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분야 지역 연구개발(R&D) 전담 기관 운영이 지방자치단체마다 제각각이어서 지역 주도 R&D 정책기획이나 성과관리 및 평가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과학기술 중심 혁신성장이 중요해짐에 따라 지역 연구개발(R&D) 추진체계에 대해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지자체가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017년 10월 '과학기술 중심 지역혁신 기본방향'을 발표하면서 지역 주도 R&D 이슈 설정, 기획 및 연구역량 강화 추진을 위해 전국 17개 시·도에 지역 과학기술 기획 및 평가 전문기관 운영을 권고했다.
정부 권고에 따라 과학기술진흥조례에 근거해 지역 R&D 사업을 전담하는 별도기관을 설립·운영하는 지자체 조례를 제정, 실제로 전담 기관을 설립해 운영하는 지자체는 부산(BISTEP)과 경기(GBSA), 대전(DISTEP), 충남(CIAST) 등 단 4곳뿐이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는 전담 기관 운영에 드는 예산이 연간 60여억원에 달해 지역 R&D 사업 예산 대비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별도기관을 설립하진 않았지만, 기존 조직을 지역 R&D 전담 조직으로 공식 지정한 곳은 대구(대구테크노파크)와 전북(전북테크노파크), 전남(전남테크노파크) 등 3곳이다. 이 가운데 대구는 올해 초 대구테크노파크 대구과학기술진흥센터가 대구시로부터 지역 R&D 사업 전담 조직에 지정돼 추가적인 예산을 지원받게 됐지만, 대구시 산하 별도기관 독립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나머지 10개 지자체는 지역 R&D 전담 조직 설립과 지정 근거를 명시한 관련 조례를 제정만 해놓거나 아예 관련 조례를 제정하지 않았다. 경북과 강원, 충북, 인천, 광주, 세종, 제주 등 7곳은 관련 조례로 R&D 사업 전담 기관을 공식 지정하지 않았지만 관련 업무를 하는 기관을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 경북은 조만간 R&D 사업 관련 정책기획·성과를 관리해 온 구미전자정보기술원 소속 경북과학기술진흥센터 기능을 확대해 경북과학산업기획평가원을 올해 안에 공식 운영할 계획이다. 평가원을 경북도 산하 부설기관으로 옮겨 인력과 예산을 투입, 지역 R&D 기획 및 평가관리 기능을 강화하면서 중장기적으로 별도기관 독립을 고심하고 있다.
이처럼 지역 R&D 사업 정책기획이나 성과관리·조사·분석·평가를 맡은 기관은 지자체마다 다르다. 지자체 산하 별도기관으로 설립하거나 테크노파크 소속 과학기술진흥센터나 정책기획단, 기초지자체 소속 과학기술진흥조직, 해당 지역 경제연구원 등 다양하다.
이렇다 보니 지역 R&D 이슈를 설정하거나 기획할 수 있는 역량이 분산돼 지역 수요에 최적화되고 지역산업을 주도할 제대로 된 R&D 기획이 나오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새로운 정부가 균형발전 차원 과학기술에 다양한 공약을 제시하고 있는 만큼 지역 R&D 전담 조직 운영에 대한 추진체계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관련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지역 전문가는 “지역이 자기 주도적으로 R&D 이슈를 발굴·설정하고, 기획해 연구역량을 강화해야 하지만 전문화되고 체계적인 R&D 사업 전담 기관이 없다 보니 지역 주도 R&D 기획이 부실해지고 R&D 역량 강화에도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