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드라이브]지프 글래디에이터 "어디든 갈 수 있는 상남자 픽업"

지프 글래디에이터.
<지프 글래디에이터.>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Go Anywhere, Do anything.)'

지프 브랜드 캐치프레이즈에 가장 잘 어울리는 상남자스러운 픽업 '글래디에이터'를 시승했다. 올해 9월 공식 출시 전 2주 만에 올해 초도 물량 300대가 팔려나간 완판 신차다. 1947년부터 반세기 동안 지프가 트럭 등을 만들며 쌓아온 노하우를 집약한 모델이다. 적재함이 있지만, 일반 트럭처럼 화물 운송보다는 다양한 레저 활동에 초점을 맞춘 라이프스타일 픽업이라 볼 수 있다.

지프 글래디에이터.
<지프 글래디에이터.>

글래디에이터는 긴 차체에 적재함을 갖춘 톡톡 튀는 외모로 가는 곳마다 시선을 모은다. 주차장에 세우두면 30~40대 남성들이 몰려들 만큼 관심이 높았다. 디자인은 랭글러 등 기존 지프 대표 모델들의 정체성을 그대로 계승했다. 멀리서도 지프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7-슬롯 그릴이 대표적이다. 밝은 흰색을 발산하는 LED 헤드램프와 안개등은 야간 시인성이 뛰어나다.

지프 글래디에이터.
<지프 글래디에이터.>

차체 크기는 일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보다 압도적으로 길다. 전장은 5600㎜, 전폭 1935㎜, 전고 1850㎜에 축간거리가 3490㎜에 달한다. 공차 중량은 2305㎏, 트렁크 용량은 1005ℓ 수준이다. 차체가 길고 넓지만 능숙한 운전자라면 복잡한 서울 도심에서도 무리 없이 주행할 수 있다. 다만 골목길 주행이나 주차 시에는 회전 방향이 넓어 주의가 필요했다.

지프 글래디에이터.
<지프 글래디에이터.>

차체는 루프나 도어를 완전히 탈부착해 컨버터블처럼 활용할 수 있다. 트럭베드라 불리는 적재함은 세로 153cm, 가로 145cm, 높이 45cm 크기로 깊고 넓은 구조다. 트럭베드 내 좌우에는 LED 라이트와 모서리에 고정용 고리가 있고, 230V AUX 파워 아웃렛도 사용할 수 있다.

지프 글래디에이터 실내.
<지프 글래디에이터 실내.>

트럭베드에 여행용 캐리어를 싣고 달려보니 주행 중 미끄러지지 않고 원래 자리를 그대로 유지했다. 화물이 잘 움직이지 않는 재질로 바닥을 마감한 덕분이다. 안쪽에는 트레일 레일 카고 매니지먼트 시스템이라 불리는 세 개의 트레일 레일과 고리가 있어 스키나 스노보드 캐리어, 바이크 등 다양한 레저 용품을 싣을 수 있다. 상단부는 적재 공간 보호를 위해 덮개 형태의 롤-업 소프트 토너 커버를 장착했다.

8.4인치 터치스크린을 갖춘 지프 글래디에이터 센터페시아.
<8.4인치 터치스크린을 갖춘 지프 글래디에이터 센터페시아.>

실내 역시 랭글러와 인테리어 구성이 흡사하다. 적재함 탓에 실내 공간이 좁지 않을까 우려했으나 앞뒤 좌석 모두 성인 남성이 탑승하기에 무리가 없을 만큼 넓었다. 목 받침과 허리 보호 기능을 갖춘 가죽 버킷 시트는 편안한 자세를 만들어 준다. 2열 시트 아래 마련한 수납공간이나 휴대용 블루투스 스피커처럼 활용할 수 있는 등 세심한 기능도 여기저기 숨겨뒀다.

2열 시트 아래에 숨겨진 수납공간.
<2열 시트 아래에 숨겨진 수납공간.>

계기판은 7인치 TFT 컬러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다. 타이어 공기압이나 음악 재생, 디지털 속도계를 포함한 다양한 정보를 설정해 사용할 수 있다. 4세대 유커넥트 시스템을 적용한 8.4인치 터치스크린은 애플 카플레이를 통해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간편하게 연결할 수 있다. 터치스크린 아래에는 실내 온도 조절과 볼륨 컨트롤 노브, 미디어 연결 포트 등이 자리했다.

2열 시트 뒤쪽에 자리한 휴대용 블루투스 스피커.
<2열 시트 뒤쪽에 자리한 휴대용 블루투스 스피커.>

시동을 걸면 커다란 엔진이 우렁찬 음색을 들려준다. 파워트레인은 4기통 2.0ℓ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한 랭글러와 달리 6기통 3.6ℓ 펜타스타 자연흡기 엔진을 장착했다. 최고출력은 6400rpm에서 284마력, 최대토크는 4400rpm에서 36.0㎏·m를 발휘한다. 고회전을 사용해야 최대치의 힘을 뽑을 수 있는 세팅이지만 2000~3000rpm 영역에서도 무난한 가속력을 보여준다. 이와 맞물린 8단 자동변속기는 충격 없이 매끄러운 가속을 유도한다.

지프 글래디에이터 2열 시트.
<지프 글래디에이터 2열 시트.>

동력은 락-트랙 HD 풀타임 4WD 시스템을 통해 네 바퀴로 고르게 전달해 노면과의 접지력을 높인다. 타이어는 255/75R 17 규격으로 트레드가 울퉁불퉁한 오프로드용 제품이다. 일반 온로드 주행에서 무난한 성능을 보여주지만 고속 주행에선 차량 특성상 직진 안정성이 다소 떨어진다.

서스펜션은 앞뒤 모두 5-링크 방식을 채택했다. 오프로드 등에 최적화된 세팅이나 온로드에서도 기대 이상 편안하게 요철을 걸러냈다. 일반 프레임바디 SUV와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 승차감이다. 픽업 특성상 복합 연비는 6.5㎞/ℓ로 낮은 편이다. 시승 당일 도심에서 5~6㎞/ℓ, 고속도로에서 7~8㎞/ℓ 정도를 달릴 수 있었다.

지프 글래디에이터.
<지프 글래디에이터.>

오프로드를 위해 특화된 기능도 있다. 셀렉-스피드 컨트롤은 기어를 4L로 바꾸면 페달을 쓰지 않고 험로를 탈출할 수 있어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 조작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지프 사륜구동 기능을 인증하는 빨간색 배지도 받았다. 이 배지를 단 모델은 40.7도의 진입각, 250㎜의 최저 지상고, 2721㎏에 이르는 최대 견인력 등을 제공한다.

지프 글래디에이터.
<지프 글래디에이터.>

이날 시승한 글래디에이터는 다재다능이란 말이 떠오르는 픽업이었다.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들었다. 미국인들의 무한한 픽업 사랑이 조금은 이해됐다. 가격은 6990만원이다. 전 세계적 인기로 올해 들여올 300대가 출시 전 모두 팔렸다. 지금 계약하면 내년에나 차량을 받을 수 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