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수출 제한으로 우리와 무역 전쟁에 들어간 지 2년이 지났다. 지난 2019년 7월 일본은 우리 산업계를 타깃으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수출 규제를 단행했다. 소부장은 우리 산업의 아킬레스건이었다. 국내 주력산업의 하부 구조를 담당하는 소부장에서 우리나라는 일본으로부터의 수입 비중이 꽤 높았다. 당시 우리 산업계에 감돈 위기감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전화위복'이라 했다. 위기는 기회를 낳았다. 일본의 도발은 우리 기업과 정부를 한뜻으로 똘똘 뭉치게 했고, 결국 '기술 독립 애국자'를 대거 탄생시켰다. 이른바 '소부장 강소기업'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우리나라 제조업이 전반에 걸쳐 심각한 타격을 받으리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최근 소부장 관련 100대 핵심 품목에 대한 대일 의존도는 15.8%를 기록,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소부장 강소기업의 매출은 2년 사이 20% 넘게 증가했다. 오히려 일본의 수출 규제가 우리나라 소부장 강소기업을 빠르게 성장시키는 실마리가 됐다.
정부는 적절한 지원과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면서 성과에 한몫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우리 대기업의 노력도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여기에 현장에서 묵묵히 '기술 독립'을 외치며 소부장 산업 자립을 이뤄낸 우리 강소기업의 숨은 공로를 빼놓을 수 없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같은 거대 산업은 소부장을 담당하는 1, 2차 협력업체와 하나의 생태계로 묶여 있다. 정부와 대기업만의 노력으로 단기간에 국산화를 이루거나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소부장 강소기업은 '히든 챔피언' '언성 히어로'다. 공로에 비하면 인지도가 낮다. 소부장은 전형적인 기업간거래(B2B) 산업이다. 이 때문에 일반인이 세부적인 노하우와 기술 가치를 이해하기 어렵다. 세계 곳곳에 경쟁자가 있기 때문에 특유의 노하우를 외부에 크게 자랑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
최근 '비대면 경제'가 이목을 크게 끌면서 벤처 투자 대부분이 인터넷 기반 플랫폼 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우리 소부장 중소기업들은 최근 설립돼 각광 받는 플랫폼 스타트업처럼 많은 주목을 받지도 못해 온 것이 사실이다. 소부장 기업은 묵묵히 자기 분야에서 기술을 축적하면서 세계 유수의 기업군과 경쟁하고 있다. 최근 인기 있는 플랫폼 기업 다수가 국내에 존재하고 있던 기존의 전통산업을 대체하고 내수에서 성장한 것과 출발부터 다르다.
전자신문은 우리 소부장 강소기업의 숨은 공로를 외부에 알리고, 미래 소부장 기술 개발을 더욱 독려하자는 취지로 '기술독립 강소기업 대상'을 준비했다. 24일 그 첫 시상식이 열릴 예정이다. 수개월 동안의 심사 과정에서 우리가 잘 모르고 있던 숨은 '강소기업'이 이렇게 많다는 점에 우선 놀랐다. 심사위원은 옥석을 가리는 게 쉽지 않을 정도로 정말 우수한 기업이 다수 지원했다고 평가했다. 소부장에서 이미 훌륭한 성과를 거뒀고 성장 가능성이 짙은 강소기업 풀이 많다는 점은 미래 대비 차원에서도 고무적인 일이 될 것이다. '소부장 강소기업'은 대한민국의 힘이다. 숨은 공로자가 아니라 주인공 자격을 충분히 갖췄다. 더 큰 인정과 투자, 보상이 있으면 한다. 그래야 앞으로도 소부장 분야에서 훌륭한 대한민국 강소기업이 꾸준히 더 많이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