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전고체 배터리, 전기차 게임체인저 되려면

“전고체 배터리 전용 전기차가 극소수 부유층의 전유물이 돼서는 안됩니다.”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대해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지만 화재 위험이 없는 ‘꿈의 배터리’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를 넘어 시장 판세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불린다.

최근 일본 토요타자동차가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2027년 출시한다고 선언했다. 현재 토요타 배터리 전기차(BZ4X)는 완전히 충전하면 400~500㎞를 갈 수 있다. 전고체 배터리를 적용하면 10분 충전에 1200㎞를 주행할 수 있다. 토요타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나카지마 히로키 부사장은 “반드시 실용화 하겠다”고 말했다. 토요타의 야심찬 선언에 회사 주가는 요동쳤다. 도쿄 증시에서 토요타 주가는 전고체 배터리 탑재 계획 발표 이후 그 전날보다 5.1% 급등했다.

하지만 높은 기대와 달리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의구심 또한 커지고 있다. 토요타에 이어 닛산도 2028년까지 자체 개발한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할 계획이지만 수년 뒤다. 현 리튬이온 배터리 탑재 전기차 이상으로 시장에 변화를 가져올 완성차는 아직 등판 전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40여년 전부터 학계와 업계에서 연구해온 기술이다. 액체 전해액을 고체로 바꾸면 전해액의 이온 전달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안정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반면 전해질을 고체로 바꾸면 양극과 음극간 리튬 이온의 이동성이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에 충전 성능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가격이 관건이다. “전고체가 좋은 기술인 것은 맞지만 갈 길이 멀다”는 얘기가 업계에서 많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고가의 가격 때문에 부유층만을 위한 전기차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일본 과학기술진흥기구에 따르면 전고체 배터리 초기 비용은 ㎾당 6만~35만엔으로 리튬이온 배터리(1만4000엔)에 견줘 4~25배 비쌀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실용화 초기 단계에는 고급 모델 등 일부 차종에 한정된 형태로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 기존 틀을 깨는 혁신의 결과물인 전고체를 평가절하해선 안되지만 특정층이 아닌 모든 소비자가 수용할 수 있는 가격의 선택지도 요구된다.


신기술은 아무리 좋아도 사용자가 외면하면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 전기차 시장 확산 분위기가 고가의 경쟁에 치우치면 사용자가 원하는 가치에 소홀해질 수 있다. 전고체 배터리가 전기차 시장에서 진정한 게임 체인저가 되기 위한 선결 과제다. 최첨단 기술도 최우선 가치는 사용자에 있다.

[ET톡]전고체 배터리, 전기차 게임체인저 되려면

김지웅 기자 jw0316@etnews.com