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대학 시대적 변화의 선봉자, 대학기술지주

목승환 서울대기술지주 대표
목승환 서울대기술지주 대표

“대학기술지주를 관리 대상이 아닌 육성 대상으로 바라봐 주십시오. 지주라는 이름 때문에 관리·감독해야 하는 곳으로 보여지지만 대학기술지주는 대학 창업의 첨병 역할을 하는, 우리 미래를 위해 필수적으로 육성해야 하는 곳입니다.”

대학기술지주 발전에 대해 청취하는 자리에서 가장 많이 답변하는 사항이다. 지금까지 교육의 요람이던 대학은 교육과 연구라는 역할에서 창업이라는 시대적 소명으로 진화해야만 한다. 그 가운데에서 산학촉진법으로 말미암아 대학의 영리 활동을 가능하게 된 산학협력단의 출자 기업인 각 대학의 기술지주는 그 역할의 첨병이다.

2008년부터 대학기술지주가 설립되기 시작했으며, 1호인 한양대를 시작으로 그해 10월 서울대기술지주가 탄생했다. 현재 총 80여개 대학기술지주가 설립돼 각 대학의 시대적 소명인 창업 생태계의 선순환에 기여해야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기술지주는 전통적으로 자기 자본인 본계정 가운데 특허 등 현물 출자와 함께 현금 출자를 통해 자회사를 만들어서 해당 기업의 성장·육성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러다 대학 내 투자기관으로서의 역할과 독립법인으로서의 자립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기존 민간 투자사와 같은 조합을 결성, 자회사 이외에 적극적 투자 행위를 하게 됐다.

여기서 조합은 독자에게 익숙한 표현인 펀드로 표현할 수 있으며, 펀드를 운영하는 운용사(GP; General Partner)가 외부출자자(LP; Limited Partner)의 자본을 받아 펀드를 결성해서 해당 펀드 투자 조건에 맞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본계정은 자체 자금이고 조합, 즉 펀드는 레버러지 투자를 위해 다른 이들의 자금을 받아서 회사 안에 회사를 만든 형태로 보면 된다.

자기 자본인 본계정 투자는 확실한 투자의 경우 투자 이익을 모두 그 운용사가 가지고 갈 수 있기 때문에 선호할 수 있지만 투자에 대한 리스크 분배와 레버러지를 위해 대부분 민간투자사는 자기 계정의 돈을 일부 출자하고 LP와 함께 펀드를 구성해서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술지주가 대학의 투자사로서 외부에서 경쟁력을 발휘하며 역할하기 위해서는 효과적 자기 자본 투자 외에도 펀드 구성을 통한 투자를 해낼 수 있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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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취지로 정부도 기술지주를 투자사로서의 체질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2017년 모태펀드인 교육부의 계정 출자 사업을 시작했으며, 각 대학기술지주는 개인투자조합(초기창업기업에 투자를 목적으로 개인 위주로 구성된 조합)을 통해 투자자금 조성과 실질적인 투자를 집행하게 됐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서울대기술지주와 몇몇을 제외하고 많은 기술지주는 아직까지 창업과 해당 창업 기업 투자에 대한 본연의 경쟁력이 없는 상황이다. 적극적 활동하고 있는 대학기술지주는 5개 안팎에 그치며, 5년 동안 결성된 전체 대학기술지주의 펀드 3000억원 가운데 3분의 1이 서울대기술지주에 몰려 있는 상황이다. 대학기술지주는 대학 생태계를 활용해 사회의 부가가치를 끌어올리고, 시대적으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스타트업에 주목하는 투자를 할 수 있다. 순위권 대학기술지주들의 더 큰 성장과 뒤따라 오는 기술지주의 성장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상위권에 있는 몇 개 기술지주의 경우 개인투자조합 등 형태로 펀드를 결성하기 시작했다. 서울대기술지주의 경우 2017년과 2018년 교육부 계정을 시작으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계정, 중소벤처기업부·특허청 등의 모태펀드와 한국성장금융 벤처조합을 통해 5년 동안 10개 조합의 전체 전체운용자금(AUM) 1000억원에 가까운 펀드를 결성해서 유망한 기업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이 모든 펀드 대부분에 대표펀드매니저로 있는 필자는 2017년 교육부 계정 펀드 첫 결성 때 대학기술지주 투자 역량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모태펀드와 개인출자자로만 구성된 개인투자조합을 결성했다. 이후 대학기술지주도 좋은 투자를 할 수 있다는 투자 역량에 대한 검증으로 이제는 펀드 결성 시 대기업, 은행권, 자산운용사 등 다양한 형태의 서울대기술지주 투자 기업을 기를 수 있는 출자자로 구성하기 시작했다. 투자 기업도 초기 설립 이후 2016년 말까지는 대학 내 기술을 활용한 자회사 형태에 그치다가 2017년 본계정 투자에 팁스(TIPS, 중기부의 민간 투자자 연계 R&D 프로그램) 활용 스마트팜 기업인 텔로팜에 대한 투자 펀드 결성 이후 해당 펀드를 활용한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게 됐다.

2018년 초기 서울대기술지주 1호 펀드가 처음 투자한 3개 기업은 연쇄 창업이자 첫 회수 사례를 안긴 오픈더테이블, 미국 조지아공대 교환학생 출신 대표자와 서울대 학생 창업 사례인 건설현장 모니터링 드론 기업 엔젤스윙, 서울대 정진호 피부과 교수의 대학교원창업 기업인 정진호이펙트에 대한 조합 투자라는 역사적 첫 걸음을 떼게 된다.

현재 150개가 넘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했으며, 그 가운데 10여개는 초기 투자 이후 기업가치가 1000억원을 넘어서는 등 향후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엿보이는 기업이다. 측정되는 밸류가 중요도의 전부는 아니지만 한국의 저성장 기조 극복과 현상황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유망 기업에 투자하고 유니콘 기업을 육성해야만 한다.

[ET시론]대학 시대적 변화의 선봉자, 대학기술지주
[ET시론]대학 시대적 변화의 선봉자, 대학기술지주

텔로팜(스마트팜 기업. 미국 진출), 엔젤스윙(건설환경데이터 드론 기업), 리벨리온(AI 시스템반도체 기업), 어썸레이(탄소나노튜브를 활용한 공기정화기업), 트래블월렛(환전플랫폼을 활용한 핀테크기업), 루센트블록(STO 부동산 조각 투자 플랫폼 기업), 큐리오칩스(인체 장기칩 기업, 미국 내 사업 중), 퓨어스페이스(농산물 유통 기간 연장 솔루션 기업), 파프리카랩(헬스케어 전반과 자전거 플랫폼 서비스 기업), 브리즘(3D 스캔을 통한 개인 맞춤형 제작 안경 기업), 무브(스마트 모빌리티 기업), 익스트림(건기식 기업) 등에 대한 최초 투자 및 후속 투자와 기술지주 인프라를 활용한 성장 지원을 통해 유니콘 기업으로 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또 본계정 투자 가운데 성공적 회수 사례인 밥스누(서울대 푸드테크 기업), 원프레딕트, 고바이오랩, 샤페론 등의 경우 높은 기업 가치 상승에 기여하기도 했다.

어려운 여건이지만 이렇듯 좋은 투자를 위해 애쓰는 기술지주들이 비단 서울대뿐만 아니라 대학별로 여러 곳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각 대학은 아직도 기관 내 하나로 기술지주를 취급하고 내부 법인직원들이 관행적 마인드로 많은 기술지주를 육성이 아닌 관리 대상으로 괴롭히고 있다. 이제 기술지주들은 400여개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 가운데 핵심 역할로 창업생태계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 큰 역할을 해내야 한다.

대학의 시대적 소명에서 언급한 것처럼 복잡다난한 이 시대의 핵심 경쟁력으로 창업생태계에 기여해야 하는 대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해외의 수많은 사례처럼 대학이 자금을 충분히 확보하고, 자가 발전해야 한다. 자금을 만들고 좋은 기업을 발굴·투자해서 대학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육성해야 한다. 자금 수혈 방법으로는 대학이 자체적으로 진행해 온 기부와 현재 기술지주가 민간투자사와 같은 방법으로 진행하는 펀드 결성이 있다. 국내의 경우 기부 문화 활성화가 해외 선진국에 비해 낙후돼 있으며, 국내 대학이 그 정도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현상황에서는 다른 형태의 고민이 필요하다. 서울대는 대학 내 기부형 펀드를 2017년부터 시도해서 2022년 국내 최초의 기부형 펀드를 서울대 공대와 함께 해당 동문 기반의 완전 민간 형태 출자로 만들어 냈다. 서울대기술지주가 만든 8번째 펀드로서 기부가 아닌 출자 형태의 투자 행위지만 펀드가 해산될 때 번 돈의 많은 부분을 기부하기로, 즉 벌어서 기부하자는 약정 펀드다.

서울대기술지주 투자의 역량은 현재 대학 선순환에 가장 중요한 고리인 자금에 대한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열쇠다. 이 시작을 단과대별 동문과 크게는 서울대 전역을 통한 민간 중심 펀드 조성, 더 나아가 주요 대학들이 이와 같은 기부형 펀드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펀드가 마중물 역할을 해냄으로써 대학 재정 지원과 경쟁력 강화에 큰 영향을 미쳐 세계 100위권 대학에 10개 한국 대학이 들어가고 세계 인재들이 교육과 연구를 위해 한국에 들어와 리 연구 역량과 그걸 활용한 창업을 활성화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미래는 좀 더 밝아질 것이다.

목승환 서울대기술지주 대표 moksh@snu.ac.kr

〈필자〉

목승환 대표는 서울대에서 재료공학과 경제학을 전공, SK커뮤니케이션에서 사업전략과 신사업을 경험하고 이후 10여년 동안 스타트업 창업과 자금회수(EXIT) 경험을 바탕으로 투자자에 입문했다. 공공 영역에 스타트업 생태계의 기여가 필요하다는 결심으로 대학 기술지주에 입사해서 2020년 내부 승진으로 대표직을 맡고 있다.2017년 서울대STH 제1호를 시작으로 창업초기 벤처조합, 핀테크혁신 벤처조합 등 모태펀드, 성장금융과 외부 출자자가 연계된 9개 펀드, 민간으로 구성된 성과 공유 기부형 펀드를 비롯한 총 10개의 1000억원 규모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100여개 스타트업에 주도적 투자를 진행했으며, 다양한 성장 프로그램을 통해 해당 스타트업들을 성장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