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2조원을 투자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다. 대우조선은 지난 2001년 워크아웃(채무조정) 졸업 이후 21년 만에 새 주인을 맞게 됐다. 한화그룹은 방산과 친환경에너지 사업에서 글로벌 메이저로 도약한다는 복안이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과 지분 49.3%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 입찰과 실사, 해지 등 내용을 담은 '스토킹호스(조건부 투자합의)'를 체결했다고 26일 밝혔다.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합의대로 진행된다. 올해 11월 말 본 계약 체결이 목표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55.68%인 KDB산업은행의 지분율은 28.2%로 줄어들고 한화그룹이 49.3%를 보유하는 최대주주가 된다. 한화그룹은 현 대우조선 대주주인 산업은행과는 경영정상화 협력을 담은 기본합의서에 서명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대우조선 상선 부문은 국가 핵심 기능이고, 방산 부문도 국가 기술을 포함하고 있어 해외 기업에는 입찰 자격을 주지 않되 재무적투자자(FI)만 허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2조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이 각각 1조원과 5000억원을, 한화임팩트파트너스와 한화에너지 자회사 3곳이 나머지 4000억원, 1000억원을 투입한다.
한화그룹은 '빅 사이클' 초입에 진입한 조선업에 진출하고, 주력인 방산 분야에서 새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오는 11월 한화디펜스 합병에다 대우조선 인수로 우주, 지상 방산에서 해양까지 아우르는 '육해공 통합 방산시스템'을 확보할 수 있다. 대우조선 주력 방산제품인 3000톤급 잠수함 및 전투함 수출 확대가 기대된다. 또 유지보수(MRO)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다.
상선 경쟁력도 제고할 수 있다. 함정 두뇌인 전투체계(CMS)를 우리나라 해군 함정에 사실상 100% 공급하는 한화시스템의 해양첨단시스템 기술과 대우조선 함정 양산능력을 결합하면, 자율운항이 가능한 상선 개발 역량을 확보할 수 있다. 이미 잠수함에 친환경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탑재한 한화디펜스 기술까지 친환경 선박에 적용할 수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분야에서도 시너지 극대화가 기대된다. 미국에서 LNG를 수입해 통영에코파워가 발전하는 사업 구조에다 대우조선 LNG 해상 생산 기술(FLNG)과 운반(LNG운반선), 재기화 설비(FSRU) 등 기술력으로 LNG 사업 확대를 꾀할 수 있다.
특히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생산 및 발전 사업과 한화임팩트의 수소혼소 발전기술, ㈜한화의 에너지 저장수단으로서 암모니아 사업 등을 연계해 '생산-운송-발전'으로 이어지는 친환경에너지 밸류체인도 구축 가능하다. 또 대우조선 해상풍력설치선(WTIV)을 활용, 한화솔루션과 한화건설은 각각 미국과 유럽, 국내에서 해상풍력 발전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수는 사업적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면서 “'사업보국' 정신으로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