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펨테크 혁신, 기술은 도구…여성건강 목표 분명해야

김도진 해피문데이 대표
김도진 해피문데이 대표

'펨테크'(Femtech)를 향한 관심이 날로 고조되고 있다. 펨테크는 여성(Femal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여성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도구·제품·서비스·웨어러블·소프트웨어(SW) 등과 관련된 기술을 이른다. 펨테크 애널리틱스는 '2022년 2분기 펨테크 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펨테크 세계 시장 규모가 지난해 253억달러 규모에서 2030년 973억달러로의 성장을 내다봤다.

국내에서도 관련 산업에 뛰어드는 이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펨테크 기업을 자처하며 사업을 전개하는 사례와 투자 소식이 연이어 들려온다. 전반적으로 여성 건강에 주목하고 삶의 질을 향상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건 분명 좋은 신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펨테크가 일시적인 유행 또는 마케팅 용어에 지나지 않게 될까 염려스럽기도 하다. 건강은 특정한 사건 또는 순간이 아니라 생애주기 전체에 걸쳐 지향하고 가꾸어 가야 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건강은 보편성과 다양성을 동시에 내재하고 있다. 사람은 모두 건강하기를 바라지만 성별, 연령, 유전, 사회경제 상황 등에 따라 고민과 해결방안은 천차만별이다. 여성 건강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임신·출산·월경 같은 산과·부인과부터 정신건강, 각종 질환과 식단, 운동 등 생활 전반까지 범위와 주제가 매우 다양하다. 여성 건강의 특수성을 고려하면서 단계와 문제를 세심하게 고민하고 이를 어떤 기술로 해결하는가를 제시하는 게 펨테크의 역할이다. 얼핏 비슷하게 들릴 수 있지만 '최신 기술을 여성 건강에 어떻게 접목할지 고민'하는 것과는 출발점과 지향점이 다르다.

월경을 주제로 한 펨테크를 예로 들어보자. 월경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기술 적용 방식과 최종 결과물은 달라진다. 임신을 중요하게 바라본다면 월경 주기를 예측하고 가임기를 계산하는 기술, 월경통 문제에 집중한다면 전문의 또는 약사와의 상담 서비스를 고려할 것이다.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월경을 중심으로 한 경험과 건강 관리를 다루는 서비스도 있다. 월경일에 용품이 없어서 당황하는 일이 없도록 개인의 월경 주기에 맞춰 선호하는 용품을 배송하는 정기구독 서비스나 월경 주기 전체에 걸쳐 신체와 감정 변화를 기록하고 케어할 수 있도록 하는 앱 서비스 등이다. 대부분 여성이 30년 이상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건강 보편 지표인 월경도 어떤 고민과 기술이 만나느냐에 따라 다른 펨테크가 된다.

주제와 방향을 명확히 설정했다면 해당 분야의 전문성과 기술력을 균형 있게 확보해야 한다. 의학 지식은 풍부하지만 디지털 기술 이해력 또는 실행력이 부족해서 제품 및 서비스 구체화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현장에서 종종 보게 된다.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머신러닝 등 최신 기술을 개념으로 막연히 아는 것과 실제로 응용하는 일은 완전히 다른 차원에 있다. 지식에 기술을 융합해서 현실로 구현하려면 각 부문에서 역량을 갖추고 협업하는 이들이 공동 목표를 이해하고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펨테크 비즈니스의 궁극적 목표가 여성 건강에 초점을 맞춰야 함을 다시 한번 강조해야 할 지점이다.

하나의 조직에서 헬스케어 전문가 자질과 디지털 기술력을 모두 갖추기 어려울 수 있다. 펨테크 생태계가 필요한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펨테크는 건강과 연결된 분야인 만큼 연구·사업·투자가 유기적으로 상생할 수 있어야 한다. 시장 성장 속도에 준하는 수준으로 생태계를 굳건히 다지고 확장할 때 비로소 여성 건강의 다양한 측면을 종합하고 입체적으로 혁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각 갈래의 인재와 기관이 여성 건강을 향한 열정을 바탕으로 고민과 아이디어를 적극 교환하고 수용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김도진 해피문데이 대표 biz@happymoon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