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기업가정신'

벤처 1세대 대표 기업인 주성엔지니어링의 황철주 회장은 '기업가'와 '사업가'를 구분하자고 말한다. 그는 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직도 맡고 있다. 비슷한 표현이지만 차이를 둔다. 기업가는 영리를 목적으로 기업에 자본을 제공하고 경영하는 사람이면서 다른 가치를 추구한다.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비전, 추진력, 창의력 등을 이용해 기존에 없는 새로운 혁신 가치를 창출해 내는 사람이다.

[데스크라인]'기업가정신'

사업가는 대개 이윤을 목적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 조금 더 세속적으로 회사 경영에 임해 이득을 극대화하려는 사람이다. 기업가는 '혁신→창업→성공'을 좇는 사람이고 사업가는 '기업설립→이익추구'에 집중하는 사람이다. 황 회장은 '기업가 정신'과 '기업가정신'도 달리 보자고 한다. 전자는 기업가가 하는 생각이나 견해다. 후자는 혁신과 성공을 찾는 기업가 특유의 문화, 정신을 고유명사로 규정한 개념이다.

엄밀한 정의는 내리기 어렵지만 기업가정신은 도전하면서 세상을 혁신하고 성과를 내려는 의지를 포함한다. 이를 주변으로 확산시켜서 좋은 기운을 퍼뜨리자는 뜻도 담는다. 정신은 물질을 지배한다. 이 때문에 좋은 뜻과 의지가 주변 및 세상을 바꾸고, 결과물의 질과 양을 결정한다. 좋은 기업가정신이 꼭 기업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사회 전반에 기업가정신을 확산할 필요가 있다. 학생, 공무원, 전업주부에게도 적용하면 더 나은 결과를 낼 수 있다. 사회 전반의 레벨업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창업하려는 사람이 있다. '어떻게 해서 매출을 내고 이익을 높일까'만 고민하는 사업가와 '세상에 없는 가치를 만들어서 세상의 개선점을 찾겠다'는 기업가가 있다면 어느 쪽이 더 성공 확률이 높을까.

[데스크라인]'기업가정신'

조직 내부의 회사원도 기업가정신이 있다면 출발부터 다르다. 주어진 일만 처리하는 사람과 주도적 생각으로 업무를 이끄는 임직원 가운데 누가 선호될 것인지는 명확하다. 공무원은 이윤 추구가 필요 없는 대표 직군이다. 좋은 정책을 만들어서 잘 집행하는 것을 '절대 선'으로 여기는 사람이다.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도 일반 기업가보다는 덜한 편이다.

공무원도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한다면 훨씬 더 나은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다. 혁신하고 내 자원을 투입해서 가장 효율 높은 방안을 찾으려 한다면 좋겠다. 정책이 잘못됐을 때 생길 손실까지 감안하는 기업가정신도 필요하다. 이런 공무원이 는다면 정부 정책의 실효성이 높아질 것이다. 정치인은 특히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 정치인의 결정 가운데 '자기 회사라면 이렇게 운영할까' 싶은 생각을 들게 하는 건이 적지 않다. 정권 창출이나 국회의원 수 확보만을 목표로 한다면 기업가가 아닌 사업가 마인드다. 기업가정신을 덧붙여 불합리한 정책 결정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데스크라인]'기업가정신'

기업가는 한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을 책임진다. 임직원을 고용, 사회 안전망 구축에도 기여한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 기업가에 대한 존중심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이제는 우리 상황에 맞는 좋은 기업가정신 정립이 필요한 때다. 이 과정에서 모범을 보일 좋은 기업가가 많아지면 좋겠다. 나아가 사회 전반에서 건전한 정신으로 기업가처럼 판단하고 활동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길 기대한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