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 반도체 매출이 1990년대 반도체 초황기에 견줄 정도로 성장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인수합병(M&A)이 활발해지면서 시장 주도권을 거머쥐기 위한 움직임도 거세질 전망이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는 15일(현지시간) 작년 세계 반도체 매출이 5559억달러(약 665조1899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26.2% 증가한 수치다. 2017년 4000억달러를 넘어선 이후 4년 만에 5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올해에는 6000억달러로 껑충 뛸 것으로 전망된다.
시스템과 메모리 반도체가 고르게 성장했다. 시스템 반도체 매출은 30.8% 증가한 1548억달러, 메모리 매출은 30.9% 늘어난 1538억달러를 기록했다. 정보기술(IT) 기업이 데이터센터 투자를 확대하고 전자기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 판매량이 크게 증가했다. 차량용 반도체 매출은 전년 대비 34.3% 증가한 264억달러로 역대 최대를 달성했다. 아날로그 반도체 매출은 740억달러 규모로 전년 실적보다 33.1% 늘었다.
반도체 기업 실적도 사상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과 TSMC가 각각 매출 94조원, 68조원을 기록하며 최대 성과를 거뒀다. 인텔은 매출 1위 자리를 삼성전자에 넘겨줬지만 전년 대비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기업 매출은 작년 대비 1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3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 가는 셈이다. 1993~1995년 전대미문의 반도체 호황기에 이어 두번째다.
주요 기업은 인수합병(M&A)과 대규모 투자로 덩치 키우기에 나섰다. 인텔은 이날 세계 8위 파운드리 업체 '타워' 인수를 공식화했다. 8인치 웨이퍼 기반의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 진출로 반도체 공급 부족 상황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AMD도 자일링스 인수를 완료하며 신시장 개척에 시동을 걸었다. 대규모 설비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TSMC는 올해 역대 최고 수준인 440억달러 이상을 투자한다. 인텔도 현재까지 400억달러 투자를 공식화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대규모 투자에 나설 전망이다. 최대 실적을 기록한 만큼 '총알'은 충분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국내 기업 투자 계획을 조사한 결과 올해 민간 반도체의 총 투자 금액은 56조7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대기업은 물론 반도체 생태계를 구성하는 중소·중견기업 투자도 만만치 않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와 후공정 분야 중소·중견기업 투자는 1조8000억원, 팹리스·전력 반도체 등 시스템 반도체 중소·중견기업 투자 계획은 1조3000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2020·2021년 12월 글로벌 반도체 매출(단위 10억달러)
자료: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