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현 교수의 글로벌 미디어 이해하기]〈16〉컴캐스트의 전략 발걸음: 쇼트텀 아메리카?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1980년대 말~1990년대에 세계 무대에서 일본 기업이 크게 두각을 드러내자 미국에서는 이에 대한 연구가 열풍처럼 분 적이 있었다.

세계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이 된 일본 기업을 벤치마킹해 미국 기업 경쟁력 약화 원인을 분석하고자 한 것이다. 그 가운데 '쇼트텀 아메리카'라는 경영 관련 책이 있었다.

미국 기업은 일본 기업과 다르게 분기마다 실적과 주가에 민감하게 반응해 장기 안목에서 기업을 키우기보다 근시안으로 단기 결과에만 신경 쓸 수밖에 없고, 이것이 경쟁력 상실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미디어 회사 대다수의 지난 2분기 실적은 코로나19 영향을 받아 전년 대비 하락했다. 특히 유니버설스튜디오나 디즈니랜드 등 다중 이용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갖춘 컴캐스트와 디즈니사는 실적 하락을 피할 수 없었다.

디즈니 매출은 지난해 200억달러에서 117억8000만달러로 급감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이 25% 이상 감소한 NBC유니버설을 포함한 컴캐스트도 11.7% 하락했다.

엔터테인먼트업계를 35년 이상 분석해 온 한 전문가는 비록 2분기 실적은 좋지 않지만 현재 재무 상황으로 회사 미래를 판단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컴캐스트의 밝은 미래를 예측한 것이다. 지금 보이는 숫자는 회사 미래나 전략의 힘을 제대로 담고 있지 않다는 분석이다.

'아직도 1990년대 쇼트텀 아메리카가 적용되는가'와 함께 이솝우화 가운데 '개미와 베짱이'가 생각났다.

컴캐스트 실적보고서를 보면 광대역인터넷이 전략의 핵심에 있다. 인터넷이야말로 콘텐츠를 전송하는 최적 수단이다. 이런 차원에서 이번 분기에 인터넷 가입자가 32만명 이상 증가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록 케이블방송 사업자였지만 미디어 산업 변화의 중심에서 인터넷이 미디어 산업 핵심이라는 것을 인지한 컴캐스트는 이제는 브로드캐스팅 회사가 아니라 브로드밴드 회사라는 전략 아래 인터넷 가입자 확보를 위해 많은 투자를 해 왔다. 그 결과 미국 최대 인터넷 가입자를 확보한 최대 브로드밴드 회사가 됐다. 인터넷 가입자가 방송 가입자를 추월한 지도 꽤 지났다.

인터넷에서 주도권을 잡고 이제는 차세대 미디어 중심이 될 스트리밍 비디오로 초점을 옮기는 것이다. 컴캐스트가 바라보는 것은 고객이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가격으로 원하는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직거래(DTC) 모델을 포함, 변화하는 미디어 산업 지형이다. 새로운 지형에서 아주 큰 역할을 하기를 원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인터넷 가입자를 위한 스트리밍 박스 플렉스가 탄생했다. 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피콕' 출시와 함께 피콕이 컴캐스트의 스트리밍 미디어 전략에 최전방에 나서고 있다. 피콕은 4월 출시 이후 벌써 1000만 가입자를 확보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컴캐스트 다음 퍼즐 맞추기는 유니버셜스튜디오와 레버리지를 거두는 것이라고 예상된다. TV에서 테마파크까지 모든 부문 간 협력을 통해 기업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심포니'로 불리는 내부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 케이블로 방송 사업을 시작한 컴캐스트는 여러 번 거대 인수합병(M&A)을 통해 미국 최대 케이블회사가 됐다. 2010년 지상파인 NBC를 포함해 다양한 회사를 인수하면서 콘텐츠와 기술을 확보, 수직·수평 계열화를 통해 미국 최대 미디어그룹으로 변신했다.

장기 계획 속에 이뤄진 전략이 있었기 때문에 단기 실적으로만 평가하진 말고 회사 전략을 보고 회사 미래를 평가해야 한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온 것이다. 미래를 차근차근하게 준비해 온 컴캐스트만큼은 더 이상 쇼트텀 아메리카가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다가올 겨울을 위해 땀 흘리며 준비하는 개미의 모습을 보게 된다.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khsung200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