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터로 '암 덩어리' 제작…환자 맞춤 치료법 개발 기대

포스텍·서울대병원, 고정밀 잉크젯 바이오프린팅 기술 활용해
실제 환자 암세포 프린팅해 방광암 종양 모델 제작·이질성 분석
획일적 치료법서 발생하는 부작용·낭비 최소화…환자 삶의 질 ↑

국내 연구팀이 잉크젯 바이오프린팅 기술로 방광암을 만들고, 암 이질성을 분석하는데 성공했다. 부작용을 줄여 암환자를 위한 맞춤형 치료법 개발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포스텍(총장 김무환)은 서울대병원 연구팀과 공동으로 고정밀 잉크젯 기술을 활용해 실제 환자로부터 얻은 암세포를 정밀하게 프린팅해 방광암 종양 모델을 제작하고, 종양 내 이질성 분석에 성공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정성준 포스텍 창의IT융합공학과 교수, 신근유 생명과학과 교수, 융합생명공학부 통합과정 윤웅희 씨 연구팀과 구자현 서울대병원 교수 등이 공동으로 수행했다.

잉크젯 바이오프린팅 기술로 방광암을 만들어 암 이질성 분석에 성공한 연구팀. 왼쪽부터 정성중 포스텍 교수, 구자현 서울대병원 교수, 신근유 포스텍 교수. 윤웅희 포스텍 융합생명공학부 통합과정생.
잉크젯 바이오프린팅 기술로 방광암을 만들어 암 이질성 분석에 성공한 연구팀. 왼쪽부터 정성중 포스텍 교수, 구자현 서울대병원 교수, 신근유 포스텍 교수. 윤웅희 포스텍 융합생명공학부 통합과정생.

정밀의료는 유전정보나 임상정보 등을 바탕으로 개별 환자에게 맞춤형 진단과 치료를 적용하는 새로운 헬스케어 분야다. 특히 암 환자의 경우 동일조직 내에서조차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암세포들이 공존하는 종양 내 이질성을 갖고 있어 현재의 획일적인 치료방식에는 한계가 많다.

연구팀은 잉크젯 세포 프린팅 방식을 이용해 방광암 모델을 만들고, 이를 이용한 암 이질성을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특히 환자에게서 뽑아낸 암세포를 잉크젯 방식으로 정밀하게 프린팅해 각각을 암 오가노이드로 성장시켰다.

잉크젯 바이오프린팅을 이용한 방광암 모델 제작 및 암 이질성 분석 이미지.
잉크젯 바이오프린팅을 이용한 방광암 모델 제작 및 암 이질성 분석 이미지.

이후 단일 세포에서 유래된 3차원 오가노이드의 분열·사멸과 관련된 단백질 발현량을 비교하고, 각 오가노이드에 따른 방광암 치료제 효능에 대한 차이점을 발견했다. 또 오가노이드 사이의 유전자 발현을 정량적으로 비교해 암의 이질성을 확인했다.

그동안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인공 뼈, 치과 보철, 인공 혈관, 인공 피부, 인공 장기, 바이오 칩 등 다양한 인공 대체물을 제작했지만, 실제 환자의 암세포를 활용해 '암 덩어리'를 만들고 암 이질성을 분석해 낸 사례는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암 모델을 이용하면 환자에게 맞는 약이나 치료법을 먼저 시도할 수 있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개별 환자에 특화된 표적 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

정성준 교수는 “바이오프린팅 기술에 바탕을 둔 정밀의료 기술은 획일적인 암 치료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과 낭비를 최소화하고, 저비용으로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상북도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개발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자지원사업, 해양극지기초원천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국제학술지 '바이오패브리케이션'에 게재됐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