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A 칼럼] 10차 산업으로 만들어가는 상생의 미래

강만구 서울산업진흥원 교육지원팀장
강만구 서울산업진흥원 교육지원팀장

강만구 서울산업진흥원 교육지원팀장

사람 없는 농촌과 일자리 없는 은퇴자 문제가 심각하다. 고향에서 사업하시는 형님의 설 대목 매출이 지난해보다 80% 줄었다고 한다. 사람이 없으니 소비도 있을 수 없다. 결국, 그 지역은 전국 소멸 위기 1위 농촌으로 등극하게 되었다. 한편 60세에 정년퇴직을 하신 집안의 어르신은 잇따른 구직실패로 좌절하며 자리에 누우신 지 2주 만에 세상을 뜨셨다고 한다.

퇴직 이후 그동안 못 가본 곳도 가보고 못 만난 사람도 만나며 몇 달 잘 보내셨지만, 이내 안정적인 일자리가 없어져 허전해했고 다시 일을 구하지 못하자 ‘나는 쓸모가 없는 사람’이라며 자리에 누우셨다는 것이다.

이런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며 100세 시대에는 특히 정년퇴직 이후 노년층 일자리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제 대규모 정년퇴직이 시작된 710만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들에 대한 일자리 제공이 매우 시급하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저자 존 그레이 박사의 말처럼 사람들은 목표 또는 관계를 통해 삶의 재미와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정년퇴직은 이러한 목표와 관계가 탄탄하게 유지되던 공동체와의 강제적 단절이기에 삶의 의욕을 잃게 하여, 건강 악화는 물론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방치되면 사회의 안정성은 물론 지속성이 위협받게 될 수 있다. 정년퇴직하는 세대들의 건강한 일자리는 비단 당사자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그들의 가족 나아가서는 지역사회와 국가공동체를 유지하는 든든한 안전망이 된다. 행복한 개인 없이 행복한 공동체도 없다. 집안 어르신의 사례처럼 졸지에 남편을, 아버지를, 할아버지를 잃은 가족들의 슬픔은 얼마나 크겠는가? 그리고 아직도 건강한 인재를 잃은 사회적 손실은 얼마나 크겠는가? 국가의 존재 이유는 개인과 가족들이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안전망을 만들고 지키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러한 두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정부는 2000년대 초 ‘은퇴자 마을 조성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최대 수억 원까지 투자해야 하는 등 많은 은퇴자들에게 힘든 조건으로 당초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한다. 이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사례로 지역의 한 ‘하숙형 은퇴농장’이 눈길을 끈다.

보증금 300만원과 월 90만원을 내면 화장실, 싱크대, 냉장고, 옷장, 책상, TV가 갖춰진 7평 규모의 개인 방과 하루 세 끼 식사가 기본 제공된다. 의식주는 해결되는 셈이다. 이에 더해 월평균 50만원 수입의 일거리와 지역사회 연계형 의료, 여가, 안전 서비스까지 지원한다.

특히 생협과 연계하여 자체 생산 및 가공한 농산물의 판로도 확보, 안정적 소득을 창출하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부부 포함 도시 출신 13명의 은퇴자들이 생산과 생활의 공동체를 이루고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계신다. 농장일은 전적으로 본인 의사에 따라 참여한다. 90대 중반의 은퇴자는 “동료들과 즐겁게 일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 여기서 인생을 마무리하고 싶다”며 만족감을 나타내신다. 일이 없어 좌절하며 세상을 뜨신 어르신이 떠오른다. 60대 중반의 은퇴자는 “평생 일에 치여 살아서 농장일은 하지 않지만, 텃밭을 가꾸며 즐겁게 잘 지내고 있다”며 만족해하신다.

때때로 도시에서 김치담그기 등 체험을 위해 방문하기도 한다. 60대 후반의 농장대표는 “안정적 소득과 함께 외롭지 않아 좋다”며 활기에 넘친다. 농장의 지향점은 이른바 6차 산업이다. 1차(생산), 2차(가공), 3차(유통) 산업을 동시에 수행한다. 최근 너무나 방대해진 3차 산업 중에서 정보, 의료, 교육 서비스 등 일부를 떼어내 4차 산업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이 경우 6차 산업과 4차 산업을 함께 수행하면 10차 산업이 된다. 6차 산업에 4차 산업혁명의 스마트 기술을 접목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하는데, 이들 기술이 정보산업에 뿌리를 두니 일맥상통하다.

농장은 아직 생산, 가공, 유통에 있어서 스마트 기술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고부가 특용작물을 스마트 기술을 적용하여 생산하여 매출과 수익을 높이고, 스마트 플랫폼으로 판로와 경영을 지원하면 10차 산업이 융합된 ‘스마트 상생농장’이 된다.

모듈러 홈 공법을 적용하면 전국 1,400여 읍면으로 신속 확산도 가능하다. 고용소멸 도시와 인구소멸 농촌의 문제가 동시에 해결된다. 도시와 농촌이, 청년과 노년이, 남자와 여자가, 부자와 빈자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된다. 10차 산업으로 만들어가는 상생의 미래이다. 정부와 지자체, 기업과 인재들이 함께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