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총격으로 숨진 10살 소녀…아빠의 애절한 한마디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의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격 참사 희생자들 신원이 하나둘 확인되면서 유가족들이 슬픔에 휩싸였다.

26일(현지시간) CNN 방송, 가디언 등 외신은 현재까지 희생자 9명의 시신이 가족들에게 인계됐다며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학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인 지난 24일, 한 총격범이 텍사스주의 롭 초등학교 4학년 교실에 들이닥쳤다. 그는 학교 진입 직전 길에서 본 할머니를 향해 총격을 가했을 뿐만 아니라, 무고한 어린이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이 사고로 어린이 19명, 교사 2명 등 최소 21명이 숨졌다.

희생자의 가족들은 가족의 생사여부도 모른 채 사건 당일 시민회관에 모였다. 자신의 가족이 희생자 중 하나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DNA 면봉을 수사관들에게 제공해야하는 가슴 아픈 임무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이번 총격으로 숨진 애머리 조 가자(10)의 아빠 에인절 가자는 사건 당일 "7시간 동안 내 사랑에 대해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내 딸을 찾도록 도와달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리고 다음날 오전, 그에게 비보가 전해졌다. 에인절 가자는 "기도와 우리 아이를 찾으려는 도움에 대해 모든 이들에게 감사한다. 내 딸을 찾았다. 내 작은 사랑은 이제 저 위의 천사들과 함께 높이 날고 있다"며 딸의 사망 소식을 알렸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단 한 순간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말라. 가족을 안아줘라. 그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라. 애머리 조야, 사랑해"라고 썼다.

이어 “내 딸은 아무 잘못도 없는 상냥한 소녀다. 그저 내 딸이 왜 희생자가 되어야만 했는지 알고싶다”고 참담한 심경을 전했다.

제이비어 하비어 로페즈(10)는 24일 뛰어난 성적을 낸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아너 롤'(honor roll) 명단에 이름을 올려 친구들로부터 축하를 받은 지 몇 시간 만에 참변을 당했다.

축하 행사에 참석한 엄마 펄리시아 마티네즈는 사진을 찍어주며 로페즈에게 자랑스럽고 사랑한다고 말했는데, 이는 생전 마지막 인사가 됐다.

마티네즈는 "그게 아들과 보낸 마지막 순간이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면서 "그는 재미있었고, 절대 심각하지 않았다. 그 아이의 미소는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랑스러운 소년 ‘우지야 가르시아’, 야구를 좋아하던 재빠른 소년 ‘호제 플로레스 주니어’, 소프트볼 선수이자 올A로 우수상을 받은 소녀 ‘렉시 루비오’, 디즈니월드 가족여행을 위해 열심히 저축하던 소녀 ‘테스 마리 마타’까지 모두 같은 반이자 이번 사건의 희생자다.

아델린이 어머니 이바 머렐레스를 추모하는 글을 올렸다. 사진=아델린 트위터
아델린이 어머니 이바 머렐레스를 추모하는 글을 올렸다. 사진=아델린 트위터

어린이뿐만 아니다. 총격 사건은 아델린에게서는 어머니 이바 머렐레스(44)를 빼앗아갔다.

아델린은 트위터를 통해 “엄마, 당신은 내 영웅이에요. 이 현실이 믿기지 않아요. 그저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싶을 뿐이에요”라며 “항상 내게 영감이 되어줘서 고마워요. 난 영원히 엄마의 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울 거에요. 사랑하는 엄마, 우리 나중에 다시 만나요”라며 추모하는 글을 올렸다.

머렐레스는 여가 시간에는 달리기와 하이킹, 자전거 타기, 가족과 함께 있는 것을 즐기는 활기찬 성격의 어머니이자 17년차 교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교사이자 네 아이의 어머니 이루마 가르시아(48)도 학생들을 보호하다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