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만 열면 오류"... 교육 정보시스템 체계화 시급

작년 에듀파인부터 시스템 개통할때마다 초기 오류로 몸살
온클 개발기간 짧았지만 학기 일정때문에 무리해 추진
근본적인 교육 정보 시스템 체계화 시급
민간 활용으로 리소스 낭비도 줄여야

유은혜 사회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이 EBS 기술상황실을 방문해 오류 해결 상황 설명을 듣고 있다. <교육부 제공>
유은혜 사회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이 EBS 기술상황실을 방문해 오류 해결 상황 설명을 듣고 있다. <교육부 제공>

신학기 초부터 개통에 따른 오류가 발생하면서 교육정보시스템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1월 K-에듀파인, 4월 온라인클래스와 e학습터 개편, 올해 재구조화까지 모두 개통 초기 오류와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교육 분야에서는 시스템만 열면 오류가 난다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학교 현장과의 소통 부족, 관리체계 부실, 쌓아 놓은 노하우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점이 근본 원인으로 보인다.

개학 이후 일어난 다수의 EBS 온라인클래스 오류 문제는 개발 시간이 절대 부족했는데도 많은 기능을 넣고자 한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학교 현장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핵심 기능을 압축해서 선별하고, 충분한 테스트를 거쳐 확장해 나갔어야 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제가 터진 후 개발사는 촉박한 시간에 기능을 완성하지 못한 채 오픈했다고 시인했다.

새 온라인클래스에서는 지난 2일 입학 이후 학습 진도 미표시, 영상수업 추가 개설 불가, 초대링크 오류 등 다양한 기능 오류가 나왔다. 이를 개선하고 추가 확인하는 과정이 반복됐다. 개발사 GSITM과 NHN, EBS, 교육부에 이르기까지 전 관계자들은 국민 불편을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했다.

예고된 혼란이었다. EBS는 지난해 9월 28일 계약해 5개월 동안 분석·설계부터 개발, 시범 운영까지 모두 진행하고 공식 개통했다. 이 정도 규모의 개발에는 최소 7개월에서 통상 10개월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촉박한 기간이다. 이 때문에 참여사는 동시 개발 형태로 진행했다. 심각한 시스템 오류가 아니라 개발 미완성에 따른 오류들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왔다. 심지어 개학일인 2일 EBS는 정상 가동되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오류로 말미암아 몸살을 앓았다.

김유열 EBS 부사장은 “학습관리플랫폼은 담임과 교육과정 선정 때문에 2학기에 새로운 시스템을 적용할 수는 없다”면서 “이번에 오픈하지 않으면 결국 1년을 더 늦춰야 하는 문제 때문에 촉박하지만 무리해서라도 개발을 추진했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오류가 원격수업 2년차에 발생했다는 점이다. 선도교사 테스트도 진행하고 개발 초기부터 교사 의견을 수렴했다고 했는데도 시스템을 처음 대하는 교사들은 학교 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자원은 부족하면서 민간을 활용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처음부터 개발 기간이 촉박하다 보니 무모한 도전을 택했다. 민간에서 오랜 기간 테스트를 거친 시스템을 활용한다면 혼란을 막을 수 있겠지만 모든 기능을 공공에서 제공해야 한다는 인식이 컸다. 심지어 교육부 내부의 노하우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교육 관련 시스템은 국립대 학습관리시스템(LMS)을 비롯한 다양한 시스템이 있지만 그동안 운영하고 개발한 노하우가 신규 시스템 개발에서 공유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래 교육에서 정보화 시스템은 교육 과정 운영에 가장 중요한 도구지만 담당 부서는 흩어져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발의된 교육정보화기본법도 이를 지적하고 교육부·교육청·국립대·공공기관 자원을 공유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7일 “앞으로는 데이터에 기반을 둔 교육 시스템으로 발전해 가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체계로는 더 큰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공공 교육정보 시스템 체계화는 물론 민간이 데이터를 활용해 편리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구조를 구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