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챗GPT-4 혁명과 우리의 대응

이현웅_전_한국문화정보원장
이현웅_전_한국문화정보원장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글로벌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오픈AI의 GPT-4가 주목받고 있다. 누군가는 새로운 기술이 없는 기존 기술의 확장 정도로 치부하면서 시장과 산업 변화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최근 공개된 GPT-4는 단순히 학습된 데이터의 양만 늘었다고 깎아내리기에는 결과물이 대단히 우수하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GPT-4는 미국 변호사시험을 상위 10% 안쪽으로 풀어냈으며, 이미지까지 해석해 자연스럽게 인간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 준다.

2020년 거대언어모델(LLM)에 기반한 GPT서비스가 발표되었을 때 사용자 100만이 되는데 5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넷플릭스가 사용자 100만이 되는데 3년 5개월 걸린 것을 감안하면 GPT의 사용자 급증은 경이롭다. GPT-4버전이 발표된 현재 이용자 수는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지만, 1억명이 넘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GPT-4로 대표되는 AI서비스는 검색서비스를 통한 광고 수입이 컸던 구글, 네이버, 다음 같은 포털 비스니스모델에 큰 도전이 될 것이며, 나아가 정보기술(IT)생태계를 변화시켜 산업과 생활 전반에 걸친 변화를 가속화 할 것으로 예상된다.

GPT-4는 새로운 혁명이다. GPT-4는 우리 산업 생태계에 커다란 변혁을 일으킬 것이다.

인간과 구별하기 어려운 대화를 하는 GPT-4는 수많은 콜센터서비스,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 교양 서비스, 의료, 연구, SNS관련 서비스 등 수많은 서비스산업을 재편하게 할 것이다. 단순 지식과 정보를 교환 또는 전달하는 수많은 교육, 정보, 언론 산업도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웬만한 사람보다 똑똑한 GPT-4는 스스로 구글과 네이버를 검색해 실시간으로 명쾌한 답변을 가져다줄 것이다.

현재 글로만 서비스하고 있지만 크롬확장프로그램 등으로 목소리 서비스가 더해지면 공상과학(SF) 영화에서 본 AI 비서가 된다. 영화 '아이언맨'에서 주인공과 대화하고 명령을 수행하는 '자비스'가 현실화하는 것이다.

사람이 작업한 기사, 보고서, 노래, 그림과 AI가 작업한 결과와 구분이 어렵다면 언론, 기업서비스산업과 문화산업에도 큰 변화가 올 것이다.

GPT-4 시대에는 공공·민간 빅데이터를 통합하는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 AI와 관련한 산업, 특히 소프트웨어(SW)와 하드웨어(HW) 측면은 기술이나 시장 규모 및 투자금액 모든 면에서 미국이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현재 GPT-4 버전까지 오는 동안 AI학습과 하드웨어 장비에 최소 수백조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더불어 세계 최고 인재들이 함께 일궈 낸 결과이기도 하다.

아쉽게도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서는 괜찮은 프로그래머를 찾는 게 쉽지 않다. 필자가 15년 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있을 때도, 2020년 문화빅데이터 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정보원장이었을 때도 젊은 A급 프로그래머를 한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15년 전 미국 실리콘밸리를 방문했을 때 벤처투자를 받기 위해 뛰어다니는 수많은 우리나라 청년을 봤다. 미국의 AI 프로그래머는 한국보다 10배 이상의 임금을 받을 수 있다. 정부·기업의 무지와 방관 속에서 아까운 인재들을 미국에 빼앗긴 지 오래됐다.

빅데이터와 AI에 대한 정부의 소소한 지원도 과녁에서 벗어난 방향으로 투자되기 일쑤다. 공공 및 민간 빅데이터에 대한 과감한 규제 철폐가 있어야 한다. GPT-4 서비스는 민간의 수많은 데이터를 수백조원의 투자비용으로 학습해서 탄생한 AI 서비스다. 만약에 GPT-4가 우리나라 공공부문의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한다면 웬만한 공무원보다 보고서도 더 잘 작성하고 민원도 잘 응대하는 AI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쓸데없이 자료를 찾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시간이 절약될 것이다. 그 대신 공무원은 남는 시간을 더 높은 수준의 정책 발굴 고민과 대민 서비스 제공에 쓸 수 있을 것이다.

GPT-4가 세계를 휩쓸고 있는 지금 우리 현실은 상당히 암울하다. 정부의 부처별 데이터는 부처 간 벽뿐만 아니라 부서의 벽도 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범부처의 모든 공공빅데이터를 관할하는 컨트롤타워를 상시적 조직으로 꾸려야 한다. 자잘하게 분배되는 부처별 데이터 관련 예산도 모아서 범부처적인 빅데이터 플랫폼을 만드는 데 써야 한다.

민간 데이터시장에는 네이버·다음 같은 포털에서도 민간 빅데이터를 이용한 AI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앞서가는 미국과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시장 및 투자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국내 개별 기업에만 맡겨서 될 일이 아니다. 우리 시장이 작은 만큼 공공과 민간을 넘나드는 다양한 영역의 데이터를 통합 학습한 작고 강한 AI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형 GPT는 최소한 한국에서, 한국을 배우고 싶어 하는 개발도상국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공공·민간 빅데이터 거버넌스 조직의 탄생을 기원하고 또 기원한다.

이현웅 전 한국문화정보원장 hyunwoong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