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국제표준' 쏟아지는데…美·中·日에 종속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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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국제표준' 쏟아지는데…美·中·日에 종속 우려
JTC1 SC 42 구조.(사진=한국인공지능협회 제공)
<JTC1 SC 42 구조.(사진=한국인공지능협회 제공)>

미국, 중국, 일본이 인공지능(AI) 국제표준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 국가가 배출한 각 분과위원회는 올해 2분기부터 AI 산업 기술 및 서비스 국제표준 도출을 시작한다. 표준 선점은 향후 특허 등 지식재산권(IP)은 물론 신성장 동력 육성에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우리나라는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표준 선점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표준화 전쟁에서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한 종합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22개 국가가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AI 표준 제정에 열을 올리고 있다. AI 국제표준은 합동기술위원회(JTC1) SC42가 제정한다. 미국이 통합 의장국으로 활동하고 있다. SC42 내 각 분과 위원장 역시 중국, 일본, 캐나다, 아일랜드가 맡고 있다. JTC1는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국제표준화기구(ISO)가 협력해서 만든 조직이다. 2017년 11월 AI를 전담하는 SC42가 꾸려졌다.

AI 국제표준 논의는 SC42 산하 4개 워킹 그룹에서 전개되지만 우리나라는 예산 부족으로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 대체로 워킹 그룹별 회의에는 30여명이 참석하지만 우리나라는 워킹 그룹별 1~2명이 포진, 국내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 구글의 경우 30명이 넘는 임직원을 파견하고 있다. 일본 역시 15명으로 대표단을 꾸렸다.

기존 회의에 참가한 국내 기업·학계 관계자들은 대표단 규모를 키워서 발언권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의에 적극 관여해야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병훈 한국인공지능협회 회장은 “AI 산업을 두고 국가 간 패권 경쟁이 시작됐다”면서 “치밀한 전략으로 표준 논의에 적극 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오는 4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리는 표준화 회의는 AI 국제표준 전쟁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4월 행사에서는 빅데이터 분야 AI 국제표준이 도출될 것으로 예정돼 있다. 그 자리에서 빅데이터 기본 개요 및 용어 표준이 제정된다. 개발 환경을 뜻하는 프레임워크 표준도 만들어진다.

기술 종속 우려까지 낳고 있는 지금의 현실은 국제표준 전쟁에 필요한 예산과 부처 간 협력이 미흡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AI 산업 진흥 예산은 지난해 3467억원에서 올해 4200억원으로 늘었다. 그럼에도 AI 표준에 대한 직접 예산은 고작 4억원이 배정됐다. 전체 AI 예산 가운데 0.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부는 점진적 추가 증액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 영역 제원이 기술 개발 위주로 할당되기 때문에 표준 분야 예산은 항상 부족하다”면서 “국제표준 논의에 국내 의견이 적극 반영되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미국, 중국, 일본 등은 AI 분야 원천 기술 개발과 표준특허 확보 환경도 잘 구축돼 있다. 미국은 머신러닝과 딥러닝 원천 기술을 다수 보유했다. 표준화된 데이터를 다량 확보, 원천 기술과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방대한 데이터를 손에 쥐고 있다. 국내에서는 규제에 묶여 쓸 수 없는 데이터도 중국에서는 활용이 가능하다. 일본은 산업 현장 원천 데이터를 수집하는 센싱 기술 강국이다. 로봇 산업 발달로 AI 적용 사례도 풍부하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