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새도 떨어졌다"…'50도 폭염'으로 몸살 앓는 인도

'300년→3년' 이상고온 주기 짧아져

인도가 폭염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 50도에 달하는 폭염은 하늘에 나는 새까지 땅바닥으로 떨어뜨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비영리단체 지브다야 자선 신탁이 운영하는 인도 서부의 한 동물병원에서만 한 달간 약 2000마리의 새를 구조됐다. 동물보호단체 와일드라이프 에스오에스 역시 인도 일부 지역에서 폭염으로 다친 새를 최소 250마리 구했다고 밝혔다. 멸종위기종인 이집트대머리수리를 포함해 솔개, 검은 뻐꾸기, 원숭이 올빼미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지난 5일 관측된 인도 델리(오른쪽 아래) 열섬 현상. 인구와 경제가 집중돼 있는 도시는 세계 1차 에너지의 80%를 소비하고 전체 온실가스의 60% 이상을 배출한다. 이에 따라 주변 지역보다 온도가 높은 현상을 ‘열섬’ 현상이라고 한다.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JPL-칼텍
지난 5일 관측된 인도 델리(오른쪽 아래) 열섬 현상. 인구와 경제가 집중돼 있는 도시는 세계 1차 에너지의 80%를 소비하고 전체 온실가스의 60% 이상을 배출한다. 이에 따라 주변 지역보다 온도가 높은 현상을 ‘열섬’ 현상이라고 한다.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JPL-칼텍

영국 국립기상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도 북서부와 파키스탄의 폭염은 기후 변화로 인해 발생 빈도가 100배 늘었다. 이는 자연적으로 312년마다 발생하던 이상고온 현상이 앞으로는 3.1년에 한번 꼴로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18일 유엔 역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4대 핵심 지표(온실가스 농도, 해수면 상승, 해수 온도, 해양 산성도)가 역대 최악이라며 기후변화의 ‘적신호’가 켜졌다고 경고했다. 2020년 이산화탄소 농도는 413.2ppm으로 산업화 이전 대비 149%에 이르는 수준이다.

5월 16일(현지시간) 촬영된 이라크 상공. 먼지 폭풍에 휩싸였다.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지구관측소
5월 16일(현지시간) 촬영된 이라크 상공. 먼지 폭풍에 휩싸였다.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지구관측소

연일 기후 위기 경고가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비단 인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주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면 전 세계 기후위기의 심각성이 느껴진다.

지난 16일 지구를 관측하는 아쿠아 위성은 이라크와 사우디 아라비아 상공의 사진을 보내왔다. 한 눈에 봐도 심각한 먼지 폭풍이 가득하다. 지난 4월부터 이어진 먼지폭풍으로 이라크 18개 주(州) 가운데 7개 주 관공서가 일시적으로 문을 닫았다고 미 항공우주국(NASA) 지구관측소는 전했다. 기후 변화와 토지의 과잉 사용이 가뭄을 가져왔고, 먼지 폭풍의 빈도를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1999년(왼쪽)과 2021년 저수지 수위 비교.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지구관측소
1999년(왼쪽)과 2021년 저수지 수위 비교.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지구관측소

콜로라도 강은 콜로라도의 로키 산맥에서 미국 남서부를 지나 흐른다. 와이오밍·콜로라도·유타·애리조나·뉴멕시코·네바다·캘리포니아 등 미국 남서부 7개 주와 멕시코 북부 4000만 명 이상 주민들에게 식수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500만 에이커에 이르는 농업지와 목축지의 관개하는 주요 물 공급원이다. 하지만 현재 콜로라도 강은 말라가고 있다. 1999년과 2021년 랜드샛 위성이 촬영한 사진을 비교하면 이 변화는 두드러진다.

지난 1월 9일(왼쪽)과 달리 3월 23일 산산조각으로 부서진 콩거 빙붕.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지구관측소
지난 1월 9일(왼쪽)과 달리 3월 23일 산산조각으로 부서진 콩거 빙붕.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지구관측소

남극의 동부해안은 지난 3월, 이상 고온에 시달렸다. 과거 3월 평균 기온이 -48℃이다. 반면 올해 3월 18일 이 지역은 -11.8℃까지 치솟았다고 남극 동부 내륙에 있는 콩코르디아 관측소는 전했다. 이 같은 고온은 이탈리아 로마 크기와 맞먹는 1200㎢ 면적의 ‘콩거 빙붕'(Conger ice shelf)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이 장면은 유럽우주국(ESA)의 코페르니쿠스 센티넬2 위성에 고스란히 담겼다. 빙상이 녹아내리면 해수면 상승을 야기한다. 실제로 2013∼2021년 전 지구 해수면 높이는 연평균 4.5㎜씩 상승해 1993∼2002년 사이의 상승 속도보다 2배 이상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실패한 인류에 관한 암담한 내용"이라며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이 붕괴하며 기후 재앙이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우리의 유일한 집을 불태우기 전에 화석 연료 오염을 종식하고 재생 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