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뭄 진단과 전략…2기 국가물관리위원회에 거는 기대

권현한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권현한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기후변화로 강수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2020년 대규모 홍수로 피해가 컸던 영산강·섬진강 유역은 지난 해부터 이어지는 가뭄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특히, 광주·전남지역의 물 공급을 담당하는 주암댐은 지난 해 8월부터 가뭄 심각 단계에 있으며, 현재 저수율이 20% 수준에 그치고 있는 등 생활·공업용수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기후변동성 증가로 홍수와 가뭄 발생 빈도 증가뿐만 아니라 인구·산업구조 변화로 수자원의 시공간적 수요·공급 불균형 현상이 가속되는 현실에서 한정된 물그릇을 활용한 물관리 의사결정 과정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남부지방의 가뭄 원인은 일차적으로 장기간 강수 부족에서 기인하며, 이차적으로 기후 및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물 수급 불균형에 대한 대비와 대응 전략이 부족했다.

가뭄 문제를 포함해 미래 세대에 안전한 물 공급을 위한 궁극적 대책이 시급하다. 우선 미래에는 강수 변동성이 과거보다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감당할 만한 물그릇이 없는 상황에서 수문기상학적 예측에 기반을 둔 정밀한 물관리 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 대응보다 대비에 초점을 맞춘 과학적 물관리가 필요하다. 즉 기술적 영역으로서의 정밀한 물 수급 분석기술, 댐·보 연계 운영 기술, 개별 시설 또는 시설 간 최적 이용 등 학계 및 물관리 관계기관 협력의 지속적 물관리 기술 개발·수용이 필요하다.

둘째 정밀한 물관리 정책 기조에 더하여 요구되는 것은 물 부족 발생이 예상되는 경우 범부처 차원에서 대응 전략 수립이 단계별로 마련돼야 한다. 이와 함께 가용할 수 있는 물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행정·재정적 지원도 필요하다. 물 부족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수동적 반응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대응이라는 것은 어떤 사안에 대해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 당사자가 상황을 조절할 수 있도록 행동하는 것이어야 하지만 현재는 이러한 조절 기능이 유명무실하다.

셋째 안전한 물관리를 위해서는 주식 투자처럼 시대에 맞는 포트폴리오 구성이 필요하다. 철저한 분석을 통해 지역별로 물관리 위험 요소를 찾아내고, 이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수자원의 포트폴리오 재구성이 시급하다. 현재의 수원 확보 및 물 배분 구조는 30∼50년 전에 구축된 것으로, 미래 기후 및 산업구조 변화 대처에 한계가 있다. 불가피하게 수원의 추가 확보 및 유역 내외로의 물 이동을 위한 시설투자와 합의가 필요하다면 정부는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수자원의 공익성과 공평한 배분 원칙에 따라 시대에 맞는 새로운 수자원 포트폴리오 재구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상 세 가지 대책은 기후 및 사회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사항이지만 물관리의 관행·관습·기득권으로 인정된 수리권과 상충하며, 부처·지역·기관 간 갈등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국가적 물 문제 현안을 심의하고 조정하기 위해 국가물관리위원회가 발족했다. 1기 물관리위에서는 물관리 일원화 달성과 국가물관리기본법 제정 등 통합 물관리 실현 기반을 마련했다. 2기 물관리위에서는 사회적 물관리 이슈를 도출하고 해결방안을 제시, 유역의 물 문제 해소와 갈등 조정·합의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미래의 물관리 현안에 대한 선제 대응을 위해서는 물관리 인프라를 포함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법·제도적 지원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에서는 이러한 대책 및 제도가 실행력을 갖출 수 있도록 행정·재정 지원과 물관리위의 위상 제고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권현한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hkwon@sejo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