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2022 블록체인 진흥주간이 남긴 것

[기고]2022 블록체인 진흥주간이 남긴 것

이달 7일부터 사흘 동안 부산 벡스코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로 '2022 블록체인 진흥주간'이 열렸다. 2018년에 처음 열려 올해 5회째인 이 행사에는 그해 블록체인 업계에서 족적을 남긴 기업들이 한데 모여 자신들의 성과를 전시한다.

올해 주제는 '블록체인, 웹3 시대를 열다'였다. 주제에 걸맞게 행사장에서는 웹3, 대체불가토큰(NFT) 등 언론 매체에서 많이 다룬 키워드를 많이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현장에 설치된 기업들의 부스와 그들이 소개하는 사례를 훑어 보니 올해의 진짜 주제는 대중화(mass adoption)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5년 동안 해가 거듭될수록 블록체인 기술이 실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모습이다.

맞벌이 가정의 '워킹대디'로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보건복지부가 내년부터 실시하기 위해 한국인터넷진흥원, 리드포인트시스템과 함께 개발한 '보육료 중복수급 관리 블록체인 시범사업'이었다.

현재 한국 정부에서는 영유아 양육방식에 따라 동일한 재원을 양육수당(보건복지부), 보육료(복지부), 유아학비(교육부), 아이돌봄지원 사업(여성가족부)으로 나눠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각 사업 간 서비스 변경 동의 처리가 길어지는 경우 중복수급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골칫거리였다. 중복수급 문제가 많을수록 관리감독 비용이 늘어나고 행정 비효율이 증가한다. 더 많은 수급자에게 돌아가야 할 복지 예산이 중간에서 증발하는 셈이다.

이런 문제들을 블록체인 기술로 3개 부처를 연결해서 해결한다는 것이 이 시범사업의 골자다. 그동안 부처 간 데이터를 신뢰성 있게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았는데 블록체인을 이용해 저비용으로 간단하게 해결하는 방식이다. 블록체인은 그 자체로 무슨 경천동지할 변화를 단번에 가져다 줄 '도깨비 방망이' 같은 존재라기보다 사회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도구에 가깝다.

기관 간 데이터 교환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방법은 국제적으로도 선호되고 있다. 네덜란드 산모 도우미 서비스는 속도 단축 측면에서 가장 유명한 사례다. 이 서비스는 네덜란드 국민이면 누구나 지원받을 수 있는 보편적인 서비스다. 도우미 서비스를 받았다는 인증서가 여러 담당 기관을 순차적으로 지나야 했기 때문에 평균 몇 주의 시간이 소요됐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자 지급에 소요되는 시간을 30분의 1 이상 단축시켰다. 네덜란드 정부는 이 방식을 다른 보조금 지급 사업으로 넓혀 가고 있다.

한국 정부도 이런 시류에 발맞추고 있다. 외교부는 블록체인을 활용해 재외국민의 금융위임장 진위 여부 검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과거에는 일일이 공증 과정을 거쳐 오프라인으로 전달해야 했지만 이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검증 시간이 대폭 단축됐다. LG CNS와 라온시큐어 컨소시엄은 올해부터 경찰청과 함께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발급하기 시작했다. 면허증 소지자는 누구나 운전면허시험장이나 경찰청 민원실에서 본인 확인을 거치면 스마트폰에 실물과 효력이 동일한 전자 면허증을 소지할 수 있다. 여기에도 블록체인 기술이 사용됐다. 그동안 국내에서 가장 산업 변화에 인색한 편인 한국 정부지만 내부에서는 벌써 꽤 많은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었다.

새해 글로벌 경기 상태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넘기느라 동원한 유동성이 올해의 물가 인상을 불러들였고, 물가 인상을 제어하기 위한 고금리 상황이 경기 침체로 이어지게 될 공산이 높다는 것이다. 이런 시기에는 일반 국민이 건강보험이나 정부의 복지정책에 의지하게 될 개연성이 더욱 높아진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보육료 중복수급 관리처럼 정해진 보험 재원이나 예산을 절약하고 더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기술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다.

김동환 원더프레임 대표 kdh.wond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