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동남아 진출, K-콘텐츠 바람 부는 지금이 적기

권윤아 쇼피코리아 지사장
권윤아 쇼피코리아 지사장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은 전 세계에서 돋보이는 시장이다. 성숙하면서도 역동적이다. 성장세가 가파르면서 경쟁도 치열해 흑자 전환은 어려운 춘추전국시대 시장이다. 고도화된 시장에는 고수가 많다. 한국 전자상거래 사업자는 품질과 사업 역량을 두루 갖춘, 잠재성 높은 그룹이다. 이들에게 해외 e커머스 시장은 상당히 매력적이고 시도해 볼 만한 옵션이다.

세계적으로 K-드라마, K-팝 등 K-콘텐츠 열풍이 거세지며 국내 제품에 대한 해외 수요가 해마다 늘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에서 한국 제품에 대한 역직구 수요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역직구란 국내 사업자가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해외 고객에게 제품을 판매하는 일종의 수출이다. 동남아 시장에서 인기 있는 한국 제품은 주로 화장품, 건강, K-팝 관련 상품이다. 쇼피코리아에서 올 상반기 한국 뷰티 제품 거래액은 2020년보다 2배, K-팝 기획상품 등 취미 카테고리는 8배 각각 증가했다.

동남아에서 한국산 제품 수요가 높아진 배경에는 '한류 열풍'이 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 따르면 동남아의 한류 콘텐츠 소비층은 60% 이상 형성돼 있다. 넷플릭스 시청 톱10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환혼' 등 한국 드라마가 다수 포진했다. K-팝과 한국 아이돌에 대한 관심으로 관련 상품 구매도 늘고 있다.

이처럼 성장 잠재력이 큰 동남아 시장에 다수의 국내 기업이 진출과 투자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에는 현실이 녹록지 않다. 낯선 시장에 대한 이해나 법적 요소, 마케팅, 언어, 전문 인력 등 인프라를 갖추기가 어려워서 현지법인 설립이 쉽지 않다. 배송도 지역별 절차가 달라서 파악이 어렵고, 비용 부담도 크다. 고정비를 줄이고 현금흐름을 확보하면서 발빠른 트렌드 대응을 위해 기존 수출 방식이 아닌 역직구 방식을 택하는 기업이 느는 이유다.

동남아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선 철저한 시장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동남아는 지역별로 언어, 화폐, 문화 등이 달라서 지역 맞춤형 마케팅 활동이 필요하다. 한 예로 말레이시아는 인구의 60% 이상이 무슬림으로, 현지 온라인 쇼핑몰에는 이들을 위한 제품 카테고리가 따로 존재한다. 그 가운데 할랄 제품의 인기가 높다. 태국과 베트남은 인플루언서 영향력이 큰 시장으로, 홍보 대사를 활용한 마케팅이 효과적일 수 있다. 자체적으로 진출이 어려운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이라면 해외 진출 지원 시스템을 잘 갖춘 역직구 e커머스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플랫폼 선택 시 미래 성장성을 고려해 동남아 시장에서 해당 쇼핑몰의 인지도와 이용자 수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해야 한다. 판매자 숍 생성부터 상품 등록까지 밀착 지원하는지, 셀러 지원 시스템은 구축돼 있는지, 수출 가능 시장은 몇 개인지, 번역 서비스는 제공하는지, 수수료율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물류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국가별 통관 및 프로세스, 지리적 특성, 비용 등 고객에게 제품이 전달되기까지 여러 허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자체 배송 프로세스를 마련하기 어려운 중소 판매자라면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물류 서비스가 얼마나 간편한지 미리 확인해야 한다. 해당 플랫폼이 물류비용을 충분히 절감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갖췄는지도 고려 대상이다.

그렇다면 왜 동남아인가. 첫 번째는 인구다. 동남아 시장은 7억명을 대상으로 한다. 매해 유입되는 인터넷 소비자가 한국 전체 인구수와 맞먹는다. 잠재 소비자 규모는 단순하지만 가장 강력한 지표 가운데 하나다.

두 번째 한국의 '가성비 좋은 프리미엄' 입지를 두고 경쟁하는 상대가 적다. 중국 소비자는 한국 제품과 동일한 포지셔닝을 추구하고 있는 자국 소비재를 점점 더 찾는다. 이와 반대로 동남아 소비자가 한국 제품에 대해 주는 관심과 신뢰는 절대적이다. 충분히 좋은 제품으로 보답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동남아 인프라 발전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제대로 된 주소가 없었다. 섬 지역이나 외곽 농촌의 경우 '몇 번째 골목 세 번째 빨간 지붕 옆집'처럼 위치를 설명해야 했다. 지금은 동남아에서도 어디든지 며칠 내 택배 배송이 가능하다. 다른 어려움은 부가적 요소다. 노력하는 만큼 즉각적 보상이 따라오는 시장이다.

최근 들어 동남아뿐만 아니라 중남미, 유럽 등에서도 K-콘텐츠 인기가 높다. K-콘텐츠를 기반으로 낯선 지역까지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한국발 제품의 선호와 수요가 꾸준한 지금이 동남아를 비롯한 해외 시장 진출의 적기다.

권윤아 쇼피코리아 지사장 yuna.kwon@shop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