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 동안 길고 긴 코로나19 터널을 빠져나오는가 싶었는데 글로벌 경제 침체라는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이 한국경제를 엄습하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 한국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급변하면서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신 3고'가 한국경제를 압박하고 있으며, 미국발 고금리로 말미암은 국내 금리 상승은 가계소비를 압박하면서 내수시장을 급격히 위축시키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야기된 국제 에너지와 원자재 공급 충격은 고스란히 국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물가가 5%대를 넘나들면서 소비자 지갑을 닫게 했다. 그동안 한국경제를 지탱해 온 수출도 여의치 않아서 2022년 1∼11월 누계 무역수지는 426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297억달러 흑자와 비교하면 수출 엔진이 식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한국경제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의 복합위기로 대외 적응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을 직격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지난 3년 동안 코로나19 확산으로 말미암은 피해를 복구하기도 전에 과거 경험하지 못한 위기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위기 상황은 단기간에 해소될 전망이 희박하다는 것이 경제 전문가의 전반적인 예측이다. 중소기업 관련 통계 및 실태조사 결과를 봐도 중소기업 경영 성과는 처참하다. 이미 매출이 감소하고 수익성은 악화돼 호재보다 악재만 가득한 실정이다.
최근 언론에 비친 새해 경제 전망 역시 우울하기 그지없다. 국내외 전문기관의 전망치는 올해보다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 우리 경제의 희망은 어디서 찾아야 할 것인가. 정부가 상황을 반전시키고자 한다 해도 차갑게 식은 소비심리를 녹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경제는 심리적인 요인에 따라 변동하기 마련인데 지금처럼 경제 주체의 불안심리가 가중되면 엔데믹을 기대하고 추진해 온 경제 정상화 노력이 무산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현시점에서 지나친 위기의식을 확대 재생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인, 우리 경제가 직면한 대내외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돌파구가 중요하다.
돌파구는 바로 혁신형 중소기업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대내외 경제 여건이 아무리 어렵다 해도 기술 기반 창업기업이 꾸준히 늘고 있으며, 혁신형 중소기업 숫자도 증가하고 있다. 일례로 이노비즈 인증기업의 경우 지난 2년 동안 2300여개나 늘면서 현재 2만1300개사의 대표적인 혁신형 기업군으로 자리매김했다. 기술력과 연구개발 수행체계를 갖춘 혁신형 중소기업이 늘어나는 것은 중소기업 중심 경제로의 이행을 의미하는 것으로, 한국경제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변화라 할 수 있다.
변화에 맞춰 지난 6일 이노비즈협회는 창립 20주년을 맞아 회원사 검색을 기반으로 한 기업 간 협업 플랫폼(아이단비)을 출시하고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협업모델 발굴과 회원사의 혁신성장을 유도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선포했다. 동종업계 또는 이업종의 스마트 제조기술을 매개로 다양한 수직적·수평적 결합을 통해 제조 중심에서 소비자 니즈를 기반으로 한 수요자 중심 경제로 전환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이미 현장에서 다양한 협업 논의가 이뤄지고 있어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스스로가 미래를 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빠르게 전개되는 '업의 전환' 시대에 대비해 중소기업계가 주도적으로 사람과 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의 독자적인 기술력 확보만이 산업구조 변화에 대한 중소기업의 대응력을 높이고, 더 나아가 중소기업 스스로 한국경제의 주도 세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오늘도 현장에서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혁신형 중소기업이 우리 경제 희망의 아이콘이다.
임병훈 이노비즈협회장 imceo@innobiz.or.kr
◇임병훈 이노비즈협회장은…
1958년 전남 보성 출신으로, 조선대 정밀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1987년 텔스타홈멜을 설립하고 인공지능(AI), 스마트팩토리 플랫폼 구축 및 운영, 자동화 장비, 정밀 측정기 생산 등을 하고 있다. 2019년 중소벤처기업부 모범중소기업인상을 받았고, 2020년부터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1년 2월 제10대 이노비즈협회장으로 취임해 협회 발전과 이노비즈 기업 성장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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