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카카오의 교훈

김정희 플랫폼유통부장
김정희 플랫폼유통부장

데이터센터에 전원이 들어오면 두 시간 안에 복구할 수 있다는 공지는 무색해졌다. 이후 6시간이 지나서야 첫 대책이 바뀌었다. 다양한 노력에도 서비스 복구는 시간이 걸렸다. 나흘 만에 기자들 앞에 선 남궁훈 카카오 대표는 머리를 숙여 사과했다. 오전 11시 기자회견과 비슷한 시간에 카카오는 알림을 공시했다. 남궁훈 각자대표는 대표 자리에서 내려왔다. 홍은택 대표 1인 체제로 바뀌었다. 결국 남궁 대표의 사임으로 기자회견은 마무리됐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은 첩첩이 쌓여 있다.

전문가들은 데이터센터 이중화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카카오는 이중화를 했다고 하지만 같은 건물 내에 분산, 재난 대비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정전에 대비한 배터리가 발화점으로 추정된다.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전원을 내리면 아무것도 작동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역을 달리해서 이중화를 했다면 네이버처럼 빠른 시간 안에 서비스를 정상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네이버는 자체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보유하고 있어 유휴 시스템으로 백업해 재난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다. 카카오도 4600억원을 들여 자체 IDC를 건설하고 있지만 내년이 돼야 운영할 수 있다.

이용자 피해 보상을 약속하고 피해자 접수를 하고 있다. 일부 무료서비스 이용자에게도 해당된다고 하지만 보상 범위와 방법은 나오지 않았다. 로펌들은 피해자 소송 대리에 나섰다. 피해 규모와 기간이 사상 최악이었기 때문에 보상액은 가늠하기 어렵다.

카카오는 문어발식 확장으로 커 왔다는 아킬레스건이 있다. 네티즌은 댓글로 '계열사 쪼개기는 그렇게 잘하면서 서버는 못 쪼갠다'고 일침을 날린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는 동영상을 서비스하기 때문에 데이터 양이 어마어마하다. 이들은 재난을 대비하기 위해 평소에도 고객이 감지하지 못하는 대응 훈련을 한다. '카오스'라고 불리는 훈련은 비슷한 지역, 멀리 떨어진 지역, 국가를 넘어선 지역으로 나눠 데이터센터 한 곳을 마비시켜 다른 곳에서 서비스가 원활하게 되는지 확인한다. 이미 이중화는 물론 국가를 넘나드는 지역을 거쳐 대난 대응에 나선다고 한다.

카카오 먹통의 불똥은 정치권으로도 튀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카카오의 독과점을 언급하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갑자기 분주해졌다. 야당은 플랫폼 규제를 위해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 입법을 재추진하자고 일어섰다. 일부 여당의원들도 합세했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봐도 독과점과 온플법은 이번 사태와 상관이 없다. 독과점 업체가 사용하든 사용하지 않든 데이터센터는 불이 났다. 대형 플랫폼의 소상공인에 대한 갑질이 있었든 없었든 서비스는 멈췄다.

플랫폼 사업은 사용자를 모아야만 할 수 있다. 모인 이용자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다. 그런 와중에 기득권과 충돌, 골목상권 침해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 사고만 나면 때려잡겠다는 마음으로는 플랫폼 산업을 공정하고 온전하게 발전시킬 수 없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그동안 수업료를 내왔다. 하지만 뒤죽박죽 된 참고서만 있었을 뿐 제대로 된 교과서가 없었다. 플랫폼 서비스와 인프라가 통신, 금융, 원자력, 보건의료, 교통 등과 같이 국가 핵심 기반으로 지정된다. 그만큼 부가통신사업이 국민 생활과 밀접하고 또 없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해 주는 반증이다. 사태를 해결하면서 쌓인 노하우는 자양분이다. 플랫폼 산업이 잘 클 수 있도록 제대로 된 교과서를 써야 한다.

김정희기자 jha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