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군에 없던 '깜짝 인사'…흥국생명·화재 대표 내정 뒷말 무성

임형준 흥국생명 대표 내정자
임형준 흥국생명 대표 내정자
임규준 흥국화재 대표 내정자
임규준 흥국화재 대표 내정자

태광그룹 보험 계열사 흥국생명과 흥국화재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 선임에 대해 여러 뒷말이 나오고 있다. 시장 예상을 깬 깜짝 인사가 단행된 것과 관련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경영 복귀 신호탄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흥국화재가 최근 대표로 내정한 임규준 전 금융위원회 대변인은 최고경영자(CEO) 승계를 대비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관리해온 후보군 명단에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흥국화재는 지난해까지 6명의 CEO 후보군을 관리해왔다. 내부 임원 1명과 5명의 외부인사였다. 외부 후보군은 다시 금융회사 출신 4명, 비금융회사 1명으로 나뉜다.

임규준 내정자는 기자 출신이다. 1963년생으로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87년 한 경제지에 입사했다. 한 직장에서 27년 간 근무하며 국장까지 지냈다. 2016년부터는 금융위 대변인(국장)을 맡았다.

흥국생명은 아예 관리하는 CEO 후보군 자체가 없었다. 2019년까지 내부 임원 1명을 후보군 명단에 올려뒀으나 2020년부터는 그마저도 하지 않았다. 금융회사가 꼭 CEO 후보군을 관리할 필요는 없지만 흥국생명은 자체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임추위는 최고경영자 후보군을 관리한다'고 명시해 놓고 있다.

1962년생인 임형준 흥국생명 대표 내정자는 연세대 경제학과와 이 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1987년 한국은행에 입행했다. 임원인 부총재보까지 맡았고, 현재는 KB생명 상근감사로 재직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선 두 내정자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각각 금융위와 한은에서 금융 전문성을 익혔다고는 해도 보험사 CEO를 맡기엔 보험업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현직 대표들이 보험사, 저축은행 등 금융권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들이라 이번 인사가 더 생경하다는 인식이다.

업계는 이번 인사에 이 전 회장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은 2012년 횡령·배임과 법인세 포탈 등으로 태광그룹 회장 자리에서 물러난 지 10년째다. 8년 넘는 법정 공방 끝에 지난해 10월 만기 출소했다.

태광그룹엔 흥국생명, 흥국화재, 흥국증권, 예가람저축은행, 고려저축은행, 흥국자산운용 등 6개 금융사가 있다. 은행 빼고 종합금융그룹에 버금갈 만큼 다양한 계열사가 있는 셈이다. 증권 등 다른 금융 계열사 후속 인사도 예상된다.

흥국생명과 흥국화재는 다음 달 열리는 각사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신임 대표를 정식 선임할 예정이다. 흥국생명과 흥국화재는 “금융 분야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은 전문가를 영입함으로써 건강한 조직문화를 구축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을 확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