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의 유니콘기업 이야기]<47>동남아 알리바바 '토코피디아'

[이병태의 유니콘기업 이야기]<47>동남아 알리바바 '토코피디아'

토코피디아는 기업 가치 70억달러(약 8조원)의 거대 유니콘기업이다. 토코피디아는 인도네시아 언어로 '상점'이라는 뜻이다. 회사는 인도네시아의 알리바바로 불리는 전자상거래 회사다. 오프라인의 모든 제품을 전자상거래 고객에게 연결한다. 일반 상품이나 기차표·항공권·게임·행사티켓뿐만 아니라 전기, 수도, 통신요금 지불, 온라인 지급결제, 융자 등 금융(핀테크) 서비스를 제공한다. 월 8000만명이 넘는 유효 고객과 400만명이 넘는 판매자가 100만가지 이상 상품을 거래하고 있다. 판매자 75%가 사업을 새로 하는 창업가다.

[이병태의 유니콘기업 이야기]<47>동남아 알리바바 '토코피디아'

토코피디아 성공에는 2억6500만명이라는 막대한 인구에 평균 연령 28세의 젊은 나라, 급속한 스마트폰 보급이라는 환경이 자리 잡고 있다. 회사 주문 75%가 스마트폰을 통한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2015년 17억달러에 불과하던 전자상거래가 2018년 122억달러로 3년 만에 7배 이상 성장하고 있다. 2025년에는 무려 530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이 예상된다.

여기에 토코피디아는 주문 25% 이상을 당일 배송한다. 'GO-JEK'라는 차량공유서비스 회사 협업을 통해서다. GO-JEK는 오토바이를 활용한 배송으로 속도와 비용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토코피디아가 주목받는 데는 재벌 그룹에 의해 지배되는 인도네시아에서 보기 드문 흙수저의 성공이라는 점이다. 회사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윌리엄 타누위자야는 북수마트라의 작은 시골마을 공장 노동자 아들로 자라났다. 아들의 더 좋은 장래를 바란 아버지는 20살 아들에게 수도 자카르타로 편도 배표를 사 주고 대처로 떠나보냈다.

이후 타누위자야는 자기 집이나 고향에서는 누릴 수 없는, 고속 인터넷이 깔려 있는 PC방에서 하루 12시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대학에 다녔다. 영세 사업자의 웹페이지 개발을 도우다가 지금의 토코피디아 사업 아이디어로 경험 있는 사업가에게 의견을 물었다.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고, 집안이나 명문 학교 연줄도 없는 이 젊은이의 열망에 대해 이 사업가가 해 준 충고는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토코피디아가 지금 인도네시아에서 어떤 기업과 경쟁하는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인도네시아 리아디 가문의 리포그룹이 운영하는 마타하리몰과 또 다른 재벌 살림그룹이 경쟁자다.

2009년 27살의 타누위자야는 리언티너스 알파 에디슨과 공동 창업하고 매년 벤처캐피털 투자를 유치했다. 2013년에는 소프트뱅크코리아 투자도 받는다. 2014년에 타누위자야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내 과거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고 내가 미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만 물었다”고 회고했다. 이 회사는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와 알리바바 등에서 연이은 조 단위 투자를 받고 오늘에 이르게 됐다.

투자자는 토코피디아가 동남아에서 사업을 적극 확대하는 알리바바나 싱가포르 경쟁자보다도 더 성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프트뱅크 등 글로벌 유명 벤처캐피털 유치는 자금을 넘는 전략 파트너 가치를 웅변하기 때문이다.

토코피디아 사례는 우리나라의 시대를 착오한 규제가 어떤 기회를 봉쇄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 준다. 우리는 금산분리 규제로 토코피디아와 같은 회사의 출현을 어렵게 하고 있다. 청년이나 자본이 부족한 자영업자가 손쉽게 창업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 차량 공유서비스는 택시 산업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물류혁명'이라고 하는 인식이 부족하다.

글로벌 투자자는 능력 있고 좌절하지 않는 창업가에게 항상 열려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쿠팡의 사례와 같이 청년사업가 아이디어와 용기, 글로벌 시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 준다.

이병태 KAIST 교수 btlee@business.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