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기술 부문 전망에서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가 디지털 트윈이다. 디지털 트윈 솔루션 범주 구분에 따라 시장 규모는 달라지지만 해외 시장조사 업체는 디지털 트윈 시장이 5~6년간 평균성장률을 40~50%로 전망하고 있을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비즈니스 환경 내 자산과 시스템이 복잡해지면서 이를 개발, 관리, 유지하는 방식도 진화한다. 사물이나 환경의 정확한 디지털 재창조가 디지털 트윈이다.
전문 3D 소프트웨어가 비디오, 이미지, 청사진 또는 다른 데이터를 활용해 만든 디지털 트윈은 제조 부문을 필두로 의료 및 헬스케어, 공공, 유틸리티 등 분야를 막론하고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특히 고가의 물리적 물체를 다뤄야 하는 산업 부문에서 주목하고 있다.
◇제조:생산라인 자재 절감·다운타임 최소화
제조업에서 디지털 트윈은 생산 공정을 시뮬레이션하는 데 주로 사용된다. 기계, 제조 도구 및 기타 장치에 연결된 센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제 제품, 장비 요소, 생산 프로세스 또는 전체 시스템의 가상 표현을 만들 수 있다. 생활용품 제조업체 유니레버는 생산 공장의 디지털 트윈을 만들었다. 사물인터넷(IoT) 센서는 각각 위치에서 온도, 모터 속도 등과 같은 실시간 성능 데이터를 기업 클라우드에 공급한다. IoT 디지털 트윈은 고급 분석 및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사용해 복잡한 'what-if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하고, 이를 통해 최적 운영 조건을 판별한다.
◇의료:태아 심장질환 연구·암 생애주기 치료
㎜부터 몇 마일 단위까지 사물을 정교하게 3D이미지로 복제할 수 있게 되면서 의료분야 디지털 트윈 사례가 늘고 있다. 폴란드 야기에우워대 의과대학 산부인과 의료진은 기술진과 협력해 실재하는 가장 작은 신체 조직에 디지털 트윈을 적용한다. 바로 태아의 심장이다. 신생아 100명 중 1명 정도가 선천성 심장질환을 갖고 있으며 시급한 치료가 출생과 동시에 이뤄지지 않으면 치명적이다.
초음파 시뮬레이터는 비싸고 부피가 크며, 의대에서 이를 갖추고 있는 곳은 드물다. 야기에우워 의대 산부인과에서는 디지털 트윈 기술로 태아심장 VR(FHVR:Fetal Heart VR)을 만들어서 의대생 교육과 훈련을 돕고 있다. FHVR는 임산부 복부와 같은 돔을 프로브로 살펴보면서 정상 심장 박동과 비정상 심장 박동을 비교 연구한다. 암 연구에도 디지털 트윈 힘을 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11월 의학 부문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는 미국 각지 의학 연구자 7명이 공동 저술한 기고가 게재됐는데 암 환자의 임상 연구에 디지털 트윈 기술 기반 CPDT(Cancer Patient Digital Twins)를 확대 적용하자는 것이다.
◇공공·유틸리티:도시 개발에서 시행착오 최소화
디지털 트윈은 도시 전체, 나아가 국가 단위로도 적용할 수 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정부는 4000만달러를 투입해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주 전역으로 확장하는 '스페이셜 디지털 트윈'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이는 3D와 4D 데이터로 시각화해 건물, 지형, 재산 경계 및 유틸리티(수도, 가스, 전기)에 대한 계획을 작성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이다. 지형 공간, 천연 자원 등 정부 전반에 걸친 데이터 소스를 제공하고 센서로부터 얻은 실시간 피드를 통합해 업계와 정부기관 의사결정자들, 기획자, 설계자에게 통찰력을 주기 위한 것이다.
◇소매유통:스마트 선반과 함께 판촉 최대화
소매유통업계에서는 공급망과 매장 둘 다에서 활용할 수 있다. 프랑스 슈퍼마켓 체인점 인터마셰는 IoT 지원 선반과 판매 시스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제 매장 디지털 트윈을 만들었다. 매장 관리자는 재고를 쉽게 관리하고 다양한 매장 배치 효과를 테스트할 수 있다. 상점 내 디지털 트윈은 RFID 리더, 모션 센서, 스마트 선반이 캡처한 데이터를 사용한다. 이는 고객 움직임과 구매 행동을 분석하고, 제품 최적 배치를 테스트할 수 있게 해준다. 공급망 시뮬레이션을 위해서는 전사자원관리(ERP)와 기타 비즈니스 시스템 데이터, 실시간 센서 및 장비 데이터를 사용한다. 모델은 자산, 창고, 자재 흐름, 재고 위치, 인력 등을 포함한 공급망 성능을 포괄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 디지털 트윈 모델을 현지 교통 상황이나 날씨 등 외부 실시간 데이터와 결합하면 공급망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막을 수 있고 물류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박현선기자 hspark@next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