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지난해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코로나19 직격탄으로 그룹 양대 축인 유통과 화학 분야가 모두 흔들리며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었다. 줄 잇는 대내외 악재 속에서 재계 5위 자리도 위태롭다는 이야기까지 나돌았다.
그러던 롯데가 올해 들어 극적 반등에 성공했다. 체질 개선을 위한 고강도 쇄신과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신동빈 회장의 공격적 경영 행보가 주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자신문이 롯데그룹 상장기업 9개사(롯데지주·쇼핑·하이마트·케미칼·정밀화학·제과·칠성·푸드·정보통신)의 1분기 실적과 시가총액을 분석한 결과 영업이익은 10배, 시가총액은 1.5배 각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10대 그룹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수익 개선이다. 코로나19 기저효과가 주원인이지만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소비 회복세, 업황 정상화 등이 맞물리며 뚜렷한 턴어라운드를 일궈 냈다.
올 1분기 롯데그룹 9개 상장사의 영업이익 총액은 8698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865억원 대비 905.2% 증가했다. 영업 실적이 1년 만에 무려 10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 5대 그룹의 영업이익 신장률이 75.5%인 점을 감안하면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10대 그룹으로 범위를 넓혀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외형과 내실을 모두 챙겼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2조2388억원에서 13조3647억원으로 9.2% 늘었다. 순이익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롯데 9개 상장사는 지난해 1분기에 코로나 악재로 휘청이며 148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지만 올해 들어 7744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지주사인 롯데지주를 포함해 롯데케미칼, 롯데칠성 등 계열사가 적자에서 벗어난 덕분이다.
유통 부문의 경우 백화점이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 롯데백화점의 1분기 영업이익은 103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61.3% 증가했다. 소비 회복세와 사업 재편, 부진점 정리 효과가 맞물렸다. 백화점 선전에 힘입어 롯데쇼핑 1분기 영업이익은 18.5% 증가한 618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제과와 칠성음료·푸드 등 그룹 식품 사업도 나란히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둔 곳은 롯데케미칼이다. 롯데케미칼은 올 1분기 영업이익 6238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860억원 적자였다. 매출액도 4조1683억원으로 27.3% 증가했다. 대산공장 재가동과 글로벌 경기 회복에 힘입어 그룹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지난해 롯데케미칼의 극심한 부진은 그룹 입장에선 뼈아팠다. 그룹 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통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화학 부문은 그룹 실적을 지탱하는 역할을 해 왔다. 신 회장도 화학 사업을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며 힘을 실어 줬다. 그러나 유통과 화학의 동반 침체로 롯데는 리스크 헤징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룹 전반에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며 시장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롯데그룹의 1분기 기준 시가총액은 23조45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4조5561억원 대비 58.3% 증가했다. 지난해 말 20조8441억원과 비교해도 성장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10대 그룹 시가총액이 평균 42% 늘어나는 동안 롯데는 유일하게 2.24% 감소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롯데그룹은 올해를 턴어라운드 원년으로 삼아 새 먹거리 창출에 나선다. 고부가 화학 제품과 배터리 소재, 바이오 등을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낙점하고 공격적 투자를 이어 갈 방침이다.
롯데케미칼은 전기차 배터리 소재 산업에 21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본업인 유통업의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노린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