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지식재산서비스산업, 육성 시책 시급하다

[기고]지식재산서비스산업, 육성 시책 시급하다

4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기술패권 시대, 패권 장악의 최대 무기인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다. 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은 지식재산 가운데 특허로 대표되는 산업재산권의 확보다. 더 나아가 지식재산 창출·보호·활용을 지원하는 지식재산서비스산업의 성장이 절실하다.

지식재산서비스는 지식재산 정보 분석을 기반으로 연구개발 또는 사업화 전략을 수립하거나 M&A 또는 기술침해대응 등의 활동을 지원하는 서비스다. 예를 들면 연구개발 과정에서는 특정 기술 분야에 어떤 특허들이 있는지 분석함으로써 틈새시장을 공략하거나 개량 기술을 개발하기 수월해진다. M&A 과정에서는 기술 간 연관성 분석을 통해 자사 보유 기술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회사를 선택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오래전부터 지식재산 정보를 분석하는 지식재산서비스 기업들이 있었다. 이들 기업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으며, 한국에도 다수 진출해 있다.

특히 최근에는 AI나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특정 기술 분야의 지식재산 정보를 과거보다 훨씬 빠르고 광범위하게 분석해서 양질의 자료를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사업모델을 출시해 왔다. 고품질 서비스를 바탕으로 시장을 빠르게 확장·선점하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 지식재산서비스 기업 상황은 열악한 수준이다. 한국지식재산서비스협회가 특허청의 의뢰를 받아 수행한 '2021년 지식재산서비스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매출액 10억원 미만이 전체의 75%에 달했다. 전문 인력 1인당 매출액도 1억원 미만이며, 이마저도 만성적인 전문 인력 부족 문제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이는 매출액이 약 2조원에 육박하고 전문 인력 규모도 1만명 이상인 해외 기업과 비교하면 처참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국내 기업도 AI 기술을 활용하거나 빅데이터 기반 분석을 시도하는 등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사업모델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국내 기업이 영세해서 개발자 또는 분석가 등 고급인력 확보가 어렵다. 또 평균 10억원에 달하는 개발 장비도 구매하기가 어려운 데다 사무실 확보조차 버거워서 우수한 아이디어가 사장되기도 부지기수다.

국내 지식재산서비스산업이 영세함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그럼에도 국내 기업 고사는 막아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기술패권경쟁 시대에서 지식재산은 과학·기술패권 장악의 핵심 수단이다. 특히 지식재산서비스기업은 국가 및 주요 기업의 기술보유·연구개발 현황 등 민감정보 파악이 용이하다. 해외기업에 지식재산서비스산업이 종속될 경우 과학·산업기술 안보가 위태로울 수 있다.

둘째 해외 글로벌 기업에서 제공하는 지식재산서비스가 상대적으로 우수하긴 하지만 대체로 고비용이 요구돼 중견기업 이상이 아닌 한 선뜻 구매하기가 어렵다. 이런 측면에서 국내 지식재산서비스기업의 성장은 수많은 중소기업이나 대학·공공연구기관의 지식재산 활동에 단비 역할을 할 것이다.

셋째 지식재산정보가 방대해짐에 따라 세계적으로 이를 분석하는 지식재산서비스 수요도 커지는 추세며, 머지않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를 것이다. 기존 제조업 위주에서 서비스 경제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시기에 지식재산서비스산업은 지식 기반의 고부가 산업으로서 미래 핵심 산업이 될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국내 기업이 아이디어만 있으면 우수한 지식재산서비스 개발에 몰두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식재산 주무관청인 특허청은 지식재산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창업이나 혁신적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지식재산서비스 창출을 지원하는 등 종합지원체계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하청일 한국지식재산서비스협회 미래준비위윈회 위원장 ciha@tech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