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디지털플랫폼정부 첫 단추, 데이터 기반 행정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 [사진= 행안부 제공]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 [사진= 행안부 제공]

“서울중앙지검 ○○○수사관입니다.”

지난 5년 동안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는 15만6000건, 피해액은 3조원을 넘어섰다. 날로 심각해지는 보이스피싱 피해를 줄이기 위해 최근 행정안전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100만건의 음성데이터를 활용해 인공지능(AI) 기반 '보이스피싱 음성분석 모델'을 개발했다.

새로 개발된 모델은 기존에 비해 성능이 77%까지 향상됐다. 새 분석모델을 적용하면 수사 속도가 빨라지고 범인 검거율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데이터 분석 결과를 다양한 행정업무에 활용해서 객관적·과학적으로 행정을 수행하는 방식을 '데이터기반행정'이라 한다.

데이터는 행정업무를 하루가 다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최신기술에 힘입어 더욱 정교한 데이터 수집·관리 및 분석이 가능해졌다. 최근 챗GPT와 같은 AI 기술이 더해져 정부의 의사결정 과정을 변화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가로등을 일정 구역마다 한 개씩 설치했다면 요즘은 정주인구, 일간 통행량, 건축물 정보 등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서 가로등이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설치한다. 이처럼 데이터기반행정은 제한된 인력과 예산을 활용해 서비스가 꼭 필요한 곳에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맞춤형 행정을 가능하게 한다.

그럼 데이터기반행정을 더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시작은 공공기관 곳곳에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함께 쓸 수 있도록 공유하는 데 있다. 불이 났을 때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소방청이 보유한 데이터만으로는 부족하다.

소방차의 빠른 출동을 위해서는 도로교통공단의 교통 데이터도 필요하고, 환자 이송·치료를 위해 건강보험공단 데이터도 필요하다.

그러나 기관별로 관리하고 있는 데이터를 다른 기관에 선뜻 내어준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다른 기관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가공해서 넘겨주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고, 유출 시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정보 침해 문제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로 말미암아 데이터 칸막이(Data Silo)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2020년 '데이터행정기반법'이 제정됐지만 아직까지 타 기관 데이터를 공유받아서 활용하는 데 주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기관 자율이나 공무원 개개인의 적극 행정만을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기관 간 데이터 벽을 허물려면 비밀자료와 같은 민감한 데이터를 제외한 모든 데이터를 의무적으로 공유하도록 하고, 의무화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행안부는 공공부문 데이터 공유와 활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범정부 통합데이터 플랫폼 기능 강화, 공유데이터 구축 의무화, 가공·결합 등을 통한 데이터 활용 가치 제고 등을 내용으로 하는 '데이터기반행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디지털플랫폼정부'는 정부 내 모든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고 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과학적으로 정책을 수립 및 추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기관 간 데이터 공유를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데이터는 특정 기관 또는 부서의 전유물이 아니다. 데이터는 온전히 국민을 위해 쓰여야 한다. 모든 부처가 데이터 벽을 허물고 데이터를 서로 공유 및 활용해서 국민에 더 나은 서비스로 보답해야 한다.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