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실전강의]〈13〉창업 초기, 시장 규모는 어떻게 파악하나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창업 초기 가장 면밀히 조사해야 할 내용 중 하나가 '시장규모(Total Addressable Market, TAM)'다. 자신의 제품으로 시장점유율 100%를 달성했다면, 얻을 것으로 기대되는 연매출액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장규모에 대한 명확한 판단 없이 무턱대고 사업을 감행하면 근거 없는 낙관론에 빠질 수 있다. 초기 과도한 투자로 낭패를 본 사례가 많다. 뒤늦게 시장규모를 파악한 창업자 중에는 이렇게 작은 시장인줄 알았다면 창업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낙담하는 사람도 종종 있다.

시장규모를 파악하는 첫 단계는 잠재 수요자 전체 숫자를

[박정호의 창업실전강의]〈13〉창업 초기, 시장 규모는 어떻게 파악하나

확인하는 것이다. 필요한 자료를 가장 손쉽게 구하는 방법은 관련 분야 협회 통계를 활용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유사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기업은 상호 협력을 위해 'OO협회' 내지 'OO조합' 등을 조직해 운영하고 있다. 해당 협회 또는 조합 주요 업무 중 하나가 해당 분야의 기초 통계를 구축하는 것인 경우가 많다.

창업 초기 시장규모를 산출하기 위해 가장 먼저 들여다봐야 할 곳은 진출하고자 하는 산업 분야의 대표 협회 사이트다. 만약 관련 협회 등에서 필요한 자료를 얻을 수 없을 경우, 시장에 판매되는 경쟁 제품의 초기 사업계획서를 구해보는 것도 좋다.

이 과정을 거치면 전체 고객 중 자사 제품의 잠재 수요층을 분류할 수 있다. 그 뒤 해야 할 작업은 고객 1인당 발생하는 매출을 산정하는 것이다. 예상 사용자 수에 1인당 매출액을 곱해야 연간 전체 매출액, 예상 시장규모를 도출할 수 있다.

고객 1인당 매출액을 구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해당 물건에 얼마까지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잠재 고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관련 자료를 확보할 수도 있지만, 창업 초기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되는 설문조사를 직접 수행하기란 쉽지 않다.

고객의 지불 의사를 간접 확인하는 방법이 더 효율적이다. 과거 유사 신제품이 출시됐을 때 얼마에 판매됐는지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소비자가 현재 기획 중인 제품을 대체하기 위해 선택할 재화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물건의 가격을 확인할 수도 있다.

자양강장음료 내지 비타민 함유 음료를 대체하는 신제품을 기획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전체 시장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관련 협회에서 자양강장음료 시장의 전반 통계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 최근 시장에 출시된 타사 자양강장음료의 사업계획서를 확보해 시장 규모가 어떤 방식으로 도출됐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관련 고객 개개인의 지불의사를 추정할 때는 경쟁제품 가격이 중요한 참고자료가 되어 줄 것이다. 아니면 기획 중인 자양강장음료를 대체하기 위해 복용하는 약이나 제품이 있다면 해당 제품의 가격을 또 다른 참고자료로 삼는 것도 유용하다.

이처럼 전반적인 시장규모를 확인하면 창업 초기 문제의 실마리를 확보할 수 있다. 예상 잠재고객의 연령층, 분포 상황, 구매력 등을 파악했기 때문에 마케팅 전략을 짜기 훨씬 수월하다. 제품 생산 방식 결정에도 유리하다. 예상 생산 수량이 나오면 직접 설비라인을 구축할지, 아니면 외주 생산할지 판단할 수 있다. 출시 후 가격 전략을 수정할 때 벤치마킹할 제품 정보도 얻는다.

전체 시장규모를 체계적으로 도출할 경우, 얻을 수 있는 혜택은 이들 사례 말고도 많다. 시장규모를 도출하는 또 다른 손쉬운 방법도 많다. 그럼에도 많은 창업자가 진출하고자 하는 시장의 전체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칼럼 내용이 이들에게 좋은 기회가 되면 한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aijen@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