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깐부 공화국

'자 지금부터 제20대 대선 게임을 시작하겠습니다. 참가자들은 '1도 2부 3빽'을 준비해 주십시오.' 50억원 받은 참가자 탈락입니다. 대장동 깐부로 확인돼도 아웃입니다. 그분을 말하면 바로 정치적 사망입니다. 자 갑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오징어게임은 K-컬처 위상을 드높였다. 가장 한국적인 게 세계적일 수 있음을 증명했다. 100개국 이상 국가 시청자들은 왜 이토록 열광했을까. 드라마는 한국 사회 문제를 총망라한 종합선물세트다. 무엇보다 드라마 주인공 기훈이 현재의 나이고, 미래의 모습일 수 있다는 보편성에 매료된다. 인간사 우정과 의리, 욕망도 표출된다. 깐부 간 신뢰와 처절한 배신도 연출된다. 일단 도망치고 여차하면 부인하고 마지막으로 빽을 있는대로 동원하라는 범법의 정석도 차용됐다.

화룡점정은 구슬놀이다. 반전의 반전이 시작된다. 서로 좋아하거나 코드가 맞는 파트너를 고르게 한 뒤 상대를 죽여야 내가 생존하는 설계가 흥미롭다. 끔찍하면서도 인생사를 잘 녹여냈다. 이익배분 문제를 놓고 사이가 틀어진 대장동 사람들을 연상케 한다. 대장동 게임 설계자, 관전자 그리고 참가자 모습과 오버랩 된다. 물론 현실과 드라마는 분명 차이점이 있다. 오징어게임은 승자독식이고 대장동 게임은 다자독식이다. 이를 위해 5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정치적 생명보험을 들었다. 7% 지분이 70%에 달하는 수익률을 가져가는 것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설계 공정 논란이 나오는 포인트다. 원주민들은 수백억원에 달하는 돈 잔치를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깐부 권력자들은 돈 샤워를 한다. 국민과 원주민들은 분노의 눈물을 흘린다.

지난 4·7 서울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는 이른바 LH선거로 요약된다. 사익 추구보다 국가 시스템 붕괴를 걱정하는 마음이 당락을 좌우했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내곡동 생태탕과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엘시티 의혹은 결과적으로 논란으로 끝났다. 실체적 진실을 끝내 가려지지 못했다. 이보다 국민은 LH라는 공적기관의 도덕적 해이에 철퇴를 가했다. 내년 3월 9일 20대 대선도 마찬가지다. 사실상 대장동 대선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기억이 잘 안 난다' '잘 알지 못한다'라는 답변이 난무한다.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기 쉽지 않다. 이슈를 덮기 위한 또 다른 게 나올 수도 있다. 1여년 진행된 '검수완박' 영향 탓인지 검찰 칼날도 과거보다 무뎌졌다. 50억원 클럽에 대한 수사 의지도 없어 보인다. 대장동 게이트 불똥이 어디로 튈지 관심을 끌지만 치명타는 될 수 없다. 50억원 수혜자가 밝혀진다면 국민의힘이, 설계자 귀책사유가 규명된다면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에 악재다.

오징어게임이 주는 교훈 가운데 하나는 돈과 권력을 한 손에 모두 넣지 말라는 것이다. 머니구슬과 명예구슬을 한 손에 모두 쥘 때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곧 죽음이다. 정치적 사망이다. 드라마 연출자는 부를 선택할지, 명예를 선택할지 계속 재촉한다. 권력과 재력을 모두 쥐려는 자, 타깃이 된다. 승자독식 사회에 경계심을 나타냈다.

문재인 정부의 전반전은 적폐청산, 후반전은 검찰개혁으로 요약된다.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결과적으로 20대 대통령 선거에 나선 유력 후보들은 법조인이 많다. 그래서 이번 대선은 판·검사 변호사 게임이 되고 있다. 대장동 개발 특혜의혹을 비롯해 주요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고발사주 의혹까지 검사 변호사가 주연, 조연으로 등장한다. 물론 대장동 판도라 상자는 내년 대선까지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과거 BBK사건 사례가 교훈이다.
이제 대선이 불과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3월 9일 이후에는 국민의 시간이 돼야 한다. 국민은 누가 진정 나라와 국민을 위한 대통령인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 '같이 살자. 우린 깐부잖아'라고 손을 잡아 줄 지도자가 선택받길 기대한다.

[데스크라인]깐부 공화국

김원석 정치정책부 부장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