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플랫폼 리뷰 전쟁

[ET톡]플랫폼 리뷰 전쟁

플랫폼 기업이 리뷰 전쟁을 치르고 있다.

광고성·악성 리뷰를 거르고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을 얻기 위해 기술을 보강하는 한편 인력도 채용한다. 이용자는 상품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기 전에 리뷰를 참고한다. 후기와 별점을 통해 내가 받게 될 상품과 서비스의 품질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리뷰는 기업에 핵심 마케팅 수단의 하나다. 후기는 이용자 맞춤형 상품을 추천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중요한 데이터다. 왓챠는 약 7억건의 영화 리뷰를 통해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해서 성장할 수 있었다. 데이터 신뢰도가 떨어지면 비즈니스 전략을 짜는 데도 치명적이다. 기업이 리뷰 전쟁을 치르는 이유다.

핵심은 신뢰도다. 광고성 리뷰, 악성 리뷰 등은 거래의 투명성을 떨어뜨린다. 다만 이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악성' 기준을 세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욕 등 저속어나 근거 없는 비방을 했을 경우 악성 댓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부정 평가가 담긴 글을 악성으로 판단할 근거는 없다. 평가는 지극히 주관적 영역이다. 광고성 리뷰의 경우에도 어느 수준까지를 광고로 볼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일부 음식점은 리뷰 이벤트를 진행한다. 별점 5점을 줄 경우 서비스로 간식이나 음료수를 제공한다.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도 이미 5점을 주기로 약속해 놓고 소정의 사은품까지 받아놓은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이 별점 5점을 남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같은 리뷰까지도 광고성으로 봐야 하는 것인가 하는 판단은 모호하다.

기업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공지능(AI) 리뷰 기술 등을 도입하고 있다. 자연어를 학습한 AI가 일차적으로 악성이나 허위 리뷰로 판단되는 글을 잡아낸다. 걸러진 글은 2차적으로 사람이 심사한다. 기술 고도화를 위해 연구소를 별도로 마련하고 인력을 추가 채용하는 기업도 있다.

기술적 조치도 중요하지만 리뷰의 본질을 잊으면 안 된다. 본질은 투명성이다. 기업은 검열보다 투명성에 집중해야 한다. 악성 댓글에 대한 자체 판단이 어렵다면 타 이용자가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추가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 리뷰어가 해당 플랫폼에서 리뷰를 몇 개 작성했고, 이전 후기에는 어떤 별점을 줬는지 히스토리를 노출하는 방법이 있다. 이와 함께 삭제 리뷰는 따로 모아서 어떤 이유로 삭제됐는지, 삭제에 대해 리뷰어와 리뷰를 받은 쪽은 어떤 의견을 냈는지에 대한 처리 경과를 공개하는 방안을 마련해 봄직하다.

국제표준화기구(ISO)가 만든 '온라인 소비자 리뷰 국제 규약(ISO20488)'에는 리뷰 사이트와 관련된 기업에 대한 가이드 원칙이 명시돼 있다. 골자는 △진실성 △정확성 △투명성 △접근성 △대응성 등이다. 이 가운데 투명성·접근성·대응성은 기업이 얼마든지 높여갈 수 있는 부분이다. 진실성과 정확성의 몫은 이용자에게 남겨두고 기업은 그들이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손지혜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