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협업 '오픈 이노베이션의 생존전략'

외부지식 통합·흡수 그쳐선 기업 경쟁력 유지 쉽지않아
내부 지식 공유할 수 있어야 창의적 아이디어 발견 가능
폭 넓은 지원·연구상 수여 등 머크 개방형 혁신 실천 노력

[ET시론]협업 '오픈 이노베이션의 생존전략'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국내 오픈이노베이션 조직 갖춘 해외기업 수

디지털 시대에 기업은 신기술을 빨리 파악하려고 한다. 다른 이들과의 아이디어 교류는 신기술 파악의 핵심 요소로 부상했다. 개방형 혁신 이니셔티브의 성공은 학생, 스타트업, 외부 파트너와의 협업이 점점 더 중요한 혁신 견인차가 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생존 전략으로서 혁신의 힘

현대적이고 글로벌화된 경제에서 기업이 가진 혁신의 힘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노키아나 코닥 같은 기업을 떠올려 보면 쉽다. 과거 업계 리더였던 두 기업은 스마트폰과 디지털 사진 기술 발전을 포용하지 못했다. 경쟁에 밀려 시장에서 고전했다. 2021년 블룸버그 혁신지수에서 세계 1위 혁신 국가로 선정된 한국에서는 혁신이 놀라울 정도로 가속되고 있다. 하지만 난제 또한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와 웹상 이용 가능한 지식으로 혁신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개별 기업이 우세한 지식 경쟁력을 유지하기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럼에도 위협으로 보이는 것이 동시에 주요한 기회의 원천이 된다는 점 또한 확신한다. 기업은 현대 경제의 개방성과 소위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접근법을 활용, 더욱 혁신적으로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주로 외부의 지식을 기업의 내부 혁신 프로세스에 통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외부 당사자에게 스스로를 개방하고 자기 지식을 공유할 때에만 비로소 이 접근법의 잠재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잠재적인 협업 파트너의 조건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고객, 공급업체, 연구기관, 학생, 스타트업 그 누구와도 협업이 가능하다. 목표가 새로운 프로젝트 공동 개발이라면 모든 사람이 잠재적 아이디어의 원천으로 고려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노력이 어느 정도 이뤄져 왔다. 한국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하는 최고 기관은 한국무역협회(KITA)라고 본다. 70년 넘게 활동해 온 KITA는 한국에서 가장 큰 비즈니스 조직이다. KITA의 주된 목표는 기업의 글로벌화 노력을 지원하는 동시에 한국에서 비즈니스 관계를 추구하는 해외 기업과의 연결을 도움으로써 무역을 통해 한국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면 2019년에는 스타트업이 파괴적 혁신 아이디어를 내고, 네트워킹과 함께 글로벌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 '스타트업 브랜치'(Startup Branch)를 코엑스에서 열었다.

[ET시론]협업 '오픈 이노베이션의 생존전략'

◇기업 외부를 바라보는 것은 가치 있는 일

머크도 폭넓은 지원 프로그램과 상 수여를 통해 혁신적 아이디어의 열린 교류를 지원한다. 개방형 혁신의 훌륭한 예시로는 머크의 '이노베이션 컵' '머크 연구상' 지원금 프로그램 또는 퓨처 인사이트 데이의 일환으로 수여되는 '퓨처 인사이트 프라이즈' 등이 있다. 머크 이노베이션 컵은 생명과학, 컴퓨터 과학, 경영학 분야의 뛰어난 학생들을 초대한다. 학생들은 종양학, 자가면역학 등 의학 분야에서의 미해결 난제에 대한 아이디어를 머크 전문가와 함께 공동 개발한 후 이를 토대로 구체적이며 상용화가 가능한 계획으로 발전시킨다. 참가자는 제약산업 연구개발 작업 기초를 배우고, 같은 참가자와 지난회 경연 참가자들 간 네트워킹 기회를 잡는다.

머크 연구상(Merck Research Grants)은 도전적이며 유망한 분야의 혁신 연구를 촉진하기 위해 제정됐다. 연구 분야로는 디지털 혁신, 바이오일렉트로닉스와 신약 개발 등이 포함된다. 머크 퓨처 인사이트는 매해 저명한 전문가 패널이 보건·에너지·영양 분야의 최대 글로벌 난제 해결에 기여한 연구자와 연구팀을 선정한다. 올해는 이산화탄소 전환 분야, 선구적 제품의 미래 현실화를 위한 토대가 되는 연구 그리고 재생가능 에너지, 물,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사용해 탄소를 줄인 고에너지밀도 전지 분야에 배정됐다. 우리가 현재 분명히 체감하고 있는 것처럼 인류 생존을 위해 연구와 혁신이 필요한 분야다.

◇지식은 은, 공유된 지식은 금

창의적 아이디어는 부족한 것이 아니라 발견이 필요할 뿐이다. 다른 이들과의 교류에서도 마찬가지다. 머크가 구체적으로 다루는 주제와 혁신 아이디어에 적절한 파트너가 될 스타트업을 찾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본사와 미국 외에 중국의 머크 혁신 허브에서 머크 차이나 액셀러레이터를 통해 중국 시장 진출 또는 중국 시장을 위한 제품을 개발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을 지속 선정하고 있다. 프로그램에는 전 세계 스타트업이 응모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스타트업 아웃리치 프로그램이 작년부터 시작했으며, 올해도 하반기 모집을 계획하고 있다. 머크 목표는 혁신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 위해 힘을 합치고, 지속 가능한 파트너십 구축과 동시에 서로에게 배우는 것이다.

다른 이들과의 개방형 혁신 추구는 분명히 가치가 있어 보인다. 시장조사 기업 뤼넨동크와 감사법인 언스트영(EY)이 공동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이미 기업 자체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추구한다고 응답한 기업 비율은 거의 절반에 달했다. 이러한 기업 중 94%는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가시적인 성공을 거뒀다. 외부 파트너와의 협업으로 상용화 가능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머크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머크 전략의 확실한 구성 요소로 보고 있다. 이노베이션 컵, 퓨처 인사이트 상과 같은 프로그램은 머크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을 실천하는 방식을 보여 주는 이상적인 사례다. 이러한 프로그램과 다른 이니셔티브가 미래에 어떤 독창적 아이디어를 배출할지 매우 궁금하다. 우리는 결코 오픈 이노베이션을 일시적 유행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디지털 시대만큼 서로에게서 배우는 것이 중요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카이 베크만 머크일렉트로닉스 회장(CEO) communication.mkor@merckgroup.com

◇카이 베크만 머크 일렉트로닉스 회장은…

1965년 생으로, 1984~1989년 독일 다름슈타트공대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다. 1998년 근무와 학업을 병행하며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9년 머크 정보기술(IT) 컨설턴트로 입사했으며, 1999~2004년 정보 관리와 컨설팅 부서 임원으로 일했다. 2007년 머크 최고정보책임자(CIO)로 임명돼 기업 정보 서비스를 총괄했다. 머크 최고행정책임자(CAO)로서 그룹 인사, 비즈니스 테크놀로지, 조달, 사내 컨설팅, 사이트 운영 및 비즈니스 서비스와 환경·건강·안전·보안·품질을 총괄했다. 2011년 머크 이사회 멤버로 합류, 2017년 9월부터 머크 일렉트로닉스 CEO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