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택시요금 인상은 종착점 아닌 시작점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

택시기사가 증발했다. 2010년 13만명이던 법인택시 운전자는 2022년 6월 기준 7만 4000명에 불과하다. 무려 5만6000여명이 사라진 것이다. 승차난이 심화한 것은 역시나 코로나19 팬데믹 영향 때문이다. 사라진 운전기사의 절반이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부터 시장을 떠났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수요는 폭발했다.

어느 때보다 승차난이 심각해지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팔 걷고 나섰다. 문제의 원인을 저임금·장시간 근로로 인한 운수종사자 감소로 정의하고 요금 인상을 꺼내 들었다. 탄력요금제, 탄력호출료, 심야할증요금 인상 등이다. 택시산업의 숙원이던 택시요금 인상은 다양한 시도의 유인책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요금 인상은 문제 해결의 종착점이 아니라 시작점에 불과하다. 거리두기 완화로 발생한 극심한 승차난 '덕분'에 관심을 끌어냈지만 문제의 근본 원인은 코로나19가 아니라 지난 10년 동안 약 3만명의 법인택시 운전기사가 시장을 떠났다는 점에서 찾아야 한다. 일시적이 아닌 구조적 문제라는 의미다.

장시간·저임금 문제는 직접적인 요인이지만 무엇보다 운전기사 이탈 문제는 택시산업의 매력도가 낮다는 시각에서 봐야 한다. 운수종사자의 고령화가 그 증거다. 젊은 사람이 진입하지 않는다. 개인택시의 경우 60세 이상 운전자의 비율은 무려 83%이다. 법인택시도 절반 이상이 60대 이상이다. 어쩌면 저임금이 지적되는 이유는 기대할 것이 '돈'밖에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상황이 이렇다면 요금이 아무리 올라도 결핍을 느끼고, 문제는 반복된다. 코로나19 승차난으로 요금 인상이 사회적 공감을 얻고 있지만 과연 이후에도 가능할지 우려스럽다.

어렵게 논의된 요금 인상은 운수종사자 처우 개선 수단이 아니라 택시산업의 매력도를 높일 아주 작은 장치로 이해해야 한다. 현재의 요금은 산업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욕구조차 충족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에 인상이 불가피하다. 오늘날 택시시장은 다양한 이해관계 충돌로 한 걸음도 나아갈 수가 없다. 개인택시와 법인택시, 사측과 노측, 가맹택시와 비가맹택시 간 견제 및 다툼은 누구도 잘될 수 없는 환경을 조성했다.

현재 택시시장은 다툴 단계가 아니다. 머리를 맞대고 재정비해야 할 때다. 어설프게 등장하는 우버 형태 서비스의 도입은 그다음에 고민해도 늦지 않다. 택시산업이 있어야 우버류 서비스도 빛난다. 택시가 없으면 우버도 장점보다 단점이 도드라지게 된다. 특정 서비스 이름을 입에 담으면 혁신을 리드하는 주체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진 전문가들이 기억해야 할 점이다.

택시산업의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 제도는 유연해져야 한다. '공급증가' '운수종사자 확충'의 단기적 목표가 아니라 택시산업 스스로가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유연한 틀을 마련해야 한다. 모든 규제가 비효율적이라는 주장이 아니다. 변화에 걸맞은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즉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제도가 지원해야 한다는 의미다.

택시업계도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택시산업의 의미부터 찾아야 한다. 승객을 태워 주고 돈을 버는 서비스가 아니라 세상에 어떤 기여를 하는 서비스인지 운전기사·승객·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의미를 찾아야 한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음반 회사가 자신을 레코드나 테이프, CD 판매자가 아닌 음악공유자로 정의했다면 디지털로 변화된 환경에도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무리 완벽한 자율주행차가 나오더라도 공감할 수 있는 택시산업의 사회적 역할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임금이 낮다는 이유로 운전자가 떠나는 산업이 아니라 택시라는 수단으로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에는 임금이 낮으니 방법을 찾아보자고 제안하는, 택시에 진심인 근로자로 가득한 산업이 될 것이다.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 kimdy@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