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크] 전기차 주행성능 강화하는 'e-터레인'

현대자동차가 제네시스 브랜드 중 최초로 전기차 'GV70' 전동화 모델에 'e-터레인 모드'를 적용했다. 기존 터레인 모드는 노면 상황에 따라 운전자가 적합한 주행 모드를 선택하면 시스템이 네 바퀴의 미끄러짐을 감지한 뒤 구동력과 제동력을 최적화한다. 다양한 지형에서 주행 성능을 높일 수 있어 아웃도어 활동이 많아진 최근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필수 기능으로 여겨진다.

[카&테크] 전기차 주행성능 강화하는 'e-터레인'

e-터레인 모드는 기존 터레인 모드와 동일한 기능을 제공하지만 그 효과는 월등히 뛰어나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갖지 못한 전기차만의 장점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e-터레인 모드는 기존 터레인 모드와 동일하게 스노(눈길), 머드(진흙길), 샌드(모래길) 등 세 가지 모드를 지원한다. 운전자가 주행 환경에 따라 세 가지 모드 중 하나를 선택하면, 시스템이 노면 특성에 따라 모터의 출력을 조절하고 앞뒤 바퀴에 구동력을 배분하며 제동을 제어하는 것도 유사하다.

시스템을 제어하는 영역에서 차이가 있다. 전기차 구동계가 내연기관차보다 덜 복잡하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무겁고 복잡한 다단화 변속기 대신 1단 감속기를 사용하며, 구동계에 클러치라는 동력 제어 기구가 필요 없다. 덕분에 '모터-감속기-드라이브 샤프트-바퀴(타이어)'로 이어지는 동력 전달 과정을 간소화할 수 있다.

내연기관차에서는 구동력 배분(AWD), 제동(ESC), 변속패턴(TCU), 엔진 토크 및 응답성(ECU) 등 네 가지를 통합 제어해야 했으나 e-터레인 모드에서는 모터 및 구동계(VCU)와 ESC 제어만으로 기능 구현이 가능하다.

e-터레인 모드와 터레인 모드의 제어 방식
e-터레인 모드와 터레인 모드의 제어 방식

또 다른 특징은 모터 사용이다. 내연기관은 일정 회전수에 이르러야만 힘이 발생한다. 반면에 모터는 회전을 시작하는 즉시 최고 출력과 최대 토크를 제공하기에 반응속도가 빠르다. e-터레인 모드는 모터의 이런 특성과 간소화된 구동계 제어 방식을 통해 순간적으로 앞뒤 동력을 100:0 또는 0:100으로 배분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내연기관차에는 없는 디스커넥트 액츄에이터 시스템(DAS)을 활용해 시스템의 반응 속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 DAS는 전기차의 전비 향상을 위해 전륜에 위치한 구동 모터와 전륜 구동축을 물리적으로 분리함으로써 2WD(후륜) 모드로 주행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다.

e-터레인 모드는 DAS 특성을 역으로 이용한다. 즉, 운전자가 e-터레인 모드를 선택할 경우 DAS의 2WD 모드 작동을 제한하고 상시 AWD 상태를 유지한다. 덕분에 다양한 노면 변화에 기존 터레인 모드보다 빠르게 반응할 수 있다.

이 같은 차이는 e-터레인 모드의 명확한 장점으로 이어진다. 스노, 머드, 샌드 등 다양한 주행 상황을 마주할 때 힘이 필요한 구동축에 동력을 신속하고 확실하게 전달함으로써 내연기관차 터레인 모드보다 민첩하고 안정감 있는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