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대체가스 개발해야

전의찬 세종대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 교수
전의찬 세종대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 교수

춘삼월이 되면서 세상은 새 생명의 기운으로 충만한데 시샘이라도 하듯 곳곳에서 산불 소식이 들린다. 3월 첫 주에만 83건의 산불이 발생하는 등 올해 발생한 산불이 벌써 200건을 넘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활용한 산불 발생 위험성을 분석한 결과, 동시 다발성 산불과 대규모 피해를 동반하는 산불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파리협정 목표인 지구 평균 온도 2도 상승에서 지구온난화를 멈춘다고 하더라도 산불 발생은 13.5%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난해 발표한 '글로벌 산불보고서'에서 심각한 기후변화와 토지 사용 변화로 대형 산불이 2030년 14%, 2050년 30% 각각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후변화 현상이 구체적으로 나타나면서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된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을 채택했다.

세계 각 국은 그동안 6차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평가보고서를 발표했고, 27차례 기후변화총회를 개최하면서 교토의정서와 파리협정을 채택했다.

이후 30년이 지났으나 하와이 마우나로아 관측소에서 측정한 지구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1992년 355ppm에서 2022년 5월 420ppm으로 증가했다. 인류는 기후변화 완화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상승은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에 의한 것이다. 연소·공정 부문 배출량은 리우회의가 개최된 1992년 215억톤에서 2021년 363억톤으로 30년 동안 1.7배 증가했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1992년 3억4000만톤에서 2021년 7억톤으로 2배 이상 증가, 세계 평균보다 더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다.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37%는 전환 부문, 36%는 산업 부문에서 각각 배출됐다.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3분의 2가 이들 2개 부문에서 배출되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2018년 배출량 기준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기로 했다. 산업 부문 감축률은 14.5%로 정했다.

산업 부문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생산공정을 개선해야 하는데 큰 규모의 투자와 설비 교체에 따른 시간이 필요하며, 또한 새로운 기술 개발이 요구된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철강, 석유화학, 정유, 반도체 등 거의 모든 산업에서 가장 높은 에너지 소비 효율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에너지 소비를 100으로 할 때 일본은 109, 유럽은 111, 미국은 118이다. 에너지 소비 효율이 높은 상태이니 이를 감축하는 것이 더 어려운 것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으로 대표되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6년 이후 증가 추세에 있다. 배출량은 2968만톤으로 국가 전체 배출량의 4.1%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반도체 산업 1770만톤, 디스플레이 산업 1140만 톤이 배출됐다. 배출량 기준으로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정유에 이어 5위와 6위를 기록하고 있다. 2015년에서 2019년까지 최근 5년 동안의 연평균 생산량 증가율도 반도체 18.3%, 디스플레이 11.4%로 자동차(-3.5%)·철강(-0.2%)·시멘트(-0.7%) 등과 비교해 월등히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가 매우 중요한 이유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은 60~70%의 온실가스가 전력에 의한 간접배출이다. 공정효율 개선을 통한 감축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25~35%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HFC(1만1700), PFC(6500~8700), SF6(2만3900) 등에서 보듯 지구온난화지수(GWP)가 매우 큰 불소계 온실가스 사용 공정에서의 배출 감소는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구온난화 영향이 적은 대체가스 개발이 중요하다. 불소계 가스는 복사강제력과 대기 중 수명에 따라 지구온난화지수가 결정되기 때문에 이를 정확히 측정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 그리고 공정에 사용되는 불소계 가스의 배출저감시설 개발이 필요하며, 저감시설에 의한 감축량을 CDM으로 등록하기 위한 방법론을 개발해야 한다.

전의찬 세종대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 교수 ecjeon@sejo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