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안티드론에 대한 기술적 이해: 격추를 위해

김용대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김용대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최근 대한민국 상공에 나타난 북한 드론의 격추 실패로 말미암은 다양한 논쟁을 보면서 7년 전부터 안티드론 연구를 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를 살펴보고 미래를 예측해 보고자 한다.

드론은 구동 형태에 따라 고정익기, 회전익기(날개가 여러 개인 멀티콥터), 혼합형 수직이착륙기(VTOL)로 구분된다. 드론은 배달, 촬영, 인명 구조 등 다양한 민간 응용이 주목받고 있지만 개발 초기부터 지금까지 가장 큰 상업적 성공을 거둔 분야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명확히 입증된 바 있듯 테러, 정찰 등 국방 응용 분야다.

드론은 저렴한 비대칭 전력이기 때문에 전통적 무기를 써서 드론에 대응하는 것은 비용, 성능 등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다. 적대적 드론 대응 기술인 드론 무력화 기술은 공항·변전소·제어시스템·국방·경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는 독립 기술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레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2030년까지 매년 27.65%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안티 드론 시장 규모 (프레시던스 리서치)
안티 드론 시장 규모 (프레시던스 리서치)

안티드론 기술은 크게 탐지·식별 기술과 격추 기술로 나뉠 수 있다. 탐지·식별 기술은 원거리에서 레이다 및 무선 신호 식별 기술, 소리 식별 기술, 전자 광학 기반 카메라 기술 등 탐지 대상 거리·환경·지형 등에 따라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각각의 탐지·식별 기술에는 단점이 있다. 새 떼와 구분하지 못하거나 무선 신호가 많아서 탐지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 탐지 거리가 매우 짧거나 날씨·시간 영향을 받아 오탐률이 높아지는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미 기술이 나온 지 10년 이상 됐기 때문에 많은 기술이 경쟁하며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안티드론 기술로 탐지·식별 기술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지난 7년 동안 연구했고 현재도 연구하고 있는 무력화 기술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려 한다.

드론 무력화 기술은 크게 물리적 무력화 기술, 전자적 무력화 기술, 제어권 탈취 기술로 나뉠 수 있다. 물리적 무력화 기술은 물리적 공격으로 드론을 무력화시키는 기술을 의미한다. 초기에는 그물 던지기, 드론 간 충돌, 독수리나 매 훈련으로 드론을 무력화시키는 기술이 개발됐다. 이 방식은 재장착이 불편하거나(그물) 확장성이 떨어져서(새) 매우 제한적으로 이용됐다.

최근 록히드마틴, 라티온 등은 고출력 레이저를 통해 드론을 파괴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이는 군집드론공격이 아닌 경우 효과적이지만, 전력이 많이 요구되고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사용이 제한적이다.

전자적 무력화 기술은 가장 오랫동안 주목받았다. 무선(RF)으로 드론을 제어하는 경우 통신을 방해하는 RF 재밍 공격, GPS 신호 기반 자율 비행 시 효과적인 GPS 재밍 공격은 가장 오래된 공격 벡터다. 따라서 대응책이 이미 개발됐고, 군용은 물론 민간용 드론에도 이미 이용하고 있다.

회로 무력화를 통해 드론을 무력화하는 시도도 진행되고 있다. 소리를 이용해서 자이로스코프 센서에 공진을 일으켜 드론의 제어 알고리즘에 문제를 일으키는 공격 연구는 2015년부터 필자의 연구실에서 시작됐다. 이 공격은 소리가 공기로 전파되면 쉽게 약화하기 때문에 상용화에 실패했지만 제어 알고리즘을 대상으로 한 비슷한 공격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군수회사인 딜과 트랜스바로는 고출력 전자기파(HPEM)로 드론의 회로를 태우 거나 동작을 못하게 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HPEM 기술은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많이 발견되고 있는 군집드론을 이용한 공격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백 메가와트에서 기가와트 이상의 에너지를 사용하고 아군 기기에 2차 피해를 끼칠 수 있어 사용이 제한적인 게 단점이다. 고출력을 발생하기 위한 기술적 난제도 남아 있다. 만약 정확히 드론 모델을 식별할 수 있고, 모델별로 공격 주파수가 다르다면 2차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어 표적형 전자파 공격 기술 상용화에 속도가 날 것이다.

제어권 탈취 기술 또한 초반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와이파이 기술을 사용할 때 암호화가 돼 있지 않으면 간단히 제어권 탈취가 가능하다. 일반 드론은 이제는 이런 종류의 구현 취약점을 갖고 있지 않다.

[ET시론] 안티드론에 대한 기술적 이해: 격추를 위해

일반적으로 지상제어시스템(GCS)이 드론을 제어하는 통신 채널로는 와이파이, 이동통신, 무선통신 등이 사용된다. 이동통신을 사용할 때는 가짜기지국을 이용한 공격이 가능하다. 따라서 이동통신·와이파이를 쓰더라도 추가적 암호화가 필요하다. 무선통신을 쓸 때는 주파수도약확산스펙트럼(FHSS)을 가장 많이 쓴다. 민간용의 경우 1초에 100회 안팎, 군용의 경우 1000회 이상의 GCS와 드론이 암호학적으로 생성된 특정 주파수로 도약하도록 돼 있다. FHSS를 사용하는 경우 암호를 해독해서 주파수를 정확하게 예측해야 제어권 탈취가 가능하다. 특정 제어 채널을 쓰지 않더라도 위성 측위를 이용해서 자율비행을 하는 경우 위성측위시스템(GNSS) 신호 위조(GNSS Spoofing)를 통한 제어권 탈취가 가능하다. GNSS 신호 위조의 경우 탐지가 어렵고 드론을 원하는 방향으로 보낼 수 있는 등 큰 장점이 있지만 아군의 GNSS 수신기 또한 위치나 시간을 착각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2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특별한 방법이 필요하다.

안티드론 기술은 지난 10년 동안 많은 발전을 했다. 우리나라도 2009년 민군겸용과제의 일환으로 기술 개발이 시작된 이후 10여년 동안 많은 연구 과제 등을 통해 GNSS 신호 위조, RF 재밍 등 다양한 기술을 개발해 왔다.

이 때문에 지난주 북한 무인기 침투 시 기관총을 이용해서 격추를 시도했다는 점은 우려를 자아낸다. 대부분 국방용 안티드론 기술은 비밀로 분류돼 민간에게 공개되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는 언론에 공개된 대응 방식보다 나은 대처가 있었길 바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았듯 안티드론 기술과 각 기술에 대처하는 카운터 안티드론 기술은 계속 개발되고 발전하고 있다. 앞으로 꽤 오랫동안 드론, 안티드론 군비 경쟁은 계속될 것이고, 우리나라는 그 중심에 서 있기를 바란다.

김용대 카이스트 과학치안연구센터 센터장 (전기및전자공학부/정보보호대학원 교수) yongdaek@kaist.ac.kr

〈필자〉 김용대 교수는 30여년 동안 보안 연구를 수행했다. 국가보안기술연구소 전신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부호기술부를 거쳐 미국 미네소타대 교수를 지냈다. 2012년에 귀국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자공학부 및 정보보호대학원에서 보안 연구를 이어 가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자율주행차, 드론, 이동통신, 블록체인 등 미래에 각광 받을 신기술의 보안 취약점이다. 김 교수는 세계 보안 최우수 학회 가운데 하나인 ACM CCS를 한국에 유치하는 등 한국과 전 세계 각국의 보안 연구를 연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표. 드론 공격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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