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새로운 원자력 60년을 설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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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주 한국원자력학회장
<민병주 한국원자력학회장>

지난 2009년 우리나라는 원자력 기술을 도입한 지 50년 만에 아랍에미리트(UAE)에 국내 독자 기술로 설계된 원자로 수출에 성공했고, 지난해 한국형 3세대 원전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설계인증을 받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 기술을 보유한 나라로 도약했다.

그러나 현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에 의해 60년 동안 축적된 원자력 산업 기반이 붕괴하고 있다.

운전 중인 원전을 안전하게 유지하려면 무엇보다 원자력 산업 기반이 탄탄하게 유지돼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원자력산업계가 미래를 준비하고 산업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재개는 필요하다.

원전 및 연구용 원자로 등 원자력 시설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의 저장, 처리 및 안전관리도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다. 정부, 원자력시설 이용자 및 시민 등 이해 당사자들을 중심으로 과학에 근거한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전 정부에서 논의한 내용을 다시 논의한다면 이번에는 투명하게 객관화 및 과학 원리로 논의해야 하고, 시기상으로도 더 이상 지체되지 않도록 사용후핵연료 저장 용량 포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 노력이 절실하다.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보다 해체 산업 확대에 치중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의 일환인 해체 산업 육성은 에너지전환정책 아래에서 적절한 정책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정부의 연구개발(R&D)은 원자력 시설의 설계·건설·운영 등에는 집중했지만 해체, 사용후핵연료의 처리 및 처분 등의 연구와 같은 후행핵주기에 필요한 R&D를 소홀히 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후행핵주기 사업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선행핵주기 기술이 유지되지 않는다면 원자력 시설의 안전 관리를 유지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전 주기에 걸쳐 선순환 구조가 이뤄질 수 있도록 후행핵주기 R&D에 예산 투자는 확대하더라도 선행핵주기 기술 개발도 유지, 엔지니어링 갭이 생기지 않도록 지속 지원이 필요하다.

전 세계 전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자력발전은 저탄소 에너지원의 중요한 전력공급원으로, 미국·유럽·아시아의 많은 국가가 원자력발전을 지속하거나 신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원자력 기술을 수출할 좋은 기회 요인이 된다. 그러나 대형 원전 수출에는 설계, 건설 등 여러 산업 분야가 참여하는 대규모 사업이기 때문에 국가의 전폭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자국에도 건설하지 않는 원전을 수출하는 것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경쟁력은 지금까지 우리가 축적한 기술은 물론 기술 인력 유지 등 엔지니어링 갭을 최소화할 수 있는 생태계 유지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는 국내에서 원전 운영이 안전하게 지속 관리되며, 원자력 혁신 기술 개발로 한국의 기술력 유지가 최선일 것이다.

최근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탄소 중립'에 합의했다. 세계 각국에서 탄소배출량을 감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탄소 배출 저감 기술이야말로 미래의 국가 경쟁력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전력에너지원에서 원자력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청정에너지로 인정하는 국가가 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원자력 기술과 관련해서는 최근 중소형·초소형 원전, 핵융합로, 선박용 원전, 우주선에 들어가는 배터리 형식의 원자로 기술의 혁신형 R&D가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가 그동안 대형 원전에서 쌓은 핵심 기술이 경쟁력 있는 분야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원자력 혁신 기술 개발과 함께 방사선 응용기술, 방사선 의료기기 등 원자력 응용 분야와 융합기술 등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처럼 기존 원자력 기술을 기반으로 한 혁신 기술 개발, 융합기술 등 다양한 연구에 도전해야 한다. 지금까지 원자력 선진국의 기술을 따라 기술력을 축적한 60년이라면 이제는 혁신 기술 개발 노력으로 새로운 원자력 60년을 설계해야 할 때다.

민병주 한국원자력학회장 bjmin13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