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트렌드]'가용비 甲' 대용량 RTD 커피 봇물

홈플러스, 시그니처 캔커피 2종
홈플러스, 시그니처 캔커피 2종

한국인의 1인당 커피 연간 소비량(353잔)은 세계 평균(132잔)의 세 배에 달할 만큼 커피는 한국사회와 맞닿아 있다.

높아지는 커피 소비량을 증명하듯 국내 커피전문점은 전국 7만여곳에 달하고 편의점에서도 커피음료가 매출 효자상품으로 등극한 지 오래다. 이에 음료업계는 물론 편의점, 대형마트도 커피음료를 자체브랜드(PB) 상품으로 출시해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2019 가공식품 세분시장'에 따르면 2018년 커피류 국내 생산실적은 1조9500억원 수준이다. 종류별로는 구입해 바로 마실 수 있는 액상커피가 38.9%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조제커피와 인스턴트커피가 하락세를 보이는 반면 액상커피는 최근 4년간 1.77배 성장하며 커피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바로 마실 수 있는 레디 투 드링크(RTD) 커피 시장 규모는 1조3126억원으로 2018년(1조2547억원) 보다 3.4% 성장했다. 그 중 캔커피 시장이 5505억원 규모로 가장 크고 그 뒤를 컵커피(4397억원), 페트커피(1842억원)가 잇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이마트24
사진=이마트24

여름은 RTD 커피 수요가 크게 증가하는 시기인 데다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차량이나 기차 등을 이용한 국내 여행이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되면서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액상커피 시장은 몸집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얼음 빼고 커피로 꽉 채운 대용량 RTD 커피 인기

최근 RTD 커피 시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대용량'과 '프리미엄'이다. 커피전문점의 커피 맛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하루 2~3잔 커피를 마시면서 가성비와 가용비(가격 대비 용량)를 추구하는 트렌드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가용비 높은 상품의 수요 증가에 맞춰 업계는 300㎖ 이상의 '사이즈업' 커피를 올해 주력 상품으로 내놓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2018년 500㎖ 용량의 '칸타타 콘트라베이스 콜드브루 블랙'으로 대용량 RTD 커피 시장의 가능성을 감지한 후 '콜드브루 라떼' '콜드브루 스윗트 블랙'을 출시하며 상품을 다양화하고 있다. 올해는 캔커피 레쓰비의 500㎖ 버전인 '레쓰비 그란데라떼'로 여름 시장을 노린다.

빙그레는 최근 프리미엄 원두를 사용한 460㎖ 용량의 '아카페라 스페셜티 커피'를 출시했다. 꽃 내음과 과일 산미를 느낄 수 있는 '에티오피아 예가체프'와 풍부한 보디감과 깊은 스모키향을 자랑하는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2종으로, 모두 스페셜티 추출에 최적화한 워터 프레스 공법을 적용해 커피 맛을 극대화했다.

코카콜라 역시 대용량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기호에 맞춰 '조지아 크래프트 블랙' 800㎖를 새롭게 선보였다. 기존 470㎖보다 두 배가량 늘어난 양을 자랑한다.

칸타타 콘트라베이스 콜드브루 400mL 대용량
칸타타 콘트라베이스 콜드브루 400mL 대용량

◇가용비 넘어 가심비까지 충족시키는 PB

대용량 RTD 커피 시장이 높은 성장세를 보이자 유통업체에서도 맛과 가격, 용량을 모두 충족시키는 RTD 커피를 자체브랜드 상품으로 출시하고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가장 활발한 곳은 역시 편의점이다. GS25는 지난해 커피 음료 시장을 새롭게 견인할 핵심 카테고리라는 판단하에 '유어스 CAFE25 블랙' 500㎖, '유어스 CAFE 헤이즐럿' 500㎖ 2종을 PB상품으로 출시했다. CU는 이보다 앞선 2017년 1ℓ 용량의 '헤이루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업계 최초로 선보이기도 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요즘, 대형마트에서의 커피 구매도 늘어나는 추세다. 홈플러스 프리미엄PB '시그니처 캔커피' 2종은 출시한 지 20여일 만에 35만개 넘게 팔렸다.

시그니처 캔커피 2종은 출시 직후 단숨에 NB상품을 제치고 캔커피 카테고리 내 매출 1위(카페 라떼)와 2위(스위트 아메리카노)를 차지하고, 이 기간 전체 캔커피 카테고리 내 매출 비중은 26%를 기록하는 등 선보이자마자 확실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깔끔한 달콤함이 특징인 '스위트 아메리카노'와 깊은 고소함의 '카페 라떼'는 브라질산 고급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하고 드립 방식으로 추출해 맛과 향이 뛰어나고 깔끔한 풍미를 자랑한다. '카페 라떼'의 경우 국내산 우유를 사용해 부드러운 맛을 극대화 했다. 용량은 390㎖로 시중 캔커피 대비 1.4~2.2배(175~275㎖) 키운 반면 가격은 동일 중량 상품의 반값 수준인 1000원으로 궁극의 가성비를 자랑한다.

또 뚜껑을 간편하게 여닫을 수 있는 NB(New Bottle) 캔으로 만들어 여행 시 자동차나 기차 안에 들고 타기 적합하다. 이로 인해 캔커피 소비가 급증하는 휴가철을 앞두고 수요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마트도 390㎖ 용량의 캔커피 '피코크 콜드브루' 2종을 판매 중이다. 100% 아라비카 원두를 크래프트 추출로 살려 원두 본연의 맛과 향긋한 향이 살아있는 제품이다.

커피전문점도 이 같은 트렌드에 편승하는 추세다. 커피빈코리아는 최근 프리미엄 RTD '시그니처 블렌드 아메리카노' 500㎖ 대용량 기획상품을 마켓컬리에 단독 입점했다. 야외에서도 간편하게 아메리카노를 즐길 수 있도록 오프라인 매장과 동일한 프리미엄 원두를 사용하고, 설탕을 첨가하지 않아 커피 본연의 맛과 향을 더욱 진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업계 관계자는 “집에서 여러 번 나눠 마시거나 휴가철 장거리 이동 중에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대용량 RTD 커피의 인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주현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