 세율 차이를 이용해 세금 부담을 줄여왔다. 세율이 낮은 국가에 자회사를 설립한 뒤 수익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세부담을 줄여왔다.

절세 수법은 다양하다. 특허권, 상표권, 지식재산권 등 무형자산이 수익 이전 통로로 악용됐다. 무형자산은 형체가 없다. 관계회사 간 단순 계약만으로 이전이 가능하다.

OECD는 과세당국에 힘을 실어준다. 무형자산이 수익으로 실현되는 시점까지 기다린 후 세금을 매길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기업이 특허권을 10억원으로 설정하더라도 이후 가치가 100억원으로 올랐다면 과거 기업 자료를 뒤집고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

기업 책임은 무거워졌다. 무형자산을 평가할 때 미래가치까지 정확히 계산해야 한다. 당초 기업이 정한 무형자산 가치가 과세당국 사후 검증 결과와 차이가 클 경우 세무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차이를 기업이 입증하지 못하면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

문제는 무형자산이 주로 기업 고유목적 사업에 쓰인다는 점이다. 시장가격을 구하는 것은 물론 미래가치 추정도 쉽지 않다. 기업과 과세당국 간 치열한 다툼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성수 법무법인 양재 변호사는 “다국적 기업이 보유한 무형자산을 두고 과세당국 사후 검증이 더욱 정밀해질 것”이라며 “무형자산 거래 시 과세당국 추정을 반박할 수 있도록 정보를 충분히 갖춰야한다”고 말했다.

김태경 법무법인 광장 회계사는 “지금까지는 기업 평가가 적절했다면 문제 삼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사후 검증에 따라 관련 내용을 뒤집을 수 있다”며 “무형자산 이전 가격이 적절했는지 주기적으로 점검해야한다”고 전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