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시론] 안정된 서비스에 대한 고객 기대, 통신사의 노력

강종렬 SK텔레콤 사장
강종렬 SK텔레콤 사장

‘혁신’이라는 단어를 유행시킨 아이폰이 출시된 지 16년이 지났다. 우리는 더 이상 혁신이 새롭지 않은 시대를 살고 있는 듯하다. 매년 쏟아지는 신기술을 당연한 변화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오히려 ‘혁신’이 당연시 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올해 MWC 2023에서도 인공지능(AI), 도심항공교통(UAM) 등이 혁신을 상징하는 신기술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이러한 신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첨단기술이 고객의 생활에 깊숙이 들어갈수록 통신의 역할 또한 중요해지고 있다.

신기술이 고객의 삶 전반에 자리한 지금, 통신은 마치 공기와 같은 필수불가결한 존재로 이미 고객의 삶 전반에 스며들어 있다. 통신은 고객이 어디에 있든, 어떤 장치를 사용하든,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소비하든, 빠르고 안정적인 연결을 제공한다. 통신의 연결성은 AI, UAM 등 혁신적인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욱 중요해진다.

◇통신 품질에 대한 요구 수준과 함께 상승하는 네트워크 운용 난이도

하지만 통신의 연결성이 중요해지는 것과는 반대로 통신사업자의 네트워크 운용 난이도는 점점 올라가고 있다. 2019년 4월, 대한민국의 통신사업자들은 세계 최초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에 성공했다. 또한, 대한민국은 5G 속도에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하지만 ‘세계 최초’ 타이틀과 ‘최고 속도’만으로 과연 현 시대의 고객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까?

생활을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신기술이 발전할수록 고객의 일상생활에 통신이 더욱 밀접하게 자리하며, 안정적인 통신망에 대한 고객의 민감도는 계속해 높아지고 있다. 지난 수년간 국내외에서 발생한 대규모 통신 장애나 고객 정보 해킹, 재난 재해 등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안정적 네트워크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지속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반면,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같은 서드파티 사업자가 나타나며, 통신사업자의 네트워크 운용에는 많은 변수가 생겨나고 있다. 5G 시대가 도래하면서 고객의 데이터 소비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대부분 OTT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개하는 무선데이터 트래픽 통계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말 기준 데이터 소비량의 56%가 OTT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OTT가 단순히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과거 텔레비전이 가정에서 차지했던 역할과 같이, 이제는 고객 일상의 일부가 되어 필수불가결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뿐만 아니라 메신저, 택시, 금융 등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도 대다수 고객이 편안한 일상 생활을 영위하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 일상 그 자체가 됐다.

하지만 OTT와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가 고객 생활에 편익을 더한 것과는 별개로, 이런 서비스들이 차지하는 통신 트래픽이 커질수록 통신사업자의 안정적인 네트워크 운용 난이도는 함께 상승한다.

게다가, 이러한 통신망을 구축하고 유지 보수하는 과정에서 안전에 대한 사회적 요구 수준이 높아지고 있으며, 지진, 산불, 태풍 등 대규모 재난 상황에서도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기술적 해결책에 대한 사회적 기대치도 함께 상승하고 있다.

◇혁신을 추진 중인 통신사들…이해관계자 협력과 동참도 필수

잠재고객 불만 개념
잠재고객 불만 개념

이처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통신사업자는 고객 만족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통신사업자는 ‘사업자 관점’에서 ‘고객 관점’의 품질 관리 체계로 전환하기 위해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예를 들면, 네트워크 품질이 나빠져 고객이 불편을 제기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지국에 AI 관리체계를 도입하는 등 고객 불편을 없애는 방식으로 네트워크 품질을 빠르게 개선하고 있다.

또, 과거에는 표출된 고객 불만 데이터만을 보았기 때문에 고객의 불편함 전체를 대상으로 개선하는데 한계가 존재했다.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SK텔레콤은 그동안 축적된 데이터와 운용 노하우를 토대로 고객 체감 품질을 다양한 품질 지표로 분석해 지수화한 고객경험지수(Customer Experience Index)를 자체 개발해 잠재적인 고객 불만까지도 지속 개선해 나가고 있다.

이제 고객 경험 관리 방식이, 고객이 직접 불만을 표출하면 사후 대응하던 시대에서, 고객이 잠재적인 불편을 느낄 수 있는 단계부터 고객 경험을 개선하는 시대로 변화한 것이다. 앞으로 통신망 운용 영역에도 본격적으로 AI 기술이 도입된다면, 고객의 불편 경험을 예측하는(Pre-detection) 정확도가 보다 높아지는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통신사업자는 네트워크 장애로 야기되는 국민생활과 사회·경제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네트워크 장애 긴급복구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일례로, 통신사간 재난로밍체계를 구축해 비상시에도 최소한의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특정 통신사의 장애 발생 시 다른 통신사 망을 활용해 기본적인 서비스가 가능한 상태이며, 통신사간 지속적 협력을 통해 고도화해 나가고 있다.

또한, 산불, 홍수, 태풍 등 재난 발생시에는 통신사간 협업으로 최대한 빠르게 통신망을 복구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통신사업자는 고객과 시민, 구성원과 종사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안전에 대한 관심과 투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정부기관과의 공조를 통해 통신 기술을 활용한 지진 조기경보, 재난 문자 전송, 스팸·스미싱 차단을 시행하고 있으며, 통신 빅데이터를 활용해 지하철 등의 밀집도에 대한 예측 정보를 제공하는 등 국민의 안전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대시민재해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준수하고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실행하고 있다.

이처럼 통신망의 안정성 강화에 대한 다양한 노력은 지속됐지만, 통신사업자만의 노력으로 해결하는데 한계가 존재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통신사업자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사회적 책무 또한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OTT 사업자가 데이터트래픽을 유발시키는 만큼, 통신사업자와 함께 이러한 데이터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도 OTT 사업자의 사회적 책임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또, 시장 지배적인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도 통신사 네트워크가 문제 없는 상황에서 서비스가 중단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서버를 분산하고 백업 시스템을 갖추는 등 장애 상황에 대비할 책무가 있을 것이다.

고객들에게 안정적인 통신 품질을 제공하려면, 통신 생태계 전체를 위한 이해관계자들의 협력과 동참이 필수적이다.

◇다가올 6G 시대까지 고객 경험 혁신 지속돼야

결론적으로 안정적인 통신 품질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고, 기술 발전에 따라 앞으로도 이런 경향은 지속될 것이다.

향후 6G 시대가 도래하면 고객의 데이터 소비량은 더욱 늘어나고 통신망 안정성에 대한 고객 요구 수준은 보다 높아져 통신사업자가 헤쳐 나가야 할 난관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통신사업자와 망을 둘러싼 OTT 사업자,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등의 이해관계자들도 고객의 변화하는 요구와 기대를 충족하는 빠르고 안정적인 인터넷 연결을 제공할 수 있도록 기술 혁신과 고객 만족을 위한 노력을 함께 추구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고객 눈높이에 맞게 더 안정적이고 더 나은 통신 환경을 만들어 고객의 삶 전반에 스며들며 공기와 같은 필수 존재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통신망 안정성 강화를 위한 통신생태계 구성원의 노력 필요성
통신망 안정성 강화를 위한 통신생태계 구성원의 노력 필요성

〈필자〉강종렬 사장은 30년 동안 유무선 네트워크에서 경력을 쌓은 통신 전문가다. 1989년 유공에 입사했다. 1994년 SK텔레콤에 입사해 2004년 상무로 승진, 무선 네트워크 관련 업무를 담당하다 2014년 SK브로드밴드(유선) 네트워크 부문장에 임명됐다. 이듬해 SK텔레콤 기업문화부문장을 거쳐 2017년 SK텔레콤의 네트워크를 총괄하는 ICT인프라센터장이 되면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21년 CSPO 겸직으로 사장 승진하며 SK텔레콤의 안정적인 네트워크 운용뿐 아니라 안전까지 총괄하는 역할을 책임지게 됐다.

SKT ICT인프라담당(사장) 겸 최고안전보건책임자(CSPO) 강종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