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국감, 올해는 다를까

지난해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 모습 <전자신문DB>
지난해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 모습 <전자신문DB>

'국감의 시간'이 다가왔다.

곧 있을 한가위 명절 연휴를 쇠고 나면 바로 2020년 국정감사의 막이 오른다. 올해 개원한 21대 국회의 첫 국감이다. 지난 4월 총선에서 당선된 21대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175명이 초선이어서 절반 넘는 의원들이 국감에 '데뷔'하는 셈이다. 상임위원회와 의원실별로 국감 질의용 자료를 요청하고, 증인·참고인 신청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이에 대비하는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등 피감기관에도 긴장감이 팽팽하게 흐른다.

국감은 매년 기대감 속에 시작되지만 아쉬움과 허탈감으로 마무리되는 이벤트다. 여야 의원 모두 일찌감치 1~2개월 전부터 피감기관의 정책 성과와 과오를 짚어 내겠다며 면도날 국감을 예고한다. 그러나 막상 국감을 마치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다. 기억나는 것은 국회의원의 고성과 손가락질, 증인·참고인의 얼버무리기식 어정쩡한 답변 정도다.

지난해 국감도 별 차이는 없었다. 이른바 '조국 국감'으로 불릴 정도로 모든 국감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슈로 도배됐다. 한쪽은 저격수, 한쪽은 수비수가 되어 상임위 구분 없이 '조국 대전'을 치렀다. '공정'이라는 중요한 가치에 관한 것이어서 국민 관심도도 높았지만 20대 국회 마지막 국감의 모든 자원이 이슈 하나에 쏠리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그나마 결과도 신통치 않았다. 의혹만 부풀렸다.

10월 7일 시작 예정인 21대 국회 첫 국감은 좀 다를까. '혹시나' 했다가 '역시나' 하고 돌아설 것을 알면서도 어설픈 기대감을 품어 본다.

21대 국회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절반이 넘는 초선의원이다. 자신을 뽑아 준 유권자들에게 첫선을 보이는 국감인 만큼 의지가 강하다. 처음 접하는 국감이어서 서툴거나 실수도 하겠지만 적어도 과거 국감의 구태를 답습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 초선의원 나름의 관점으로 새로운 접근 방식을 취할 수 있다. 합리적인 지적을 하는 의원에게는 국민이 먼저 박수를 보낼 것이다.

이는 해당 피감기관에도 혁신 촉매제가 될 수 있다. 국회의원의 문제 제기에 따라 국민도 함께 관심을 기울이고 기관의 문제점을 들여다본다면 국감보다 몇 배는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도 올해 국감의 변수로 꼽힌다. 국회는 최근 확진자 발생 또는 방문으로 일시 폐쇄와 개방을 반복했다. 국감 기간에 자칫 코로나 감염 상황이라도 발생하면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된다.

사안과 상황에 따라서는 오프라인 국감을 고집하지 말고 온라인 원격 국감도 실시해 볼 만하다. 피감기관장이나 주요 기업 대표를 앞에 앉혀 놓고 윽박지르는 의원들만의 소통 방식을 양보한다면 못할 것도 없는 일이다. 실제로 보건복지위원회는 일부 일정을 비대면 영상회의로 하기로 했다.

지난해 이맘때쯤 본지의 같은 지면에 실린 칼럼을 되돌아보니 공교롭게도 제목이 '국감, 내년엔 달라질까'다.

2019년 국감을 마치고 난 후 쓴 글이다. '시작은 요란해도 끝나고 나면 별다른 소득 없는 국감'이라는 아쉬움을 담았다. 그래도 '내년(2020년)'엔 달라지길 바라는 기대감을 곁들였다.

또 한 번 속을까 봐 걱정도 들지만 21대 국회의 새 얼굴 초선의원과 그들로부터 긍정적인 자극을 받을 선배 다선의원 모두에게 기대를 걸어 본다. 초유의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 경제를 새로운 기회로 이끌려는 의지는 여야를 떠나 다 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감, 올해는 다를까.'
이호준 정치정책부 데스크 newlevel@etnews.com

[데스크라인]국감, 올해는 다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