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누누티비 사태를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기고]누누티비 사태를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량은 폭발적으로 늘었고, OTT 산업 육성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콘텐츠 경쟁력에 비해 플랫폼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플랫폼 경쟁력 제고를 통한 미디어 산업의 공동 발전은 미디어 산업 차원을 넘어선 국가적 과제다. 미디어 산업은 관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국가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형성하는 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구독형주문비디오(SVOD) 시장은 넷플릭스, 광고형주문비디오(AVOD) 시장은 유튜브가 각각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웨이브와 티빙이 몇 년 동안 적자를 감수하고 콘텐츠에 투자하며 유의미한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글로벌 사업자들이 국내에 직접 진출하지 못하고 국내 사업자들과 제휴하는 형태로 진입하고 있다.

미디어 산업이 비교적 발달해 있는 영국은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의 점유율이 절대적이며, 다른 유럽 국가들도 이와 비슷한 양상이다. 다른 국가들의 사례와 비교해 볼 때 국내 사업자의 투자 및 의지가 글로벌 사업자에 의한 시장 잠식을 막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국내 콘텐츠의 경쟁력이 높고 국내 이용자들이 국내 콘텐츠를 선호한다는 점이 국내 사업자들이 선전하고 있는 주된 이유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플랫폼 사업자가 투자하지 않았다면 국내 시장은 다른 국가와 같이 글로벌 사업자에 잠식됐을 공산이 높다.

적자를 감수하고라도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국내 OTT 사업자는 누누티비와 같이 불법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업체의 존재는 실질적인 피해로 다가오고, 투자 의지를 약화시킨다. 누누티비는 웨이브, 티빙, 쿠팡플레이, 왓챠와 같은 국내 OTT 사업자가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포함해 방송·영화 등 영상콘텐츠를 무단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누누티비의 불법행위가 가져올 재산상 피해 등 부정적 파급효과를 우려, 이에 대응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누누티비의 불법행위 지속과 함께 OTT 사업자의 피해가 속출하자 KT·SKT 등 ISP와 협력 체계를 마련, 해당 사이트의 URL을 모니터링하고 주기적 차단에 나섰다.

지난 해 말 2차관 주재 OTT 사업자 간담회에서 국내 한 사업자가 불법유통 사이트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자 이에 신속하게 응답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불법사이트가 홍보될 까 우려하여 이같은 노력이 조용히 추진된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누누티비가 국내 OTT 사업자가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삭제했는데, 그 배경에는 과기정통부의 숨은 노력이 큰 영향을 미쳤다.

그렇지만 여전히 누누티비에는 국내 지상파·종편의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영화관 개봉작 등 여러 K-콘텐츠가 남아 있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OTT사업자와 적극적 소통을 통해 차단 주기 단축을 시행하기로 했다. 저작권 보호 주무 부처는 아니지만 국내 OTT 산업 활성화 주무 부처로서 적극 행정을 추진한 사례다.

그러나 누누티비와 같은 업체는 언제든 다시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더욱이 현재와 같이 다양한 OTT 플랫폼이 경쟁하는 상황에서 이용자는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모아서 불법 업체가 제공하는 무료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니즈가 있을 수밖에 없다. 복수의 플랫폼에 가입해야만 볼 수 있는 콘텐츠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무료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누티비와 같이 다른 사업자의 콘텐츠를 무단으로 제공하는 행위는 산업적·문화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누누티비와 같은 사태가 반복되고 이로 말미암아 국내 OTT 사업자가 가입자 이탈 등 피해가 나게 된다면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투자 의지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제2, 제3의 누누티비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민·관 협력체계 구축을 통한 접속 차단 등 신속한 대처가 필요하며, 재발 방지 등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많은 재원을 들여 투자한 콘텐츠에 대한 권리가 불법으로 위협받고, 이로 말미암아 지속적인 사업 영위가 어려워진다면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이 국내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 누누티비 사태를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 nch020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