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보조금 비리, 근절대책 다시 세워야

유재희 경제금융증권부 기자.
유재희 경제금융증권부 기자.

보조금 부정수급 문제는 지난 2017년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씨는 2007년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된 이래 10년간 복지 혜택을 챙겼다. 수억원 후원금을 받고 고급차까지 소유하면서도 기초생활보장급여를 1억원 넘게 편취했다.

보조금 관리의 민낯이 드러나자 정부는 2018~2019년 보조금 사업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경각심은 떨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국고보조금 수요가 늘었지만 사업별로 파악했던 보조금 부정수급 적발 현황은 깜깜이다.

기획재정부는 2019년까지만 해도 '보조금 부정수급 관리강화 방안'에 영향력 있는 통계를 담았다. 부정지급 건수가 많은 보조금 사업분야를 공개하면서 파장을 일으킨 것이다.

정부는 2019년 상반기 기준 보조금 부정수급 환수액을 분야별로 분석했다. 전체 부정수급 환수액에서 '고용 61.2%' '복지 24.6%'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서류를 조작하거나 신분을 위장해 고용·복지 사다리 정책을 악용한 사례가 고발됐다.

이후 정부는 매년 부정수급 적발과 환수 절차를 진행했지만 사업별 부정수급, 환수액을 공개하지 않았다. 매년 5월 보조금관리위원회를 개최했지만 부정수급 관련 현황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후 국고보조금 지출 규모는 지속 늘었지만 보조금 관리 공백은 여전하다.

2017년 기준 70조원이던 보조금 규모는 올해 기준 100조원에 근접했다. 그러나 부정수급 적발 건수는 오히려 줄었다. 2020년 부정수급 적발이 약 10만건, 환수결정 금액은 302억원이다. 2019년(적발 건수 약 20만건, 환수 결정액 862억원)에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에 대해 정부는 “보조금 비리가 줄었다”고 역설하진 않았다. “감염병 확산으로 부정수급 현장 점검이 제한돼 적발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감염병 확산 속 부정수급이 늘었을 것이란 예측이 팽배하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 확산으로 가계·고용난(難)이 심화하면서 고용·복지 보조금 사업 수요는 더 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소외계층 대상으로 한 정부 대책에서 보조금은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청년·장애인 고용장려금 등 수요가 커지고 있는데 해당 사업들은 부정수급 비중이 높은 '고위험군 보조금 사업'으로 지목된 사업이다.

앞으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보조금 수요는 더 늘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보조금 통계·부정 수급 현황을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보조금 사업 구조조정을 과감히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보조금 사업 예산이 정부 총지출 예산의 20%까지 접근하고 있다. 재정관리 측면에서도 보조금 부정수급 사례를 지속 적발, 공개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선 보조금 사업에 '먼 돈' '임자 없는 돈'이란 오명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