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버팀목 '전자산업', 코로나19 직격탄…정부 지원 'SOS'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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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주력이자 수출을 대표하는 전자 산업이 코로나19로 인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업력 30년 이상의 기업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인위적 인력 감축을 실시하는가 하면 휴직을 도입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전자 분야 기업 80% 이상이 올 상반기에 매출 감소를 겪었고, 하반기에는 매출 부진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업계는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대상에 전자 업종을 포함하고, 유동성 위기에 대응한 긴급 자금을 지원하는 등 정부의 '특단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와 전자업계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전자업계 긴급 건의'를 정부 부처와 유관 기관에 전달했다고 21일 밝혔다.

전자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초유의 위기 상황을 맞아 비상이 걸렸다. 매출 감소와 이익 부진으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어렵고, 해외 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수출이 줄고 이로 인한 경영난이 가중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실제로 세계 시장 점유율 3위로 소형가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A사는 창사 30년 만에 처음으로 인위적 인력 감축을 실시했다.

중견 가전기업 B사는 임직원 대상으로 자발적 무급휴직을 도입, 4∼6월 희망자에 한해 매월 일주일 휴직을 진행했다. 또 다른 중견 가전기업 C사는 5∼6월 전 직원의 50% 교차 휴무를 실시했다.

KEA가 실시한 '전자업계 긴급 경영애로 실태조사'에서도 전자업계가 수출 감소와 시장 위축으로 말미암아 경영 상황이 심각하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업계 51개 기업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80% 이상이 2분기 실적 악화를 전망했고, 90% 이상의 기업이 코로나19로 인한 주문 취소와 수출 감소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반기 실적이 감소할 것이라는 대답도 80%나 됐다.

문제는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지 않으면서 시간이 갈수록 실적 부진이 심화한다는 점이다. 1분기에 매출이 감소했다는 비율은 55%였지만 2분기 감소가 예상되는 기업은 79%로 늘었다. 하반기에도 78%의 기업이 매출 감소를 예상했다.

전자 부품업계는 피해가 더 크다. 조사 대상 가운데 절반 정도가 하반기 매출 감소 폭이 30% 이상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자업계는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전자업계 긴급 건의'를 정부 부처에 전달했다.

업계는 건의문에서 “국내 전자 산업은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등 경제 위기 때마다 버팀목 역할을 한 주력산업으로 성장했다”면서도 “코로나19 글로벌 확산으로 인한 경기 침체로 큰 위기에 처해 있어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전자업계 긴급 건의문을 송부한다”고 설명했다.

주요 건의 내용은 코로나19로 말미암은 경영난 타개를 위한 직접 지원과 사업 정상화를 위한 제도 지원, 향후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규제 완화 등이다.

우선 전자 업종을 기간산업안정기금 대상에 포함시켜 주고,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에 7조원 규모의 운영자금 부족분을 긴급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중견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 확대와 물류비 지원, 소비 침체 극복을 위한 정책 지원 강구 등도 건의했다. 해외 사업장 정상화를 위해 기업인 신속 통로 대상국 확대도 요청했다.

건의문은 범부처 차원의 대책이 필요한 만큼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여러 정부 부처와 관련 단체에 전달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전자 산업이 경제와 수출 버팀목 역할을 했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심각한 어려움에 처했다”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라는 글로벌 기업 상황도 녹록지 않지만 중소·중견기업들은 버티기 어려울 정도의 위기여서 긴급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