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과부하

'과부하.' 최근 용산 대통령실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말이다.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대통령실(청와대)의 업무가 과중하지 않은 때가 없었다고 할 수 없지만 지금은 그 강도가 심하다.

첫 번째 이유는 '조직 슬림화'다. 10명이 하던 업무를 3~4명이 처리하니 업무 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비서관이 복사 용지 들고 뛰어다니는 곳이 '용산'이다. 대선 공약인 '책임장관제'가 시행된다 해서 대통령실 업무가 줄어든 것도 아니다. 부처 간, 부처-대통령실 간 엇박자 때문에 이미 부총리가 옷을 벗지 않았는가.

두 번째 이유는 여전한 공무원 사회의 경직성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기조에 따라 '철저하게 능력 위주'로 대통령실에 들어온 대다수 실무자는 공직자다. 각 부처에서 온 '늘공'이라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일하다 보면 비서관실 간에도 업무가 조율돼야 하고 협조도 구해야 하는데 '내가 고시 선배인데' '상위 부처에서 왔는데'라며 꺼리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전했다.
세 번째 이유는 인사가 잦고, 직무대리 또는 공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능력이 안 되면 대통령실에서 나가는 것이 맞다. 다만 비워진 자리는 바로 채워 넣어야 한다. 비서관급부터 시작해서 공석인 자리를 선임행정관이나 행정관이 직무대리하는 경우가 있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지만 업무가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단적인 예로 대통령의 '입'이라는 대변인은 강인선 대변인이 해외언론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긴 지난해 9월 이후 약 6개월 공석 상태로 있다. 이를 대체하던 이재명 부대변인은 대통령 순방 일정 유출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또 다른 부대변인인 천효정 행정관은 뉴미디어비서관 직무대리직을 맡고 있다. 김은혜 홍보수석이 대변인·부대변인 역할까지 혼자 도맡고 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국민을 위해 최상의 실적을 내야 하는 곳이다. 빈자리부터 채워야 본업에 충실할 수 있다.

[관망경]과부하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