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신 마비 환자, 척수에 전극 이식하자 하루만에 걸었다

걷기는 물론 감각조차 느끼지 못했던 하지 마비 환자들이 척수에 전극을 이식 받고 운동 능력을 회복했다. 성공적인 수술 예후로 척수 신경이 손상된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열렸다.

7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스위스 로잔 연방 공과대학교(EPFL)은 척수 전극 이식 수술을 받은 하반신 마비 환자 3명이 모두 걸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게재됐다.

EPFL 소속 신경과학자이자 논문 공동자저인 그레고리 쿠르틴 교수는 “척수가 심각하게 손상된 환자를 위해 고안한 수술”이라고 말했다. 운동 능력과 감각을 모두 상실한 환자들이 척수를 자극하는 전극 이식을 통해 다시 걸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세 명의 참가자 가운데 하나인 미셸 로카티(29) 씨는 5년 전 오토바이 사고로 척수가 완전히 끊어졌다.

보통의 경우 척수가 끊어진 환자는 다시는 걸을 수 없지만, 전극 이식을 받은 그는 몇 시간만에 휠체어에서 일어설 수 있었다. 어색한 첫 걸음을 내디딘 로카티 씨는 이후 수개월 간 재활치료 끝에 보행기에 의지해 보다 자연스럽게 걸을 수 있게 됐다. 걷기 외에도 자전거 타기, 수영하기까지 가능하다.

다리와 몸통 근육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척수신경 바로 위에 전극을 이식하는 것이 수술의 핵심이다. 복부에 이식된 심박 조율기가 특정 운동을 관장하는 뉴런을 조절하는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SW)를 제어한다. 이는 환자 보행기 위에 놓인 태블릿을 통해 조종할 수 있으며, 전극을 보내는 버튼을 누르면 환자가 운동을 수행할 수 있다.

로카티 씨는 “처음 걸었을 때 믿을 수 없었다. 꿈이 실현된 것”이라고 수술 성공에 대한 기쁨을 드러냈다. 그는 “몇 개월간 강도높은 재활 치료를 거치면서 올 봄까지 1km의 거리를 걷자는 일련의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이번 수술을 받은 환자는 모두 29~41세 남성이다. 연구진은 여성에게도 비슷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쿠르틴 교수는 이번 수술에 활용한 기술이 ‘놀라운 수준’이라고 말하는 한편, 완벽하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막대한 수술 비용이 들고, 적은 가능성이지만 감염이나 척수 손상의 위험이 잔재한다”며 “향후 몇 년 간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임상시험 등을 통해 보다 발전된 형태로 더 많은 환자들에게 제공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