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나비엔, 친환경 바람타고 '1조 클럽' 가입 시동

작년 매출 8739억…전년比 12.9% 성장
수요 일정한 국내시장 넘어 해외 공략
美·러 친환경 보일러 시장서 '1위' 차지
2024년 美 공장 완공 땐 해외매출 비중↑

지난해 2월 러시아에서 열린 아쿠아썸 모스크바 2020 행사 내 경동 나비엔 부스 전경.(사진=경동 나비엔 제공)
지난해 2월 러시아에서 열린 아쿠아썸 모스크바 2020 행사 내 경동 나비엔 부스 전경.(사진=경동 나비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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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나비엔이 보일러 업계 최초 매출 '1조 클럽' 가입에 시동을 건다. 일찌감치 해외에 눈을 돌린 전략과 전 세계 불고 있는 '친환경' 보일러 흐름이 기대감을 높인다.

15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경동 나비엔은 지난해 매출 8739억원, 영업이익 665억원, 당기순이익 422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 대비 12.9% 성장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48.4%, 51.6%나 대폭 뛰었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은 친환경 보일러(콘덴싱) 수요 증가와 해외 사업 호황이 크게 작용했다. 2020년 4월부터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 시행으로, 수도권 등 대기관리권역 내 친환경 보일러 설치가 의무화됐다. 약 500억원에 달하는 정부, 지자체 보조금까지 지원하면서 교체 수요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연간 보일러 시장 20%에 육박한 총 36만1266대가 친환경 보일러로 교체했다. 경동나비엔은 친환경 보일러 설치 바람을 타고 관련 시장을 적극 공략, 외연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실제 친환경 보일러는 일반 가스 보일러 대비 20만원가량 더 비싸다.

성장은 해외 사업이 이끌었다. 세계 최대 규모 미국 시장에서 성과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3분까지 미국법인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5% 증가한 2779억원을 기록했다. 온수기, 친환경 보일러 분야 1위를 유지하며 탄탄히 다져 놓은 기반이 고공 성장 연료가 됐다. 여기에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 중인 러시아와 중국이 뒤를 받치면서 매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해외사업이 날개를 달았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 온수기는 2008년 이후, 콘덴싱 보일러는 2010년 중반 이후 1위를 차지하며 시장을 탄탄히 다져놨다”면서 “코로나19 영향으로 홈오피스가 늘면서 리모델링 수요에 따라 작년 미국 시장 실적이 좋았다”고 말했다.

올해 보일러 업계 최초 매출 1조원 돌파에 관심이 쏠린다. 성숙된 국내시장 보다는 해외에서 얼마만큼 성과를 거두는지에 따라 '1조 클럽' 가입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실제 국내 보일러 시장은 연간 150만~160만대로 수요가 일정하다. 지난해 정부 보조금 열풍을 타고 친환경 보일러 수요가 늘었지만 교체 수요일뿐 신규 수요는 미미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지원금 규모도 대폭 줄어 300억원 수준에 그쳤다. 국내 교체 수요도 집중해야 하지만 해외 시장 공략이 성장 모멘텀이 넓다.

경동나비엔은 2000년대부터 해외시장에 눈을 돌려 안정적 기반을 구축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해외 매출 비중은 전체 57%를 차지했다. 친환경 보일러나 가스 온수기 등에서 미국과 러시아에서 이미 시장 1위를 차지한다.

경기도 파주 경동나비엔 파주대리점에서 고객이 친환경 1등급 보일러를 보고 있다.(사진: 전자신문 DB)
경기도 파주 경동나비엔 파주대리점에서 고객이 친환경 1등급 보일러를 보고 있다.(사진: 전자신문 DB)

올해 역시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리모델링 수요, 친환경 보일러 교체 수요 등이 지속 발생하면서 국내외 사업 모두 긍정적 전망이 나온다. 실제 IBK투자증권은 콘덴싱 의무화와 중국 등 신흥시장 성장으로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15.6%(1조102억원), 영업이익은 28.9%(857억원) 늘어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매출 1조 돌파는 성숙된 국내 보일러 시장에서 해외 시장 공략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한 성공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19년 기준으로는 업계 전체 보일러·가스 온수기 수출액 중 경동나비엔이 차지하는 비중은 84%가 넘을 정도로 압도적 활약을 펼쳤다.

제한된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일찍부터 해외로 눈을 돌려 기술개발과 생산설비 투자에 힘써 시장 1위를 차지한 것은 업계에 던지는 메시지가 강하다.

업계 관계자는 “연평균 130만대 수준에 머무는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을 개척했다는 점은 높이 사야 한다”면서 “900여억원을 투자해 마련 중인 미국 버지니아주 생산·물류공장이 완공되는 2024년에는 현지 매출 비중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동나비엔 연도별 매출 추이>

경동나비엔, 친환경 바람타고 '1조 클럽' 가입 시동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