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반절이 끝나가고 있다. 경기 침체와 소비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유통업계는 연초 엔데믹 효과를 기대했던 분위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 실제 시가총액 기준 상위 15개사 가운데 유통대기업은 일제히 연초보다 시총이 하락했다.
하반기 전망도 부정적이다. 산업연구원은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1.4%로 전망했다. 지난해 11월 산업연이 마지막으로 내놓은 추산치(1.9%)보다 0.5%포인트(P) 줄어든 수치다. 한국은행도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4%로 낮췄다.
홈쇼핑업계는 이제 절반 남은 연말을 앞두고 우려가 더욱 크다. 규제는 그대로 묶여있지만 연말을 시한으로 둔 송출수수료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방송통신기금발전(방발기금) 분담금이 늘어날 가능성도 슬며시 고개를 들고 있어서다.
지난달 방송통신위원회가 정기과제로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방송통신발전기금 분담금 산정 및 부과체계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수행 기관을 공모한데 이어 최근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도 ‘2023년 방송통신발전기금 분담금 징수체계 개선방안 연구’ 수행기관 공모에 나섰다. 두 기관 모두 △방발기금 분담금 제도 관련 현황 및 개선 필요성 분석 △분담금 징수체계 분석 △제도개선 방안 등을 내용으로 한다.
이를 두고 홈쇼핑 업계에선 수년 전부터 제기돼 온 모바일 매출을 방발기금에 포함하는 방안이나 기금 산정 기준을 영업이익에서 매출액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방발기금은 2000년 방송법이 제정되면서 2001년 홈쇼핑사도 징수 대상에 포함됐다. 당시 기금 수율은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10%로 최초 고시됐고 이듬해 2%P 내린 8%로 정해졌다. 이후 2%P 내외에서 인상과 인하를 반복했다. 방송법이 방송통신발전법으로 2011년 확대 시행되면서 징수율은 홈쇼핑 13%, 데이터홈쇼핑(T커머스) 10%로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방발기금은 준조세 성격으로 방송통신 진흥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금은 콘텐츠 제작지원이나 인력양성, 지역방송 지원 등 방송통신사업 발전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는데 쓰인다. 홈쇼핑사들은 공공재인 방송을 이용한다는 대가로 방발기금을 내고 있다.
현행법상 징수율은 시장 상황 및 사업자 부담, 형평성에 따라 감경이 가능하다. 이를 근거로 올해 홈쇼핑업계는 기금 징수율 인하를 요청했다. 작년 현행 유지 및 인하 요구에서 한 발 더 나간 셈이다. 올해 홈쇼핑 업황은 그만큼 어렵다. T커머스 단독사업자 5개사의 경우 합산 1분기 실적이 적자로 돌아섰다.
최근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서고 있다. 제분사를 모아 가격 인하를 주문하거나 경제부총리가 나서 특정 품목 가격을 내려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러한 취지에서 방발기금 징수율도 결정돼야 할 것이다. 이는 곧 홈쇼핑 상품 가격을 내린다거나 상생을 위한 상품 편성을 늘리는 자정적 선순환을 위한 활로가 될 수 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
-
박효주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